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후 2시 남역에서 내렸다.
역에서 가까운 호텔을 잡을 생각이었는데, 역에 내리자마자 "한국분이시죠?"로 시작해서 호객하는 한인민박에 묵기로 한다.
(친구가 알려준 유럽여행의 팁: 성수기가 아니라면 호텔 예약 안하고 대충 발에 채이는 가까운 호텔에 들어가도 된다. 미리 예약하는 것보다 가격이 더 비싸지도 않고, 주소들고 어딘지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고, 마음에 드는 도시라면 하루 더 있어도 되고 일정이 유연해진다.)
역시 그 민박은 불편했지만 어쨌거나 숙박비 예산을 120 유로는 아낀 셈이니, 대신 미술관 기프트샵에서 질러댔다.
트램을 타고 빈 시내 한바퀴 돌고 (30분) 란트만 카페에서 아펠스트루델 (바삭거리지 않는 사과파이) 을 먹고, 바람불고 흐린 늦오후다, 옷을 여미고 길거리를 배회하다.
암호프 주변의 길거리
보그너가세 9번지 엥겔약국. 빈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 유겐트슈틸(청년양식) 프레스코화로 약국 정면을 장식했다.
가장 번화한 케른트너 거리, 길거리 악사
스테판 광장 북쪽의 뒷골목 조넨펠스가세 (아름다운 등불의 길)
저 집의 저 램프가 이 길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
(c) moxie design studios
저녁을 먹고 시립공원에 가서 빈의 상징인 요한 스트라우스상을 눈도장을 찍고,
Kursalon 에서 모차르트와 스트라우스의 여러 곡을 연주하는 실내악을 듣다.
경쾌한 왈츠와 <매직 플루트> 오페라 듀엣과 아리아 레퍼토리는 기분을 밝게 한다.
올해 빈에서는 모차르트 250주년을 기념하고 있어서 여기저기서 모차르트 연주회와 행사를 열고 있다.
쇤부른 궁전
쇤부른궁전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적 기념비 중 하나로, 원래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궁으로 사용되었다.
황제 프란츠 요셉(1840~1916 통치)이 1830년 이 궁전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마지막 여생을 이곳에서 보냈다. 1918년에는 신 공화국의 소유가 되었으며, 그 역사적 중요성 때문에 궁전과 정원은 빈 최고의 관광지가 되었다.
궁전 내부에는 모두 1,441개의 방이 있으며, 그 중 약 3%인 45개의 방만이 공개되고 있다. 마리아 테레지아의 화려한 아파트와 그녀의 방, 침실, 그리고 6세의 어린 모짜르트가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를 위해 파아노를 연주했던 거울의 방, 프란츠 요셉의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침실 등이 유명하다. http://kr.ks.yahoo.com/service/ques_reply/ques_view.html?dnum=IAF&qnum=4047005 에서 발췌함.
(사진) http://www.travelblog.org/Europe/Austria/Vienna/blog-68092.html
목요일 아침, 쇤부른 궁전을 관람하다.
집무실, 서재, 차마시는 방, 아침식사 방, 파우더룸, 축하의 방, 사냥의 방 등등 40개의 방을 보았다.
음, 정말 화려하군, 집무실은 의외로 작군, 왕도 일이 많고 바빴군, 집안에서 옮겨다니기도 참 멀군, 이 방은 예쁜군 등등의 생각이 들었지만 별 감흥은 없다.
벨베데레 궁전
오스트리아 바로크 건축의 거장 힐데브란트가 지음. 루이 14세의 미움을 받아 오스트리아로 망명하여 군인이 되었고 예술을 사랑한 오이겐공의 여름 별궁(하궁 1716년에 지어짐) 연회장 상궁 (1723년) 이 정원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오이겐 공 사망후 합스부르크가에서 매입하여 미술 수집품을 보관하는 데 썼다.
현재 하궁은 중세-바로크 미술관, 상궁은 19-20세기 미술관이다.
근처 식당에서 사슴고기 슈니쩰을 먹고 (사슴고기가 제철이므로... 슈니쩰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상궁 관람.
The Kiss, 1907-08, Oil, silver- and gold-leaf on canvas, 180 x 180 cm
사실은 지금까지 달력과 도판에서 본 클림트의 그림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걸까 생각했었는데, 아아, 숨이 턱 막힌다. 오래오래 그 앞에 서있었다. 모네와 고호랑 동류다, 도판과 실물의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고호 그림의 떡칠처럼 [키스]의 채색은 입체적이다. 동그란 금빛 물감 무늬는 부조처럼 돋아있다. 금박의 남자 옷도, 황토색 바탕에서도 금박도 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붉고 푸른 원색의 무늬의 여자옷도 마찬가지다. 동글동글 높고 낮은 입체감은 꽃밭에 서 있는 것 같다. 아와는 반대로 핏줄이 드러날 듯 하얀 피부는 지극히 평면적이고 화려한 옷과 대조를 이루며 지독하게 창백하다. 숨막이게 아름다운, 에로틱한 그림.
클림트에 반하고 미술관의 마법에 걸려서 나오는 길에 이것저것 사버렸다.
Poppy Field, 1907, Oil on canvas, 110 x 110 cm
Fritza Riedler, 1906, Oil on canvas, 152 x 134 cm
유디트, 아담과 이브, 물뱀도 보고싶었는데, 어딜 갔을까.
Franz Eybl, 책읽는 소녀, 1850, 53 X 41 cm
Johann Baptist Reiter, 책읽는 소년, 1861, 60 X 48 cm
Egon Schiele, The Family, 1918, Oil on canvas, 152.5 x 162.5 cm
Egon Schiele, Death and the Maiden, 1915/16, Oil on canvas, 150 x 180 cm
Richard Gerstl, Laughing Self-Portrait,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