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 사계절 그림책
권문희 그림, 김민기 글 / 사계절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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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때던가, 친구가 꼭 들어보라고 했던 '노래'였습니다. 그때는 전공책 한권 사보기도 빠듯하던 처지라 혹여 늦은 시간 라디오에서 양희은님의 목소리라도 흘러나오면 그것으로 밤길 지친 마음을 달래곤 했었습니다. 끝내 '백구'는 라디오에서조차 한번 들어보지 못하고 추천받은지 십년세월만 흘러갔네요. 그래서 보따리사서 바다건너올때 CD가 포함되어있다는 <백구>를 주저없이 구입해서 챙겨왔습니다. 아아 이런.. 챙겨오지 말것을 그랬습니다 --;

어느 스산한 겨울밤, 신랑도 도서관에서 아직 돌아오질 않고 갓난쟁이는 코코 잠이들었던 밤, 무심코 손이 가서 읽게된 백구 그리고 청아한 목소리의 노래... 저에게는 소녀의 목소리가 양희은님의 목소리와 오버랩되어 들리는듯 하더군요. 훌쩍 훌쩍 울고말았습니다. '놀랬다아이가!!' 집에 들어서다 저 우는 소리에 깜짝놀란 신랑이 모질게 구박을 주었지만 눈물콧물 범벅이 된 저는 아랑곳않고 '이거 들어봐.. 이거 들어봐..' 말만 되풀이 했었지요.

고향이 그립고 친정이 그리우면 백구부터 꺼내듭니다. '또 시작한다' 라는 신랑의 비아냥도 '여기 넣으까? 응 엄마, 여기 넣으까?' 도로 꽂아놓으라는 아들냄이의 성화도 소용이 없습니다. 배엑구.. 배엑구.. 허엉.. 보배야.. (저희집 강아지이름이었습니다^^;;) 한바탕 눈물 솟아놓고 시원해진 가슴.. 살것 같답니다.

어찌나 노래를 곱게 담아놓았는지.. 한장 한장 서정적인 페이지들이 가슴에 담길 지경입니다. 사람이니 짐승이니 구별도 없이 살았던 시절 메니큐어니 털옷이니 호들갑떨지않아도 한가족으로 뭉쳐지냈던 우리만 아는 정감 긴 다리에.. 새 하얀 백구.. 따라부르다 보면 여기서부터 목소리가 떨려들면서 급기야 음 음 음 음~ 하는 부분에서는 차마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답니다. 치즈먹고 자라는 아들놈은 이런 에미마음을 알까요? 아이들이 요란떠는 소리조차도 귓전으로 들리던 소녀의 모습 그리고 말을 줄이며 담백하게 엮은 글과 소담하게 담겨진 그림들.. 가히 '소장용' 이라 할 만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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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우산 (양장)
류재수 지음, 신동일 작곡 / 재미마주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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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이들에겐 세상이 '컬러풀'하다면, 우리 어린시절은 아직 '흑백'이라 할것입니다. 그 흑백의 추억속에, 노란 장화가 존재합니다. 어린시절엔 노란 우비가 얼마나 입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때아닌 우비 타령에 엄마는 보랏빛 우비를 사주셨습니다. 울고불고 떼를 썼지만 소용없었고 엄마는 떼쓰는 제 귓전으로 차마 하지 못하고 참았던 말씀을 나직히 던지셨댔습니다. '비오는날.. 노란우비뒤에 따라다닐련?..'

그제서야 문득, 노란우비는.. 저희 동네 고아원생친구들의 단복같은 것임이 생각이 났었습니다. 우리랑 하나도 다를바 없는 친구들이었지만 비오는 날이면, 유독 희끄무레한 노란우비속에 고개를 파묻고 줄서서 학교로 들어오곤 했었지요.. 약간은 아린듯한 추억이지만 시골학교분위기로는 노란색이 굳이 '구별'의 연장선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겐 그것이 차마 딸에게는 입힐수 없는 우비색깔이었던가 봅니다.

