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읽었던 스티븐 킹의 소설 중 가장 내 마음에 들어온 소설이다.

소설이 가지고 있는 힘이 상처받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것이라면 이 소설은 최고 중 하나일듯 싶다. 물론 내 개인적 경험 때문이겠지만..

 

"나는 그녀가 실망했길 바랬다.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나고 보니 그 옛날의 열병과 망상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버렸지만 나는 아직도 그녀가 실망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랑은 상처를 남긴다"

 

시간이 오래 지나도 상처가 아물고 이젠 상처 자국이 희미해져도 사랑은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이렇게 백퍼센트 동감이 가게 써주어서 스티븐 킹이 고마웠다.

그 시간을 견뎌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여전히 상처는 상처인 것이다.

 

 

조이랜드의 1973년과 하루키의 1973년의 핀볼.

서로 다른 스타일의 글을 쓰는 두 작가에게 1973년은 비슷한 감정을 일으키나 보다. 아련하고 쓰라린 노스텔지어..

 

 

 

 

 

조이랜드의 그 소란과 미스테리 그리고 지나간 시절에 대한 향수를 영상으로 표현하다면 며칠 전 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아닐까.

 

 

 

그리고 하나 더.

놀이동산이 나왔으니 서커스를 빼놓을 수는 없다. 오랫동안 책꽂이에만 있었던 이 책을 꺼내들었다. 소설은 영화의 장면들을 보는 것처럼 생동감있었고, 코끼리 로지가 바로 내 눈앞에 있는 듯했다.

내가 조금더 집중되었던 부분은 늙는다는 것에 대한 통찰력이었다. 이제는 나도 노인이 된다는 것을 준비해야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리라.

 

90세인지 93세인지 모를 제이콥은 이야기한다. "내가 겪은 이야기는 모두 다 유행이 지나갔다. 나는 스페인독감, 자동차의 첫등장, 일이차 세계대전, 냉전, 게릴라전, 스푸트닉을 직접 경험했고, 그에 대한 경험담을 들려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래봤자 이 모든 것은 이제 오래전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한테는 오래전 이야기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이제 더이상 새로운 경험을 할 가능성이 없다. 그게 바로 늙는다는 것의 실상이다. "

내가 있길 기대하며 거울을 볼 때마다 웬 낯모를 노인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나이, 야단맞는 것에 익숙해지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데 익숙해지고 남즐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나이, 온전한 정신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 되는 나이. 그것이 노인이 된다는 것의 슬픔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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