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우산 (양장)
류재수 지음, 신동일 작곡 / 재미마주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지금 아이들에겐 세상이 '컬러풀'하다면, 우리 어린시절은 아직 '흑백'이라 할것입니다. 그 흑백의 추억속에, 노란 장화가 존재합니다. 어린시절엔 노란 우비가 얼마나 입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때아닌 우비 타령에 엄마는 보랏빛 우비를 사주셨습니다. 울고불고 떼를 썼지만 소용없었고 엄마는 떼쓰는 제 귓전으로 차마 하지 못하고 참았던 말씀을 나직히 던지셨댔습니다. '비오는날.. 노란우비뒤에 따라다닐련?..'

그제서야 문득, 노란우비는.. 저희 동네 고아원생친구들의 단복같은 것임이 생각이 났었습니다. 우리랑 하나도 다를바 없는 친구들이었지만 비오는 날이면, 유독 희끄무레한 노란우비속에 고개를 파묻고 줄서서 학교로 들어오곤 했었지요.. 약간은 아린듯한 추억이지만 시골학교분위기로는 노란색이 굳이 '구별'의 연장선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겐 그것이 차마 딸에게는 입힐수 없는 우비색깔이었던가 봅니다.

삼년만에 한국에 나가서 한달동안 신나게 '5일장'구경을 다녔습니다. 비좁은 좌판거리, 지나기만 해도 흥이나는 장날구경을 삼년만에 한것이지요. 그리고 가게앞에 장날 특선 상품으로 리어카에 실려나온 푸우가 그려진 '노란 장화'를 집어들었습니다. 물론 세돌박이 아들것입니다. 그리고.. 약간 가슴한켠조리며 고 옆에 놓아진 '노란 우비'를 집어들었습니다. '엄마, 한 사이즈 큰거 살래. 몇년 입게..' 슬쩍 엄마 마음을 떠보는데 '그래라, 신은 못그런다 장화는 사이즈별로 두개사주마' 아아.. 엄마의 기억이 접어졌나봅니다. 더이상 노랑우비는 금역의 옷이 아닌가봅니다.

미국에 사들고갈 책을 고르다 <노란 우산>이 눈에 띄었습니다. 노란 장화도 노란 우비도 아니고 노란 우산이라. cd가 포함되어있다? 그건 별로 기대하지 않고 흑백 기억속에 유난히 색스러웠던 비오는날 노랑색 때문에 구입을 결정하고 며칠후 받아들었습니다. 와아.. 반들반들한 책속에서 노랑색우산이 툭 튀어나올줄 알았는데.. 너무나 고운 노랑우산하나가 등교길에 오릅니다. 하나 둘.. 골목길에 색색들이 고운 우산들이 펼쳐지고 오르락 내리락 앞서거니 뒷서거니 개천까지 건너 한무리진 우산들...

비오는 날 조차도 삼엄하리만치 엄격하게 두줄서서 나란히 학교를 오르던 기억이 여전한데, 그 줄에서 확 풀어지듯, 마주치는 데로 우르르 모여들어 한 방향으로 이리저리 걸음하는 색색깔 우산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무심코 돌려놓은 cd 가락속엔 가볍게 우산에 부딪히는 빗방울소리가 경쾌하기까지 합니다. 보이지 않는 우산 속 꼬마는 어느 날 보면 콧노래를 하는것 같고 또 어느날 보면 찰박 찰박 물웅덩이 소리를 즐기며 걷는것 같기도 합니다. 우산들이 모여들때마다 재잘재잘 빗소리같은 어린 목소리들이 합쳐지는것도 같습니다.

곁에 앉으신 엄마도 말씀을 줄이시고 손주의 우비며 장화를 챙기시는 한켠 곁눈질로 책을 들여다보십니다. 찰랑찰랑찰랑.. 난생 첨 보는 장 구경이 힘에 부쳤는지 등뒤에서 어느새 코 자고있던 개구쟁이아들놈이 , 운동화 버린다고 첨벙거리지 못하게하던 엄마품을 떠나 , 노랑 장화신고 까불거리며 유치원갈 모습이 눈에 담아집니다. 차분함과 경쾌함이 어우러진 빗속여행, 꼬옥 한번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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