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듣는 노래 - 바그다드 이야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99
제임스 럼포드 글 그림, 김연수 옮김 / 시공주니어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고양이는 낏뜨قط, 오렌지는 나란지برتقال, 낙타는 자말جمل...
자기 소개를 할 때는 '내 이름은 알리입니다.'일 때. 이즈미 알리(اسمي علي)라고 발음한다. 

발음은 대충 넘어간다 하더라도 지구상에서 가장 난해한 문자는 아무래도 아랍어가 아닐까 싶다. 아랍어는 오른쪽에서 시작하여 왼쪽으로 읽어 나가며 획의 장단에 따라 의미가 확연하게 차이나는 문자라고도 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주인공 알리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부모님과 할아버지, 여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소년이다. 축구 말고도 알리가 좋아하는 한 가지는 아랍어를 종이에 예쁘게 쓰는 서예다. 알리는 13세기에 활동했던 전설적인 서예가 '야쿠트 알-무스타시미'를 존경하며, 소년의 어머니는 여기저기 글쓰기 연습을 일삼는 귀여운 아들에게 '야쿠트'라는 영광스런 별명을 붙여준다.



알리가 생각하는 서예는 마치 축구와 흡사하다. 점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기나긴 문장을 쓰는 일은 마치 축구 선수가 공을 차며 달려가는 모습을 슬로 비디오로 보는 듯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라면 '바그다드'에서 연상되는 것이 전쟁일 것이다.
맑은 눈의 알리는 서예를 통해 전쟁과 평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글자 쓰듯이... 하르브(حرب 전쟁)은 아주 쉽게 써지지만, 살람(سلام 평화)은 어렵게 꼬며 시작해서 길게 두 번 위로 선을 그었다 내려와야 하는 등 쓰기가 벅차다는 것이다.



살람(سلام)을 눈 감고서라도 쓰고 싶다는 평화가 그리운 소년 알리...
자신이 동경하는 야쿠트가 1258년에 몽골 침략기에 높은 탑에 올라 오로지 서예로 견뎌냈듯이 2003년 미국의 폭격과 시작된 암울한 바그다드에서 예쁜 글쓰기로 위안 삼았다는 부드러운 평화의 이야기가 잔잔한 호소가 되어 귓가를 맴돈다.

이 멋진 그림책은 하와이에 살고 있는 제임스 럼포드의 작품이며, 번역은 우리 문학계의 김연수 선생님이 맡아 깔끔하다.

비록 그림책이지만 어렵게만 생각하던 아랍어 책이라 오래 소장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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