삼년만에 한국에 나가서 한달동안 신나게 '5일장'구경을 다녔습니다. 비좁은 좌판거리, 지나기만 해도 흥이나는 장날구경을 삼년만에 한것이지요. 그리고 가게앞에 장날 특선 상품으로 리어카에 실려나온 푸우가 그려진 '노란 장화'를 집어들었습니다. 물론 세돌박이 아들것입니다. 그리고.. 약간 가슴한켠조리며 고 옆에 놓아진 '노란 우비'를 집어들었습니다. '엄마, 한 사이즈 큰거 살래. 몇년 입게..' 슬쩍 엄마 마음을 떠보는데 '그래라, 신은 못그런다 장화는 사이즈별로 두개사주마' 아아.. 엄마의 기억이 접어졌나봅니다. 더이상 노랑우비는 금역의 옷이 아닌가봅니다.

미국에 사들고갈 책을 고르다 <노란 우산>이 눈에 띄었습니다. 노란 장화도 노란 우비도 아니고 노란 우산이라. cd가 포함되어있다? 그건 별로 기대하지 않고 흑백 기억속에 유난히 색스러웠던 비오는날 노랑색 때문에 구입을 결정하고 며칠후 받아들었습니다. 와아.. 반들반들한 책속에서 노랑색우산이 툭 튀어나올줄 알았는데.. 너무나 고운 노랑우산하나가 등교길에 오릅니다. 하나 둘.. 골목길에 색색들이 고운 우산들이 펼쳐지고 오르락 내리락 앞서거니 뒷서거니 개천까지 건너 한무리진 우산들...

비오는 날 조차도 삼엄하리만치 엄격하게 두줄서서 나란히 학교를 오르던 기억이 여전한데, 그 줄에서 확 풀어지듯, 마주치는 데로 우르르 모여들어 한 방향으로 이리저리 걸음하는 색색깔 우산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무심코 돌려놓은 cd 가락속엔 가볍게 우산에 부딪히는 빗방울소리가 경쾌하기까지 합니다. 보이지 않는 우산 속 꼬마는 어느 날 보면 콧노래를 하는것 같고 또 어느날 보면 찰박 찰박 물웅덩이 소리를 즐기며 걷는것 같기도 합니다. 우산들이 모여들때마다 재잘재잘 빗소리같은 어린 목소리들이 합쳐지는것도 같습니다.

곁에 앉으신 엄마도 말씀을 줄이시고 손주의 우비며 장화를 챙기시는 한켠 곁눈질로 책을 들여다보십니다. 찰랑찰랑찰랑.. 난생 첨 보는 장 구경이 힘에 부쳤는지 등뒤에서 어느새 코 자고있던 개구쟁이아들놈이 , 운동화 버린다고 첨벙거리지 못하게하던 엄마품을 떠나 , 노랑 장화신고 까불거리며 유치원갈 모습이 눈에 담아집니다. 차분함과 경쾌함이 어우러진 빗속여행, 꼬옥 한번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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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가장 들려주고픈 100가지 이야기
김용란 지음 / 세상모든책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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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오느라 짐쌀때 바리바리 구입해서 들고 갔습니다. 영어로된 잠들기전책이야 와서 구하면 되겠지만, 모국어로된 잠들기책은 구할수 없을테니까요. 일단 이야기가 100가지나 되고 그것도 이솝우화, 그림동화, 안델센동화등등 구전동화가 많이 섞여있어서 목록보고 이 책으로 구입했습니다. 한달쯤 읽어주다가 제 편에서 책을 접고 꽂아만 놓고 있습니다. 언급했듯이 이야기가 고르게 많고, 잠들기 전에 잠시 읽어줄만큼 한편당 차지하는 시간과 공간이 작았습니다. 다른 분들의 말씀처럼 중간중간 감정삽입부문이 도움도 됬구요. 이야기 들어가기전에 작은 네모칸의 활용팁도 부모에겐 도움이 될것 같아요.

