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로 분업화되고 자본주의로 규정되어지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대에서는 개인이 열심히 성실히 살아도 한순간에 인생이 잘못되어질 수 있고 숨을 곳이라곤 없다. 하물며 먼나라 낙타병으로만 알고 있었던 전염병이 바로 내 옆에 나타나도 누구에게 도움을 달라고 해야 할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기에 손을 씻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우리는 무력해진다.
여기 오베라는 남자가 있다. 자기의 이름없는 분노를 어떻게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지를 모르는 사람. 그는 품위 있는 삶을 원했다. 오베라는 남자에게 품위란 "다 큰 사람은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뜻한다. 품위라는 건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는 권위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자부심.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어떤 길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아는 것. 나사를 어떻게 돌리고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안다는 자부심. 그리고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무언가."
그런 오베가 몰인격화된 시스템에 화를 내다가.. 또 화를 내다가 결국 무력한 자신에게 화를 내고 눈물을 흘릴 때 나도 눈물이 났다. 오베는 이 시대를 이해하지 못했고, 이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을 이해해주던 아내가 죽은 뒤에는 더 이상 살아갈 힘이 없었다.
소설은 그래도 상처 받은 개인들이 위로 받을 곳은 내 옆의 작은 커뮤니티라고 결말을 내렸다. 상처입은 사람들은 상처입은 사람끼리의 연대가 이루어진다. 그러기에 오베의 이웃들이 외국인, 미혼모, 비만인, 장애인, 동성애자, 그리고 상처입은 길고양이인것은 상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