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장 속의 또다른 세상, 말하는 동물들, 신화 속의 생물들 -- 즐거운 상상력으로 재미난 이야기,
훌륭한 영화가 될 뻔 했으나, 지난 여름부터 기대했는데... 오오, 실망이다.
착한쪽=우리편
나쁜쪽=적
에 따라붙는 알레고리와 상징의 차용이 진부하다기보단,
다양하고 다중적인 캐릭터들을 어이없게도 단순하게 말아먹었다.
유니콘, 사자, 피닉스, 켄타우루스는 우리 편 = 착하고 정의롭고 멋짐
미노타우루스, 그 외 각종 못생긴 놈들은 다 나쁜 편.
유니콘만 해도, 사람을 태우지 않는다. 지고지순해서 전쟁의 어느 쪽에도 낄 수 없다.
지혜로운 켄타우루스는 미래를 내다보며 신비한 예언을 하고 머리 조아려 사정하면 조금은 도와주겠지만,
군대를 조직해 명령을 따른다거나 누구를 대신해 죽음을 자처할 수 있거나
의로운 일이라 해도 발벗고 나설 캐릭터가 아니다.

악의 세력이 쇠한 나니아에는 그럼 심심하게도 북극곰, 늑대, 미노타우루스 등등은 안 사는 것인가.
나: 북극곰은 왜 나쁜 편이야?
친구: 겨울이잖아. 근데, 나니아는 겨울 풍경이 더 예쁘더라.

사자 --
죄없고 높은 사자가 배신자를 대신해 죽었다.
정말 부활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두 명의 여인이 그 시신을 지키고…

에드먼드--
밉긴 하지만, 그 아이의 배신도 이해되지 않았다. 대체 쟤는 왜 계속 저러는 거지? 생각하며 보았다.
아무리 과자의 유혹에 이끌렸다지만, 어린 동생이 어른인 척 하는 맏형한테 갖는 반감 치고는,
왕좌에의 욕심도 별로 있어 보이지도 않더만,
제 가족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다른 생명도 중한 줄 아는 애던데,
톰누스네 집이 망가진 걸 보았을 때나, 적어도 마녀가 버럭버럭 소리 지를 때쯤부터는
이미 분위기를 파악하고 형제 자매들을 위험에 빠뜨릴 만한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저것 실망이라도, 나니아의 겨울 풍경 만으로도 볼 만한 영화.
그리고 이 멋진 카리스마 넘치는 마녀는 정말 신난다.


궁금한 점: 전에 다른 영화에서도 그랬는데, 2차 대전 중에 영국의 부모들은 왜 아이들만 시골로 피난시키는 거지? 왜 부모는 폭격이 내리는 런던에 남아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