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문제들을 현실감 있게 다룬다. 스피디한 전개와 생각하지 못한 반전들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 산 사람은 3백 살 정도인데, 그건 우리가 아직 사망 시대와 멀리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천년후, 평균 나이가 1천 살에 가까워지면 삶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우리 모두가 모든 예술과 과학에 능한 르네상스의 아이들이 될까? 숙달할 시간은 충분하니 말이다. 아니면 지루함과 독창성 없는 일과가 지금보다 더 우리를 좀먹어, 무한한 삶을 살아갈 이유가 줄어들고 말까? 나는 전자를 꿈꾸지만, 실제로는 후자가 되지 않을까 의심한다. - P170

오래 살면 살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영원히 살 때는 그게 얼마나 곤란한지 1년은 몇 주처럼 지나간다. 수십 년이 이정표가될 만한 사건도 없이 스쳐 지나간다. 우리는 삶이라는 하찮고 고된 일에 정착했다가,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고는 회춘하여 다시 젊어져달라고 청하는 듯한, 거의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늙어 버린 얼굴을 본다.
하지만 회춘을 하면 정말로 젊어지는 걸까?
우리는 똑같은 기억, 똑같은 습관, 똑같은 이루지 못한 꿈에 매달린다. 몸뚱이는 기운차고 유연해졌을지 모르지만, 어떤 목적을 위해서란 말인가? 목적이 없다. 끝도 없다.
나는 죽을 운명이었던 사람들이 목적을 위해 더 분투했다고 믿는다. 그들은 시간이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우리는 죽을 운명이었던 이들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모든 것을 미룰 수 있다. 죽음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칙이 아니라 예외가 되어 버렸기에.
내가 매일매일 열심히 거두고 다니는 침체는 유행병처럼 번지기만 한다. 가끔은 내가 살아 있는 시체들이라는 구식 종말에 맞서서 지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 P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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