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아침부터 가을 오후까지 심지시선 8
김석교 지음 / 심지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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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이빨에 때가 낀다
남의 몸을 먹은 죄
그 식적이 남아
나의 무기를 삭게 한다
그러니까 이 닦기는
남의 살을 열심히 뜯기 위해
나의 무기를 벼리는 일

내 혀와 이를 거쳐
입 밖으로 빠져나간 말들이
너의 귀에 들어가면
음악이 아니라
때가 되고 있진 않을까
깊이 들어간 헛소리를 파내기 위해
그래서 넌 귓구멍을 후비는 건 아닐까

황사바람 부는 날이면
허공을 뒤덮는 먼지보다
가슴의 사막에 묻어둔
녹슨 기억의 때가
푸실푸실 일어날까
나는 그게 더 불안한 것이다-24~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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