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음원을 통해 음악을 듣고 유튜브나 음악사이트를 통해 미리 듣기가 대세이기 전에, 오로지 CD(그 이전에는 LP) 같은 음반을 통해서만 음악을 들을 수 있던 시절에 음반가게에서 CD를 사는 나의 기준은 자켓의 디자인이었다. 

특히나 비닐에 싸여 있는 음반은 구매해야만 음악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정보가 없는 새로운 아티스트의 CD를 사는 것은 상당한 모험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자켓 디자인이 멋진 CD는 실패 확률도 낮았다. 자켓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는 것은 그만큼 음악에도 공을 들였다는 지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디자인에는 자본이 들어간다. 그러나 돈을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좋은 디자인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디자인을 중시한다고 하면 내용물보다 외형을 중시한다는 오해를 하기 십상인데, 좋은 디자인은 그 사물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 그리고 철학이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본 책에서는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속성에 대해서 이러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해가 가고 또 가도 한번도 들여다보지 않는 쓸모없는 물건일지언정 그것을 버리는 일은 어떤면으로든 삶의 한부분을 버리는 일이다. 그러나 쓰지 않으면서도 계속 가지고 있는것은 장롱문을 열때마다 소리없는 질책을 당하는 일이다.
한 벽면 가득히 가득 꽃혀있는 읽지 않은 책들도 그와 똑같은 비난을 쏟아낸다. 그리고 일단 읽고나면 처음에는 나지막이, 그러나 점점 더 집요하게 물어온다. 과연 한번이라도 다시 읽을 일이 있겠느냐고. p34.

우리는 물건들을 수단으로 우리 삶의 경과를 측정한다. 물건들을 사용해 우리 자신을 규정하고 우리가 어떤 존재이고 또 어떤 존재가 아닌지 표현한다. 때로는 보석류가 이 역할을 맡고, 때로는 집 안에서 사용하는 가구나 지니고 다니는 개인 소지품, 또는 입는 옷이 이런 역할을 한다.(p.35)

디자인은 그러한 물건들의 형태를 만들고, 그 물건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만드는 언어가 되었다. 오늘날 가장 세련된 디자이너의 역할은 형식적이고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 아니라, 스토리텔러가 되어서 디자인이 그러한 메시지들을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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