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2-1976년에 J. Paul Getty 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의 아버지는 석유사업으로 돈을 번 부자였고, 그 역시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일찍이 사업에 수완을 보였다. 그러다 불쑥 25살에 "난 로스엔젤레스의 날날이가 될 테야" 하며 회사 경영을 그만두었고, 결국 다시 가업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그의 아버지는 죽으면서 "이 놈은 내가 일으킨 사업을 다 말아먹을 놈"이라고 욕했다.
수많은 투자와 투기를 통해 Getty Oil Company는 세계 8대 석유 기업이 되었고 (폴 게티 사후 이 회사는 Texaco에 인수되었다) 1957년 포춘지에 의하면 그는 세계 최고의 부자였다. 그러나 그는 손님이나 일꾼들이 장거리전화, 국제전화를 쓰면서 전화요금이 많이 나온다고 집에 공중전화를 설치했다. 
폴 게티는 5번 결혼했으며 한번도 부모를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았고, 자식들의 결혼식에도 한 번도 못갔다. 그는 "자식들이 반항해서 재산을 물려줄 수 없다"며 유서를 21번 고쳤다.
게티는 예술품과 골동품 수집을 좋아해서 게티 뮤지엄을 짓고 30억 달러를 들여 세계 곳곳의 역사적 유물과 예술품을 사들였다.  그가 평생 수집한 예술품 값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소장품 (가격을 매긴다면) 가치의 25배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진품 여부가 불확실한 작품에 엄청난 값을 지불하기도 했고, 게티 개인의 골동품 취향이 우선이었던 고로 컬렉션은 형편없는 것들도 많고, 그래서 게티 뮤지엄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J. Paul Getty Trust Fund는 미술 창작, 예술의 학문적 연구를 지원하며 좋은 데 쓰이고 있다.
폴 게티는 평생 자기 속옷은 스스로 빨아 입었다.


게티 센터 전경


정원 쪽에서 바라보면...

게티 센터 전시관 끝 (입구에서 가장 먼) 에서 보는 로스엔젤레스

로스엔젤레스와 멀리 태평양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 게티 센터는 건축이 참 아름답다. 소장품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처음 한 번뿐이고 (그리고 실망했다) 그 이후엔 그냥 바람 쐬러, 차 마시러 자주 갔었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주차비는 $5, 여러 언어로 소장품과 건축에 대한 다양한 안내서가 준비되어 있고 설명 프로그램도 잘 되어 있다. 오디오 가이드, 어린이를 위한 이벤트도 다양하다.  특이한 것은 "당신이 바쁘다면… 1시간 만에 게티 둘러보기" 라는 안내서인데, 상설 전시실의 소장품이 양에 비해 일일이 들여다보기에는 그저 그러므로, 이 안내서를 따라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모든 방문객은 언덕 아래에서 트램을 타고 올라간다.  졸졸졸...
그것은 산길을 조금 걸어 절에 이르는 기분과 비슷하다.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다른 공간으로 들어서기.


     

트램에서 내려 계단을 조금 오르면 곧바로 안내데스크와 만나는 로비로 들어서게 된다.
(화장실, 유모차 대여소, 뮤지업 샵 등은 여기서 좌우로)
안내데스크를 지나 바로 문을 나서면 이렇게 트인 공간이 있고, 전시실은 각각 직육면체 또는
원통형의 독립적인 건물들로 이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 (물론 전시실끼리는 어떻게든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되는 동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커피샵과 카페테리아가 따로 있지만, 여기서도 많이들 커피를 마신다.
아치형의 분수도 있고, 시냇물 비슷한 것도...

바람 쐬고 차마시고 친구와 수다 떨러 간다지만, 자주 바뀌는 기획전시는 볼 만한 것들이 많다.
보통 전시실 1개 정도를 쓰므로, 한시간 미만으로 둘러 보게 된다.
미리 이걸 봐야지 하고 오지 않았어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오른쪽 계단을 내려가면 또 다른 공간이 열린다  -- 정원.
빙글빙글 돌아가며 다양한 식물들을 찬찬히 보게 되는 정원이 있고,
그냥 앉아서 놀거나 누워서 책읽어도 좋은 약간 경사진 풀밭도 있다.






직선과 원의 조합으로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내며 흰 돌로 마감하여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부드럽게 반사시키는 게티 센터의 건축은 우아하고 장엄하면서 편안하다. 
건물 안에서도 전시 공간이 아닌 (통로라든지) 곳은 천창이거나 뚫려있거나 늘 바깥풍경과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같은 건물도 어느 쪽에서 들어가느냐에 따라 층이 조금씩 어긋나게
설계되어 있어 (반층~1개층) 미로 같기도 하고, 끊임없이 다양하다.
전시실 사이를 지나다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LA의 전경이 다른 각도로 내려다 보이거나
열린 공간의 작은 휴식처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공해가 많다는 것이 1차적인 이유이지만, 지형이 어쩌구 저쩌구, LA는 스모그가 낄 수 밖에 없다고도 한다.
비갠 오후, 또는 비온 다음날이라면 꼭 게티 센터에 가 볼 것을 권한다. 
깨끗한 LA의 전혀 다른 풍경을 보게 될 테니...  

게티 뮤지엄은 처음에는 말리부에 있었다.  지금의 게티센터는 1997년 12월에 게티 뮤지엄은 Richard Meier
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현재의 산타모니카 언덕으로 이사했다. 원래의 말리부 게티 빌라는
(로만스타일 건축) 그리스, 로마 예술품 전시 위주의 분관으로 2006년 1월에 재개장한다. 
(원래는 2001년에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동네가 시끄러워지고 차가 밀리는 것을 싫어한 말리부 주민들의
소송으로 공사가 중단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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