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이맘때를 좋아하시나요"
"그래요. 아주 많이."
"나도 좋아해요. 10월, 11월 최고죠. 하지만 가장 슬픈 때이기도 해요."
"슬퍼요? 왜죠?"
"왜냐면, 겨울이 오고 있으니까요"
주찬권이 세상을 떠났다.
들국화 꽃잎이 하나 또 지고.
겨울이 오고 있다.
이 책 어디에도 영웅은 없다. 극적인 반전도 없다. 그저 실패의 기록이 있을 뿐. 그래도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사람들과 내려가기 위해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 들국화의 27년만의 새앨범이 발표된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중 첫 곡 '걷고, 걷고'가 발표되었다. 인생은 苦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이런 음악을 들을 때면 그래 이리 살고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하며 마음을 달랜다.
매카시를 읽을 때마다 이런 잔혹한 운명이 나를 비켜가 주는 것에 감사하게된다. 아니나 다를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시거가 한 말 처럼 지금 나의 운명은 오늘 아침 이를 닦을 때 이미 결정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운명의 잔혹함을 받아들이고 나면 오히려 괴로움이 좀 덜해질지도 모른다. 이건 내탓도 네탓도 그 누군가의 탓도 아니니 그 누군가를 탓하느라 소모되는 괴로움에서는 좀 벗어날 수 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