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위화 지음, 조성웅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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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에 나온 소설 제목이 안타까웠다. 아무래도 계절에 맞춰 독서를 해야할성 싶었는데, 내년 여름을 기다리기엔 안타깝고 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위화의 소설이기에... 약간 늦은감은 있지만 그래도 아직 반소매 셔츠를 입고 출근할 때, 읽어줘야 할 것 같은 소설이었다.




전율
오천 권의 책을 소장한 마흔세 살의 가난한 시인 저우린(周林)은 서가의 책을 뒤적거리는 일상을 반복하다 오래 전 편지 한 장을 발견한다. 그것은 시인의 전성기였던 12년 전에 누군지 기억도 나지 않는 마란(馬蘭)이라는 젊은 여자가 보낸 연서였다. 이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이 초라한 시인은 마란에게 과감하게 답장을 보내고 열흘쯤 후에 기대하지 않았던 답장까지 받는다. 마란의 초대를 받고 찾아가 별장에서 주고 받는 대화를 통해 그녀와 또 다른 여자들의 이야기를 기억해 내려 애쓰는 시인에게 전율이 다가온다. 전율이란 무엇일까?

우연한 사건
9월초 협곡 카페, 음악이 흐르고 여종업들의 끈적이는 눈빛과 매혹적인 몸짓들 속에서 벌써 술을 석잔이나 마신 머리카락이 단정한 남자가 마주 앉은 남자를 칼로 찌르고 자수한다. 목격자인 천허와 장퍄오는 경찰의 실수로 신분증이 뒤바뀐 것을 계기로 살인 사건과 치정에 관한 서간문 형식의 흥미로운 토론을 시작한다. 그리고, 3개월 동안 편지로 주고받은 그들의 치밀한 분석은 협곡 카페의 재회와 함께 놀라움을 선사한다. 어떤?

여자의 승리
린훙(林紅)이 남편의 서랍을 정리하다가 칭칭(靑靑)이란 여인의 연서를 발견한다. 흥분한 린훙은 분을 못이기고 출장에서 돌아온 리한린(李漢林)은 칭칭과의 관계를 순순히 시인하고 다시는 만나지 않겠노라고 약속한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을 용서하지 않았고, 쇼파로 내몰린 남편은 침묵하며 독서에 빠져 버렸다. 수십 일 간의 긴 침묵에 괴로운 것은 아내였지만 남편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그들은 이혼하기로 결심한다.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추억의 카페에서 우연히 칭칭을 만난 두 사람은?

무더운 여름
어느 여름밤, 샤워를 마친 두 여자 리핑과 원훙이 등나무 평상을 길가에 내다놓고 그위에 잠옷치마 바람으로 잡담을 나누는데, 두꺼운 모직 바지를 입은 리치강(李期剛)이 접근하여 얼마 뒤에 있을 훙화(紅花) 콘서트의 최고급 좌석표를 주겠노라고 약속한다. 두 여자는 기관에서 일하는 리치강을 평소 바보 취급하며 단지 이용만 해먹으려는 것 뿐이다. 그때부터 시작되는 훙화와 리치강과 리핑과 원훙의 돌고 도는 관계는 인간 본성에 대한 미지근한 핵심을 논한다. 한 달 뒤, 누구 가슴에 못이 박힐까?

다리 위에서
"우리..." 결혼 오년차, 트럭운전사인 그는 아내에게 친구(?)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번씩 찾아오는 그 친구를 알고 지낸지 어느덧 십년이 넘었는데, 집요하게 친구를 기다리는 건 처음이다. 때가 되었으나 오지않는 친구를 기다리며 낙싯밥(?)까지 챙겨주는 남편, 아내는 이해가 안되지만 남편의 천진함이 우습다. 다리 위에서 오래 되풀이 되는 남자의 첫 마디 "우리..." 그리고 이어지는 충격적인 뒷말은...

그들의 아들
지천명의 스즈캉(石志康)은 인파를 피해 전차 정류장을 하나 더 앞질러 걸어간다. 토요일 오후5시, 이미 만원이 되어버린 전차를 겨우 잡아 타고, 버스로 환승까지 해가며 두부를 사들고 어렵사리 귀가 한다. 뒤이어 생선 두 마리를 사들고 버스에서 다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돌아오는 아내 리슈란. 주말을 맞아 귀가하는 대학생인 아들을 위해 빠듯한 살림에 무리를 하는 부부지만 철없는 아들은 부모가 평생 한 번도 타보지 못한 택시를 타고 돌아온다. 밤새 뒤척이는 부부는 다음 날 어떤 모습일까?


이렇게 여섯 가지 매력적인 중단편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위화는 신분상승을 위해 문화관을 찾았고, 세 가지뿐인 선택의 기로에서 작곡과 회화를 새로이 시작할 자신이 없어 소설 쓰기를 선택한 사람이다. 그렇게 그의 뜨거운 글쓰기는 시작되었고, 이 멋진 소설집의 뿌리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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