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6세기부터 에트루리아의 양치기와 농민들이 살던 역사 깊은 도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어 11세기부터 학문적 예술적으로 번성한 도시, 북이탈리아의 유서깊은 상업의 중심지, 유럽 최초로 농노제를 폐지하였고 12-13세기 강력한 코뮌이었던 도시  -- 그래서 크고 화려할 줄 알았더니 뜻밖에 소박하고 아담하고 정겹다. 



















중세, 고딕,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이 고루 있다지만 꾸밈없는 중세풍이 지배적이다. 투박한 갈색 벽돌로 지은 성과 성당, 빨강 주황 황토색 건물들, 어디에나 있는 포르티코... 까맣게 때가 앉은 기둥들, 비바람에 빛바랜  벽돌들이 오랜 세월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물론, 당연히 차도 다니고 21세의 사람들이 살고 있긴 한데, 시간 여행이라도 한 듯, 아주 옛날의 유럽에 와 있는 것 같다.



포르티코 : 기둥으로 된 회랑. 중세에 들어 다른 도시에서는 포르티코가 점점 사라졌는데, 볼로냐에서는 반대로 사유지의 일부를 포르티코로 개조하여 마을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고 한다 (한낮에 지나가다가도 앉아서 쉬거나 수다떨고 테이블을 놓으면 차도 마시고 할 수 있는 그늘을 제공한다) 



도시 중심가의 커다란 광장들 외에도 작은 길들 사이사이 공간이 트이며 작은 광장들이 있다. 산토 스테파노 교회 앞.



포테스타 궁전의 마조레 광장에 면한 포르티코.



포르티코 아래 카페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광장을 바라봄. 
베네치아 페이퍼에서도 멋지다고 말한 적 있는 할아버지 가르송.



14세기 말부터 아직도 공사가 끝나지 않은 산 페트로니오 성당.  미완성이지만 야코포의 걸작 조각상들이 있는 내부가 웅대하고 아름답다는데, 지금 하고 있는 공사는 입구쪽을 막고 있어서 안에는 들어갈 수 없다.



마조레 광장 왼쪽의 시청 건물 코무날레 궁전.



코무날레 궁전 안쪽



2층의 시청사무실로 가는 입구. 한층 더 올라가면 시립미술관이다. 



미술관 간다고 잘못 시청사무실쪽으로 들어가서 우연히 보게 된 옛날의 의회실의 천장.
1677년에 만든 만큼 화려하다.  빨간 테피스트리를 걸고 붉은 색조로 장식했다고 Red Hall 이라 부른다.



코무날레 궁전의 왼쪽. 저 작은 입구로 들어가면...



옛날 천장과 기둥을 그대로 두고 바닥은 투명 플라스틱 -- 현대적으로 꾸민 서점,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 핸드폰 가게 등이 있다.



더 안쪽은 도서관. 도서관의 반대쪽 입구는 바로 시청 사무실과 미술관 쪽으로 나 있다. 

옛날 건물들을 그대로 살려 사무실로, 관공서로, 상점으로 쓰고 있는데, 내부의 커다란 기둥과 두꺼운 벽들을 그대로 둔 채로 (오늘날과 건축 방식라 없애면 무너질 것이다) 필요한 공간을 새롭게 분할하고, 둥글고 큰 천장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더하고, 전기와 상하수도 배관, 통풍 장치들을 들이는 것 자체가 대단한 창의력이라고 생각한다. 



마조레 광장 입구. 광장 곳곳에는 항상 (저녁에도)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철푸덕 앉아 있다.
왼쪽은 볼로냐의 상징, 시민들이 "거인"이라고 부르는 넵튠 대분수.  바다에 면하지 않은 볼로냐와 바다의 신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지 모르겠다.



넵튠상 아래 분수의 사면으로 반인반어 정령의 청동상이 있다.  그런데 물고기 꼬리 하반신이 인어처럼 하나로 된 게 아니라 사람 다리처럼 두 개이고 다른 물고기를 타고 있다.  우하하하! 이렇게 광장에 떡하니 저런 야한 자세로...

볼로냐 시내 외곽의 산루카 성당에 갔다.  마조레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쯤 가서 내리면, 언덕 위의 성당에 이르는 2km 회랑을 걷게 된다.





마을 아래쪽과 언덕위의 성당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있긴 한데, 주중에는 하도 드문드문 다녀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주중 오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산책, 조깅 코스인 것도 같다. 가끔씩 뒤돌아보면 볼로냐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며 점점 저~아래 있다. 그렇게 숨을 고르며 천천히 올라가는 것도 좋았다.  



회랑을 1/3쯤 올라가서 돌아다보다.



계속 올라간다. 헥헥.





2/3쯤 올라와서 내려다봄. 여기서부터 이탈리아 북쪽 국경에 이르까지 펼쳐진 롬바르디아 평원. 그래서 시야는 산자락 하나 없이 평평한 대지를 지나 멀리 눈덮인 알프스 산맥에까지 닿는다.



회랑길은 중간중간 휘어지고 그 구간마다 각도록 달리하는데,  두어 곳 많이 숨이차고 힘들다 싶을 때가 있다.  마지막 급경사 계단를 올라와 길이 확 꺾이면 다 왔다.  산루카 성당 내부는 작지만 흰색조로 화려하고 돔 천장을 통해 빛이 들어 환하다.

볼로냐 시립고고학미술관

   



중정이 아름답고, 에트투리아, 그리스, 로마, 고대이집트의 유품이 있다.  에트루리아 유품 전시실은, 그 양이 하도 많아서, 뮤지엄이라기보다는 창고 같다.  물론 웹사이트에 있을 줄 알았던 사진은 없다.  (앞으로는 유럽 여행 가거든 플래시를 안 터뜨리는 한 뮤지엄 안에서도 사진을 찍어야겠다)

   에트루리아 시대 도기, 대체로 이런데...

   이건 좀 특이하다.

   에트루리아 시대 B.C 350 의 묘비

   로마 시대의 향유병.  역시 특이해서...

   

금색, 황토색, 까만색은 자주 봤어도 이런 날파랑은 처음 본다.



마지막으로, 골목의 야채가게.

한국에서 파스타 식당에 가면 리조또나 라자냐가 느끼해서 거의 안먹었는데,  이탈리아에 가서 먹으니 다 맛있다.  미식가의 고장이라 하는 볼로냐의 음식은 고기와 치즈가 담뿍 들었다.  기름지지만 느끼하지는 않다. (쓰고보니 난처하군...) 그러고보니 파스타의 미트소스를 볼로네제라 하는데, 그게 "볼로냐식"이 아닐까 추측한다. 

신기한 것은, 밥을 참 오래들 먹는다.  거래처의 저녁식사에 갔는데, 8시부터 시작해서 빵과 에피타이저, 샐러드, 수프, 프리모(첫째 음식으로 주로 파스타류), 세콘도(고기나 생선같은 좀 더 무거운 요리), 디저트 (케익, 과일, 술이 들어간 커피가 차례차례) 12시까지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이게 대단한 만찬이 아니라 보통보다 조금만 더 과하게 차린 상이고, 뭘 먹어도 두세시간은 먹는다 한다.  7시 전에는 문을 안열거나 열어도 8시부터나 본요리 주문을 받는 식당들도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낙천적이고 먹고 요리하는 걸 즐긴다더니, 저녁 시간은 몽땅 먹는 데 쓰나보다, 먹는 게 정말 즐가운가보다... 햇빛도 좋더만, 그래서 인생이 즐가운가보다...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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