그러나 1/5쯤 읽어주다가 제가 고개가 갸우뚱 해졌습니다. 일단, 이솝우화는 그렇다 치고, 중-단편 동화들을 한두페이지로 요약하다보니 앞뒤전개가 우스꽝스럽게 되더군요. 걸리버여행기같은것이 대표적인 예지요. 구전동화들은 여기저기 책마다 약간식 결론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토록 황당하기는 또 처음이구요. 문학적인 가치도 현저히 떨어지네요. 너무 많은 걸 기대한다구요? 서점에가서 한번 읽어보세요. 원래 짧은 이야기말고 원래 한권정도는 되는 그림동화들을 골라서요. 전개가 어색합니다.

그리고 모두 그런건 아니지만 중간중간 내용이 어이없는 스토리가 있더군요. 친구를 지나치게 골탕먹인다든지, 작가가 제시하는 질문을 하기엔 당황스럽다든지 하는. 아이들책은 이왕이면 권선징악이 뚜렷하든지, 상상력이 풍부하든지, rhyme처럼 단촐하면서도 문학적이든지.. 아이들책다운 소스가 있었으면 합니다. '이런 식의 사회성은 길러주고싶지 않군'하는 마음에 책을 접었습니다. 무조건 착하게만 살순 없겠지만 지나치게 약게 살라고 가르치고 싶지도 않습니다.

왜 '지은이' 라고 하는지 알수가 없네요. 다른 이야기들을 축약한 정도인데. 그저 엮은이 혹은 편집 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요? 창작물도 아닌데.. 그냥 책장에 꽂아놓고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을때, 등장인물 이름을 잊어버렸을때 제가 한번씩 꺼내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굿나잇북은.. 역쉬.. 그림도 곱고 이야기가 단촐하더라도 아이가 '이거읽어주세요'할만한 것이 좋은것 같아요. 묶음책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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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열차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1
도널드 크루즈 지음, 박철주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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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들은 유독 '굴러가는 것'에 관심이 많더군요. 저희 아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동차와 기차는 물론이고 유모차도 타기보다는 끌고다니기를 더 많이 한것 같군요. 중고든 얻은 것이든 집에 있는 기차세트만 그래서 다섯갭니다. 기차나 자동차가 등장하는 책도 물론 좋아하구요. 아빠,엄마 책에서도 사진이나 그림속에 기차,자동차,비행기.. 등이 등장하면 자기책인양 들고다니곤 한답니다. 그런데 유독 <화물열차>에는 관심이 없어서 속상합니다. 그림/색깔도 이쁘고 여러가지 배울점도 있어보이는데..

'속도감'을 주는 페이지가 두페이지정도, 나머지는 그리 유동성이 있어보이지 않습니다. 평면적이랄까요. 글귀도 어쩐지 흥미롭기보다는 단어의 나열같습니다. 애써 ryhme 처럼 읽어주려고 해도 좀 힘들군요. 그래서 단조롭게 느껴지나 봅니다. 특별한 스토리 라인도 없네요. 색깔과 열차종류를 연결시켜놓고.. 그런 열차가 달려갔다.. 음..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일단 기차가 등장하니까 한번씩 꺼내들고 츄츄~하곤 하지만 애장용이 되기보단 전시용?서적이 되고말았습니다.

가끔 이런 낭패를 보곤합니다. 엄마입장에서는 상도 받은 책이고 인쇄도 잘되있고.. 여러모로 끌려서 사주었는데 도통 아이가 반응을 보이지않을때. 그런데 상이고 뭐고 별것 아닌거 같구만 굉장히 좋아하는 책이 있지요. 유명한 상이 아이에게 해법을 주지는 못하는것 같습니다. 가끔 다른 아이들이 놀러올때 보여주곤 하는데 저마다 반응들이 다 다른걸 보면 말이죠..그냥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고 말것을 그랬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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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사계절 그림책
울프 에를브루흐 그림,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 사계절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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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기저귀를 갈아주는 착한 남편이건만, 두돌이 지난 아들의 구린냄새를 매번 암말없이 참아내기는 힘든가 봅니다. 작업?이 끝나면 여지없이 한마디, '어유~ 똥냄시..' (냄새의 경상도식 표현입니다^^;;) 그 말을 두해넘개 듣더니, 어느날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며 '바이바이 푸푸(응가)~'하고 나오던 아들이 무심결에 툭 내뱉는말이란게 '아우~ 똥냄시~ ' 가장 사랑하는 테디베어를 꼭 끌어안으면서도 하는 말 '아우~ 똥냄시~' 결국 '똥냄시'는 똥냄새가 역겨워서 내지른 아빠의 투정이아니라 아들의 귀여움을 표현하는 저희집만의 독특한 애칭이 되고말았습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워낙 베스트 셀러라, 제 취향에 조금 덜맞는 듯한 그림이었지만 다른 분들의 책 고르는 안목을 믿고^^ 구입한 서적입니다. 그런데 첫장을 펼치자마자 옆에서 빼꼼 쳐다보는 아들은 몰라라 하고 휘리릭 책장을 넘겨버리는 비열한 엄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각 동물의 끙아를 특색있게 나열한 것이려니..라고 어림짐작했었는데 이야기를 펼치는 첫 전개에서부터 쌈빡^^하더니 마지막 마무리또한 기대이상이더군요. 마치 똥한판 시원~하게 해결하고 나온 느낌입니다^^ 두더쥐의 시원함도 이런걸까요??

