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의 심장
송길원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저자의 명성도 있고 강한 제목에도 끌려 책을 접하게 되었다.

내가 기대한것은 최소한 세가지였다. 하나는, <사모의 심장>이란 제목이하에, 정말 사모를 갑갑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이나 리스트, 공감대 또하나는, 많은 사모님들을 접해보았을 저자의 풍부한 경험담. 그거라도 안되면, 기독교계의 휴머리스트이시기도 한 저자의 시원하고 통쾌한 예화.

불행히도... 아무것도 없었다. 다 읽고난뒤에 책을 서재에 꼽으며 씩씩거렸을뿐. 어떠냐고 묻는 남편한테 딱 두가지로 답해주었다. 제목을 바꾸시던지, 이건 결국 보수적인 경상도 가장 목회자가 거는 사모에의 소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물론 소소한 얻음들이 아예 없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책 잘 펴내시는 <규장>과 <저자>의 명성과 강한 <책명>에 걸었던 기대가 너무 높았던건지, 다른 분들께 별로 추천하고싶지가 않다.

언제였던가 김남준목사님의 사모론을 읽었었다. 그것 역시 목회자가 바라본 이상적인 사모론 이었을뿐 김남준 목사님 특유의 목소리외에 별로 공감되는 책은 아니었다. 오히려 번역서들이 훨씬 경탄이 된다. 아마도 한국목회자들안에는 사모를 사모로 보는 객관적인 시선이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국남성들 안에있는 여성관이 사모를 기술하는 책에서도 그대로 묻어나기 때문이다.

적어도 사모론을 기술하려면 몇가지 점들을 유의해야하지 않을까.
하나는, <사모>는 직분이 아니다.

둘, 그럼에도 직분자나 사역자이상의 높고 다양한 기대를 충족시켜야하는 자리이다. 심지어 목회자들에게는 별로 고려되지 않는 여성 특유의 기대심리들이 사모에게 쏠린다. 따라서 결국 사모이야기는 남성의 입장이 아니라 여성들의 입장에서 쓰여져야 할 것같다.

셋, 최근에야 시선이 바뀌어가고있지만, 사모도 하나님께서 <사랑하시고><은사로 세우시는> 한 인격체이다. 따라서 사모라는 직책?으로 사람을 틀안에 가두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한 인격체가 하나님과 사람사이에 고귀한 자존감과 은사를 가지고 자신의 생을 헌신할수있도록 열려진 시선, 성경적인 시각을 가지고 다루어야한다.

넷, 남편이 거는 아내상은 한 부분으로만 국한되었으면 한다. 목회자입장에서 아내에게 이런 사모가 되어달라고 기술되는 책은 개인적 소망일뿐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다섯, 귀결의 문제다. 사모들은 기본?적으로 의지할곳이 하나님밖에 없다. 우스개도 있지 않은가, 사모에게 없는 다섯가지. 남편-자식-친구-취향-시간(과거와 미래포함). 그런 사모에게 기도만이 살길이요 <홀로서기>를 잘 하라는 책 속의 당부는 물위에 들뜬 기름같이 다가온다. 그렇다면 오늘날 평신도나 사역자들을 대상으로 저술된 방대한 규모, 다양한 주제의 기독교서적은 왜 존재하는가? 기도귀결의 당위성이야 말할것이 없지만 종료전까지 지속되는 일관되고 공감대는 글의 맥도 없이 내려지는 허무한 결론에 어이가 없다.

결혼<식>에서부터 사모는, 다른 여성들과 차별받는다.
결혼은 두 인격이 하나로 모아지는 특별한 곳이다. 그러나 그때 듣는 말씀부터 사모니까.. 순종하고.. 사모니까.. 기도하고.. 라는 전통적인 당위성에 기울인 권면을 사모혼자 들어야 한다. 뭇 여성들은 적어도 결혼때 받는 서적이 결혼 자체에 관련된 가정도서인데 나는 한권도 그런책을 못받아보았다. 대신 <사모>이야기를 그린 갑갑한 책 다섯권을 받았다. 그런것이 싫고 버거워 그런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번역서에서 느꼈던 객관적이고 통찰깊은 내용들을 한국 목회자들속에서 조금이나마 느껴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저서라는 것이 어차피 개인의 시각이라는 것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이미 역사적으로 서구기독교를 따라가기는 힘들다. 사모에대한 고찰도 한국에서는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거론되는 사모론이, 외국문화에 사대적인 성향도 띄지 말고, 그렇다고 성경에도 없는 한국전통윤리측면만 강조하지도 말고, 말씀안에서 한국문화를 널리 수용한후 내려지는 슬기로운 지혜담이었으면 좋겠다. 너무... 기대가 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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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elnail 2021-02-04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모님 글 감사해요. 사모님이 쓰신 이 댓글을 저장하였어요. 나중에 저의 아내가 될 사람에게 이런 마음으로 사랑하고 다가가는 남편이 되기 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