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피시 Banana Fish 1 - 완전판
요시다 아키미 지음, 김수정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무엇이 편견인지 사랑에 대한 정체성과 헤밍웨이와 명문들이 뒤섞인 걸작...
1984년부터 10년간 연재되었다는 요시다 아키미의 걸작 만화가 애니북스에서 재출간 되었다.

이 만화는 비정한 뉴욕의 뒷골목을 질주하는 폭력 청소년들이 암흑가를 지배하는 이야기이자 폭력에 관한한 모든 것을 망라한 작품이다. 살인과 폭력, 테러와 총기난사, 마약과 매춘, 정경유착과 세력 다툼 등 액션 영화의 모든 것을 섭렵하는 꽤나 웅장한 스케일의 작품이다. 단 하나 우습게 취급되는 것이 있다면 여자!! 이 작품에는 여자가 씨가 말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섹스는 난무하지만 형사 찰리와 마디어, 기자 맥스와 제시카 부부의 사랑이 언급되지 않았다면 여자와 남자의 사랑은 찾아볼 수가 없다.

1973년 베트남, 한 병사가 동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한 뒤 '바나나피시'를 중얼거린다.
1985년 뉴욕, 쫓기던 한 사나이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 알 수 없는 알약과 어떤 주소와 '바나나피시'라는 말을 남긴 채 떠난다. 
사나이의 임종을 지켜본 열일곱 살 소년 애시 링크스는 바나나피시의 의문을 풀어 보기로 결심한다.
도대체 바나나피시란 누구일까? 아니면, 어떤 물건일까?



'바나나피시라는 물고기를 보면 죽고 싶어진다...'

J.D. 샐린저의 단편 소설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에 나오는 구절이다.
휴가를 보내던 천재시인 시모어 글래스가 플로리다 해변에서 시빌이라는 어린 소녀를 만나 들려주는 이야기이며, 호텔방으로 돌아온 시모어는 잠든 부인 뮤리엘 곁에서 권총 자살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약에 절어 지내며 겨우 목숨만 부지하는 파월 병사 그리프 캘런리즈...
그리프의 동생 애슬란 캘런리즈는 뉴욕 암흑가의 청소년 조직을 평정한 애시 링크스(Linx;살쾡이)라 불린다.
애시 링크스가 바나나피시라는 정체불명의 인물 혹은 물건 때문에 음모에 휘말리고, 그 뒤를 추적하는 코르시카 마피아 마빈에 의해 충성스런 부하인 스킵을 잃는다. 분노한 애시가 스킵의 복수를 위해 마빈을 찾아 갔을 때 이미 마빈은 죽어 있었고, 복수는 커녕 마빈 살해의 누명까지 뒤집어 쓰고 감옥에 들어간다.

코르시카 마피아 두목 디노 곁에는 애시 제거에 앞장 서는 악랄한 오서가 있었다. 애시를 제거하고 뉴욕 청소년 암흑가를 지배하려던 소박(?)한 꿈의 오서가 디노를 부추겨 마빈까지 죽여 주는 동안 애시를 향한 디노의 알 수 없는 감정들...

감옥에 까지 찾아오는 디노의 손길을 피하는 애시 곁에는 형의 베트남 전우인 맥스 글렌리드이 있었다. 정의로운 뉴욕경찰 젠킨스 경감과 찰리는 애시를 보호하기 위해 카메라 기사 이베를 따라 뉴욕에 온 일본 청년 에이지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이 싸움은 복잡한 구도를 형성한다. 주변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위기에 빠져드는 애시는 스스로 수동적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친다. 애시와 디노의 한 판 승부, 그 중심에 던져진 바나나피시란 도대체 무엇일까?

보석으로 풀려난 뒤에도 코르시카 마피아의 1급 비밀인 '바나나피시' 때문에 형을 잃고, 쫓기는 애시 링크스의 적나라한 과거는 몹시도 아프다. 고향인 케이프코드를 거쳐 로스앤젤레스로 떠난 애시 링크스와 친구들은 화교 마피아와 협력하여 더욱 더 압박해 오는 디노의 압박에 더욱 더 곤경에 쳐하며... 그토록 다정했던 중국인 친구 쇼터를 직접 살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야 바나나피시의 비밀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알면 알수록 위험에 빠지는 애시 링크스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매우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따라 전개 되는 이야기의 마력은 읽는 이에게 밤을 새우도록 강요하는 중독성이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심야의 지하철과 국립정신위양센터, 끝없이 이어지는 하수도와 자연사박물관까지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킬리만자로는 높이가 19,710피트로 눈덮인 산이다.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신의 집(누가예 누가이)이라 불린다. 이 서쪽 정상 근처에 바싹 말라 얼어붙은 한 마리 표범의 시체가 있다. 이렇게 높은 곳까지 표범이 무엇을 찾아 올라왔는지 아무도 설명할 수 없다. (헤밍웨이-킬리만자로의 눈 중에서)

헤밍웨이를 즐겨 읽던 완벽한 킬러 블랑카의 전율로 다가오는 한 마디...
화교 마피아 리 일가의 새 보스 웨룽이 되새기는 이 전율의 한 마디는 그들의 입장에서 복선이었다.

"상처 입은 맹수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겨보는 만화라 조금 어색했지만 몰입! 대단한 몰입이었다.
여자가 없는 애정 만화... 아, 그것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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