제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번역'입니다. 동물들이 저마다 자기의 결백을 주장하며 자기 똥을 즉석에서 두더쥐에게 보여줍니다. 뿌지직~은 물론이고 저로하여금 감탄사를 연발케한 토끼똥 '오도당동당'은 그 절묘한 표현에 무릎을 꿇게 되었답니다. 은근히 원작의 표현은 무얼까 궁금하기도 했고, 멸시의 대상인 '똥'에 이렇듯 명쾌한 소리를 달아놓은 번역자에 바로 감동의 큰절을 올리게됩니다.

쉬는 잘 가렸는데 유독 끙아를 오랜동안 훈련해야했던 저희 아들. 덕분에 도서관에서 배변훈련에 관계된 비디오만 세편을 빌려보았고(아 이곳은 미국입니다^^;;) 따로 구입한책 두권, 한국에서 공수받은 책만 세권이됩니다. 모두들 끙아 문제를 해결하느라 한결같이 인상을 쓰고 구린 신음을 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책을 함께 보면서도 우~푸푸~하면서 함께 인상을 쓰게 되지요. 그러나 <누가 내머리에..>는 명쾌하게 '속시원함'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힘주느라 인상쓰는 동물도 없고 시간걸림도 없이 '싸고싶을때 바로! 쓩~'나오는 '시원한 똥무더기들' 그리고 기분좋게 사라지는 두더쥐의 흐뭇한 미소... 의성/의태어에 솔깃해 귀기울이는 아이들의 특징을 생각해볼때, 동물마다 딱딱맞게 설정된 글귀에 다시 감사하게되고, 동물들의 똥을 하나하나 검시?할수밖에 없는 줄거리에도 감탄하게 됩니다. 반복되는 어휘(니가 내머리에 똥쌌지?)랑 간결한 표현들은 물론이구요. 두더쥐를 따라 여기저기 똥구경다니면서, 더럽다-불쾌하다는 생각보다는 되려 똥사는 소리를 따라하게되고, 철퍼덕 떨어지는 소똥에 맞지 않길 잘했다고 휴우~하며 두더쥐와 같이 안심하게 됩니다.

저희 아들 두돌때 구입한책인데 한동안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니가 내머리에) 똥쌌지?'를 헤대는 통에 좀 곤란하기도 했습니다 --;; 아 물론 적절한 해결책도 찾아냈지요. '아니 아직 <누가 내머리에..>란 책도 모르신단 말씀이세요?' 하고 미안함을 뻔뻔함으로 대신하는 거죠뭐. 왠지 '똥'이란 말을 쓰기가 어색하고 민망하신가요? 책을 같이 읽어보세요^^ 책속에 들어있는 갖가지 똥싸는 소리도 아이랑 함께 내보시구요^^ 더이상 민망하거나 피하고 싶지 않은, 아이랑 함께 즐기고 누리는 '똥싸는 소리'와 '똥이란 어휘'가 된답니다. 자, 똥냄시야 이리오너라~ 오도당동당 뿌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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