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는 전에도, 컨퍼런스로 왔다가 컨퍼런스만 하고 아무것도 못보고 갔다. 당시 학생으로서, 참관 자격으로 왔던 나는 별 쓸데 없는 회의도 꼬박 앉아서 듣느라 호텔 밖으로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그 이후에도 LA에 살면서 샌디에고에 놀러 올 때도 이상하게 씨월드랑은 인연이 안 닿아서 가보질 못했다.

훕! 이번 출장의 목적은 씨월드다 (아니지, 일해야지). 이번에도 일은 죽도록 많아서 피곤하고, 게다가 아프기까지 해서 못 갈 뻔했다. 다행히 마지막날 일요일, 모두의 염원으로 드디어!!!  

     

  

샌디에고 씨월드의 마스코트 범고래 샤무. 어찌나 귀여운지.... 두번이나 보았다. 하지만 아침에는 씽씽하던 샤무도 해저물녁 공연에는 기력이 좀 떨어져 보였다. 앞쪽에 앉으면 흠뻑 젖을 수도 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에 나오는, "안녕, 지구는 곧 사라져, 잘 있어"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 바로 그 돌고래들.

    

가장 하고 싶었던 게 이거였다. 돌고래 만지기. 언 고기를 사서 먹이를 준다(비린내가 손에 오래 남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돌고래들도 성격과 취향이 제각각이다. 어떤 넘은 까륵까륵 애교 만점. 먹이를 주면 꼬리를 흔들고 쓰다듬어 주는 걸 좋아해서 오래 가만히 있는가 하면, 어떤 넘은 "내가 여기 갇혀서 먹고 살자고 이짓을 하기는 하는데 말야, 귀찮으니까 웬만하면 만지지는 말고, 얼른 먹이나 줘" 하면서 훽 뿌리치고 가버리기도 한다.

샤무와 돌고래 쇼에서 청중 가운데 아이 하나를 불러서 범고래와 돌고래를 만져보게 하고는 느낌이 어떠냐고 묻는데, 두 아이 다 "핫도그 같아요" 라고 대답했다.  동행한 작가님과 나의 합의: 고무와 진흙의 중간 정도?

   

동물들이 워낙 재미있다보니 cirque de la mer 는 흥이 떨어진다. 저녁을 먹고는 탈것도 하나 타 보았다. 오자마자 일행과 함께 아크로뱃 쇼를 보면서 먹는 "여름밤 스페셜" 부페를 예약했는데 (알고 보니 샤무랑 저녁먹기, 샤무랑 아침먹기도 있었다)  추웠다는 걸 빼고는 맛도 가격도 괜찮은 편.  

펭귄은 시차 때문에 (남극이 해없는 때여서 그런가?) 오후 1시가 지나면 만날 수 없다. 이넘의 자식들, 여기 온지가 언젠데 (나도 이러고 다니는데)... 쩝.

그리고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미리 예약해서 "돌고래와 헤엄치며 놀기"도 해 볼 생각이다. (한달간의 예약이 꽉차있고, 주로 꼬마들이 하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 부담스럽긴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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