이번 생은 망했다 - 우리 시대 고승 18인의 출가기
유응오 엮음 / 샘터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번 생은 망했다! 책 제목부터 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생이라... 다음 생도 있다는 것이겠지? 사실은 이 책이 불교 관련 서적이라는 것을 알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불교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책장이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조금 더 길었으면, 조금 더 내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이 책은 18분의 고승들의 출가기를 말하고 있다. 출가기라, 속세의 인간으로 있다가 절에 귀의하는 순간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겉으로 출가라는 것은 집에서 머리를 길게 하고 살다가 절로 머리 깎고 들어가는 것 정도로 보여 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출가란 현재의 자신을 버리고 부처님께 귀의하는 내면적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사실, 내가 이런 말 하기는 참 부끄럽다. 불교에 관심은 많으면서도 제대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출가라는 말을 서슴없이 꺼내니 말이다. 어릴 때 아니,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 집은 불교를 믿고 있었고 나도 자연스레 절이라는 것을, 부처님이라는 분을 접할 수 있었다. 언제나 내가 힘들 때, 내가 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있는 것 같다. 이런 개인적인 이유 때문인지 이 책의 스님들의 글 하나하나는 내 가슴에 와 닿았다. 오랜만에 사색에 잠길 수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교를 믿으라고 강요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네 시대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18분들의 고승들의 출가기를 통해서 우리의 삶을 한번 쯤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단명하겠다는 역술가의 말을 듣고 여섯 살에 출가하게 된 만봉스님, 부모님을 잃고 불교에 귀의하게 된 지종스님, 공비소탕 작전을 하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생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출가한 월서 스님, 급진주의자 사회 혁명가 박헌영의 아들 원경스님, 어렸을때 춘원 이광수의 글을 읽고 산사를 동경하던 청화스님, 문학을 하고 싶어 출가한 원담스님, 가족이 함께 출가하신 본각 스님, 어머니를 따라 출가한 탁연스님.... 18분의 스님들에게는 하나같이 기구한 사연들이 있다.

불교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노력했고, 지금은 자신의 내면적 성숙을 어느 정도 완성한 분들이기에 처음 불가에 발을 들여놓을 때의 계기들 역시 우리네 속인들에게는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사실, 처음부터 불교에 마음이 있었던 분들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불가에 귀의한 분들도 계셨고, 그 사연들 역시 내 눈 시울을 적시는 것들이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탁연스님의 출가기다. 어머니와 함께 머리를 깎으셨다는데... 그 어린 나이에 엄마를 우리 스님으로 불러야 했고, 떨어져 살아야 했던 탁연스님. 그 분께 불교란 정말 어떤 의미일까? 어릴 때야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를 따라 머리를 깎으셨다만, 중간에 다시 속세로 돌아가셨다가 고등학교 졸업후 불교에 귀의하셨는데, 그때는 정말 자신의 의지로 불교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탁연스님을 또 다시 귀의하게 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접하게 되는 철학적 문제로부터 고뇌하고,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無라는 것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하고, 그 해답을 찾고자 했던 스님들로부터 나 자신을 돌아볼수 있었던 계기였던 것같다. 불교란것이 종교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기에, 불교를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한번 읽어 봤으면 한다. 어쩌면 우리가 당연시 생각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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