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토피아 비긴스
어니스트 칼렌바크 지음, 최재경 옮김 / 도솔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몇년 전 개봉하여 호평받은 영화  배트맨 비긴즈는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의 어린 시절, 부모님이 길거리에서 피살되던 순간의 회상에서 비롯된 죄의식과 분노의 출발점을 그려내고 있다.



에코토피아 비긴스(Ecotopia Emerging)는 생태주의 유토피아 소설 에코토피아(Ecotopia)의 발원을 다루는 작품이라고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에코토피아는 놀랍게도 1975년 작품이고, 에코토피아 비긴스는 1981년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3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최근의 작품으로 착각할 만큼 생생한 현실 비판이기에 어니스트 칼렌바크는 조지 오웰이나 앨더스 헉슬리와 같은 깊은 혜안의 미래 소설가로 평가받아야 마땅한 것 같다.

발암 물질을 토해내는 자동차가 도로를 장악하고, 거대 기업들과 정부는 오염으로 대자연을 초토화 시키고, 지하수를 고갈 시킬 수 있는 합성연료 발전소에 집착하며, 사람들은 노예화 되어 가고 있는 세상... 불편한 현실들...천재 소녀 루 스위프트는 고객이 없는 위대한 발명품을 만들었다. 

현실정치에 환멸을 느낀 정치인 베라 올웬은 오랜 투쟁은생존 지향적 미래를 목표로 '볼리나스 독립선언서'가 발표되기까지 매우 흥미롭게 진행된다. 새로운 풀뿌리 정당 생존자당을 조직하여 수천 명의 동조자들과 건국으로 문제를 돌파해 가는 상상력은 위대했고, 그들의 독립을 방해하는 보수파들의 음모 또한 흥미진진하다.

헬리콥터의 농약살포 사건, 말기암 환자들이 특공대를 조직하여 환경오염 기업에 테러를 가하는 장면은 현실 법정에서 불법일지언정 깊은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물론 소설 속에서 그들은 배심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해피엔딩으로 유도되지만 과연 현실적인가 하는 두려움을 생각하게 한다.

낭랑18세, 루 스위프트가 에너지국의 시상식에서 그들의 위선에 분노하며 자기 생각을 밝히는 장면은 내가 기억하는 이 소설의 핵심 장면이다.

 이 전지는 조만간 지상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줄 발명품이다 보니 전력회사와 석유회사에 끔찍한 위험 요소로 다루어졌습니다. 그들은 생태적인 과정을 이윤에 대한 위험으로 봅니다. (중략) ‘스위프트 효과’ 전지는 각 가정에서 사람들이 자기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고 한 회사에 독점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앞 다투어 생산하겠다는 곳을 전혀 찾아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저도 궁금합니다. 결국 페니실린 이야기의 반복일까요? (중략) 요즘 사람들이 에코토피아라고 부르기 좋아하는 서부 해안 지역에서 그 전지를 DIY 방식으로 생산하기 위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 지역에 퍼져 있는 생존자당원이 동네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할 연수 프로그램이 곧 발표될 것입니다. (428쪽)

갈수록 병들어가는 이기적인 미연방(USA)에서 탈퇴하여 과감하게 새로운 독립국 '에코토피아'로 거듭나는 당위성을 찾아가는 이 소설은 마치 영연방으로부터 독립했던 미국의 역사를 되풀이 하는 느낌으로 박진감 넘치게 전개 된다. 마리화나의 미화와 문란한 섹스가 논란의 여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자연으로의 회기라는 관점에서는 그 동기의 순수성이 읽혀 진다고 볼 수 있다.

시대를 앞서 간 이 상상력의 걸작이 무책임한 인류가 스스로 자초한 환경ㆍ생태 파괴에 대한 반성문으로 마음 깊이 새겨지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인류의 신경질적인 삽질은 이 소설의 재조명과 함께 이제는 그만 멈춰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단순 동거녀를 '여보'라 부르는 호칭, 철물점을 하드웨어로 번역한 점, 태양과 지구의 거리를 93마일로 표기하는 등 몇몇 애교스러운 매끄럽지 못한 점도 더러 발견되었으나 원작의 의미는 가감 없이 잘 전달했다고 본다.
특히, 좋은 점은 묵직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소장하기에도 폼나는 책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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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9-04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표지 사진을 이렇게 찍으니 예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