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님 ㅣ 느림보 그림책 17
윤재인 지음, 민소애 그림 / 느림보 / 2009년 9월
평점 :
헬렌 오이예미의 이카루스 소녀를 몇 장 읽었을 때, 이 그림책이 떠올랐다.
영국인 아빠와 나이지리아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여덟살 소녀 제스의 이중자아에 관한 이야기가 코피노 김수진의 이야기와 오버랩 되었던 것이다.
번역서도 아닌데 표지가 약간 어색한 그림책이다.
바나나와 파인애플이 주렁주렁 널려 있는 과일가게 앞에서 입 꼭 다물고 나를 바라보는 소년...
오천년 역사의 단일민족을 자랑하던 이 꽉 막힌 나라의 후예는 분명히 아닌 데, 작가와 화가는 한국인이고, 제목도 출판사도 우리 문화 그대로였다.
주인공은 동남아 소년 본본이다. 정확히 필리핀 현지에 사는 필리피노다.
소년 본본은 엄마와 함께 살며 아빠는 소년이 태어나기 전부터 외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나가 있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슬레이트 지붕에 목조 건물, 나무로 연결된 작은 전신주와 집 외벽에 따닥따닥 붙어 있는 빨랫줄과 우리 정서와 조금 다른 빨랫감들이 널려 있다. 영락 없는 오래 전 우리 시골의 풍경이다.
엄마와 단둘이 아침 식사를 하다가 고양이 피키가 세수를 하니 기뻐하는 본본...
우리들은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 오거나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생각하는데, 필리핀에서는 그것이 바로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는 좋은 징조인가 보다.
결국 찾아 오는 손님은 아느 아주머니가 맡기고 가는 코피노(코리안+필리피노) 김수진이다.
본본의 눈에 혼혈아인 김수진은 못생겼고, 짜증나는 대상일 뿐이니 소년은 수진이 싫어 소금을 뿌려댄다. 김수진은 소설 '이카루스 소녀'의 주인공 제스처럼 심한 정체성 혼란에 빠져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필리핀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 불쌍한 소녀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림책을 보면 빠져드는 동심의 세계가 좋아 그림책을 자주 보지만 후기는 처음인 듯 싶다.
어린이 그림책의 여운만 갖을 뿐 후기를 남기지 않는데, 필리핀 현지를 배경으로 코피노를 다룬 이 '손님'이라는 그림책은 역지사지의 시선으로 필리핀을 배경으로한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2050년이면 외국인 비중이 10%가 될 것이라는 대한민국에 이런 책이 많이 나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