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테루의 환상의 빛은 2014년에 읽은 최고의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어렵게 구해 읽은 책이 2015년에 다시 발간된다는 소식이 너무나 반가웠더랬다.

 

난 뒷모습에 집착하는 편이다.

어린시절. 출근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것이 엄마와의 마지막이면 어쩌지하고 혼자 훌쩍이곤 했었다. 

애인과 데이트하고 헤어질때면 가급적 내가 먼저 뒤돌아섰다. 애인의 뒷모습을 보면 다신 못 만날것 같았기 때문이다.

책 환상의 빛에는 가슴이 무너지는 뒷모습들이 많이 나온다. 치매에 걸려 돌아오지 않은 할머니, 기차길에서 자살한 전남편, 고기잡이 나간 옆집 할머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환상의 빛을 보러 가면서 책에서의 그 장면들이 어떻게 묘사가 되었을지 궁금했다.  

영화는 아름다운 시 한편을 영상으로 찍어낸 것 같았다. 허위허위 걸어가는 할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 출근 길의 남편을 배웅하는 아내의 모습을 먹먹하게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상의 빛은 치유의 이야기다.

천진하게 뛰어노는 두 아이의 모습에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함께 할 누군가가 있다고 속삭여 준다.

 

 

내친김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았다.

원작인 요시다 아키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와는 전체 줄거리를 같지만 소소한 차이를 보여준다. 만화에서는 관찰자 입장인 스즈가 중심이라면 영화에서는 첫째인 사치가 중심인물로 보인다.

따라서 스즈의 에피소드가 많이 축약되어 있긴 한데 가족의 결합이라는 주제는 유사하다.

영화는 소소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어 어찌보면 밍숭맹숭하다고 할 수 있으나 문득문득 눈물이 차오르는 장면들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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