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정원 규제 없애야
경향신문 기고 2009.6.8 기사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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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정원제가 로스쿨 재정을 위협한다: 학생 대 교수비율로 로스쿨정원 확대필요
지난 3월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총 2000명의 신입생을 선발했다. 시행 전부터 로스쿨 입학정원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갈등의 시발점은 정부에서 총 입학정원과 개별 입학정원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로스쿨 개별 입학정원을 150명으로 제한한다. 정부가 로스쿨 총 입학정원과 개별 입학정원까지 규제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어긋난 것이다. 지난 1월 <로스쿨 미등록 사태>를 일어났다. 합격자 1차 모집 결과 25개 로스쿨 모두 등록이 미달됐다. 전체 합격자 2000명 중 21%(416명)가 등록을 포기했다. 표면적으로는 중복합격된 학생들의 이탈현상이나 내면적으로는 정부의 규제위주의 로스쿨 정책의 허점을 들어 낸 사건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요구하는 전임교수 숫자는 최소 20명이다. 1서울대(150명), 연세대(120명), 고려대(120명)의 학생 대 전임교수 비율(student-faculty ratio)은 평균 7.6:1이다. 하버드(10.5:1), 예일(7:1), 스탠포드(8.6:1)의 비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개별 입학정원이 적은 국내로스쿨의 학생 대 교수비율은 더욱 낮다. 입학정원이 40명인 4개 로스쿨(서강대, 건국대, 강원대, 제주대)은 평균비율은 4.6:1이다. 미국로스쿨에서 찾아보기 힘든 낮은 비율이다. 미국 상위권 로스쿨은 약 10:1, 중하위권은 15-20대:1이다. 최소 10:1의 비율이 유지되어야 미국로스쿨 운영에 별다른 차질이 없다는 의미이다.
미국에서는 정부기관이 입학정원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는다. 로스쿨 자체적으로 결정한 학생 대 교수비율 범위 내에서 책정된다. 로스쿨의 신입생 정원은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500명을 웃돈다. 하버드는 2007년 558명의 신입생을 맞이했고 이는 예일(189명)과 스텐포드(171명)의 3배에 해당된다. 각 로스쿨의 입학생 수는 천차만별이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입학정원이 아니라 학생 대 교수의 비율을 중요시한다. 정부차원에서 로스쿨 교원정원을 임의로 책정하지도 않는다.
반면에 국내로스쿨은 입학정원 및 교원정원의 이중규제를 받고 있다. 로스쿨 총 입학정원과 개별 입학정원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결정한다. 개별 입학정원은 로스쿨 입학생 최대한도(student ceiling)이다. 반면 교원정원은 로스쿨 설치기준으로 학생정원을 12로 나눈 것으로 교원정원의 최소한도(faculty floor)이다. 학생 대 교수 비율로는 12:1 이하이다.
로스쿨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필요한 만큼의 학생 정원을 확보에 실패했으나 설치인가를 받기 위해서 최소한도 이상의 전임교수를 임용했다. 학생 수의 감소와 전임교수의 증가는 로스쿨 재정에 이중 부담으로 작용한다. 입학정원이 40명인 로스쿨(서강대, 건국대, 강원대, 제주대)편재가 완성되면 총 120명이 학생을 갖게 된다, 전임교원수가 10명이면 학생 대 교수비율은 12:1이 되기 때문에 설치인가 기준을 충족시킨다. <변호사시험법>상 출제과목을 가르치기에도 힘든 명수이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교원 수가 20인 미만인 경우에 20인으로 본다는 의제규정이 있다. 20명의 교수를 갖게 되면 학생 대 교수 비율이 6:1이 된다. 미국 최고 예일 로스쿨 보다 낮은 수치이다. 미국로스쿨에 비해서 국내로스쿨의 비율은 지나치게 낮다. 입학정원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25개 모든 인가로스쿨에게 전임교수의 수에 비례해서 입학정원을 늘릴 수 있는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 기존 교원정원 관련규정에서 요구하는 교원 1인당 학생 수 12인이 합리적인 출발점(starting point)이 될 수 있다. 이미 <로스쿨 미등록사태>로 홍역을 앓았다. 어느 로스쿨에 등록을 할 것인가는 소비자인 학생들이 판단할 몫이다.
국내 로스쿨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법률재정비가 필요하다. 입학정원 관련규제를 완화해서 로스쿨 재정부담을 하루 빨리 줄여야 한다.
* 위의 미국로스쿨 관련자료는 프린스턴리뷰(The Princeton Review) Best 170 Law Schools 2008년판에서 참조함
안준성 미국변호사
Junseong An
트위터: Cyber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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