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토록 먹먹하고 아름다운 묘사가 가득한 소설이라니...
유미코의 어린시절을 읽다보니 어느새 나의 어린시절로 되돌아가 있었고 가슴 한켠이 서서히 무너져내렸다

"배가 아파"
저는 왜 그런지 견딜수 없을 만큼 슬퍼졌습니다. 초경이 무서웠던게 아닙니다. 저는 그때 가난이라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원망했던 것입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는 국도로 사라진 할머니의 조그마한 뒷모습이나 막벌이꾼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이던 어머니의 모습이, 한낮인데도 전구를 켜지 않으면 안되는 축축한 방 가득히 되살아났습니다. 저는 장지문을 쾅 닫고 피가 굳어서 딱딱해진 팬티를, 스커트 위로 언제까지고 꼬옥 누르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달거리가 시작될 때는 어김없이 썰렁해지고 쓸쓸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도, 아마 초경이 있었던 순간 파친코점의 냉방으로 얼음처럼 차가워진 땀에 절어있었던 탓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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