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환 자서전 - 떠돌이 목자의 노래
문동환 지음 / 삼인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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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환 목사가 작년에 그러니까 미수(米壽)에 이르러 3개월간 한겨레에 연재한 글을 다시 정리하여 한 권의 두툼한 책으로 자서전을 냈다. 몇년 전 S사에서 나온 그의 세살 터울 형님 문익환 평전을 채 읽지 못하고 어딘가에 뒀지만 책의 두께로만 봐도 두 형제가 참으로 이 나라에 끼친 영향은 큰 것 같다.

북간도에서 태어나 윤동주 시인과 벗하며 성장한 그가 불혹의 나이에 한국신학대학 교수가 되면서 해직과 복직을 거듭한 것은 오로지 반독재 투쟁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낮은 곳에서 민중과 함께 했던 그의 삶은 

1,2부는 과거 회상의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1976년 명동성당에서 삼일운동 기념미사 뒤 '민주구국선언'을 하게 되면서 김대중, 문익환, 함세웅, 서남동, 이문영, 안병무, 윤반웅, 신현봉, 문정현, 이해동 등과 함께 서울구치소에 잡혀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감옥생활을 체험한 것은 불안함과 더불어 일면 뿌듯함을 심어주었고 이 자서전의 서막이 된다. 일본에서 신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만나 깊이 사귀게 된 장준하 선생님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3부부터는 1977년 마지막 날에 출소하면서 이 땅의 민주화의 역사를 함께 밟아간 그의 삶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고난과 역경의 날들이다.  YH노조 사건으로 다시 구속되었다가 유신정권의 몰락 시점에 다시 출옥하여 한신대에 복직하지만, 서울의 봄을 일장춘몽으로 만들어 버린 신군부의 폭압 앞에서 어쩔 수 없는 힘의 부침으로 미국 망명길에 오른다. 몇년 뒤 신병 치료차 미국에 오는 김대중과의 재회하여 나눈 만남의 기록들도 생생하다.
1984년 봄, 전두환 대통령이 민심수습 차원에서 모든 해직 교수들의 복직을 허용했을 때 결국 그는 꿈에 그리던 조국의 한신대 교수로 복직하기에 이른다.

1986년에 교수직에서 은퇴한 문동환 목사는 민주화 열기의 정점을 밟으며, 1988년 김대중 총제의 평화민주당에서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한다. 중간에 친형인 문익환 목사의 방북 사건(1989)에 대한 견해도 기록하고 있으며, 민의를 거스른 3당합당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정계를 은퇴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1992년의 이야기는 따로 정리하지 않더라도 그의 착찹한 심정을 읽게 만든다. 그 이후 쭈욱 미국에서 생활하며 정력적으로 말년을 보내고 있다.

마지막을 사진으로 장식한 노목사의 자서전은 우리 젊은이들이 자신이 못다한 일들을 지속적으로 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소망으로 가득하다.

북간도에서 일본에서, 해방 조국에서, 감옥에서, 미국에서, 한국에서, 다시 미국에서 살아가는 떠돌이 목사의 이야기... 미국인 아내 문혜림(한국명)과의 애정도 슬쩍슬쩍 묻어 나오는 이 책은 일제시대와 대한민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육성으로 담아내고 있는 가치있는 기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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