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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바이러스 H2C
이승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1990년대에 읽으면 매우 감동적일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표지와 내용을 아우르는 6각형은 박상우의 '수주의 기술'을 읽는 이미지로 다가왔다.
따라서 6가지 창조의 벌집은 적어도 내게 만큼은 창조적으로 다가올 수 없었다.
마치 이명박의 어머니, 신화는 없다,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가 그 자체로는 감동적이듯 이 책도 감동적이고 때로는 뭉클했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의 꽃이라 부를 수 있는 대형 유통 기업의 회장이다.
그렇다고 태생이 성골(?)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냇가에서 개구리 잡고 물장구 치던 촌 출신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방대를 나와 대기업에 취직했으며, 복사 심부름 하던 잡무부터 시작해서 정상에 올랐으니 적어도 그 분야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성공스토리와 유사한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저자가 7형제 중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형제 모두가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을만큼 괜찮은 촌사람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부모님의 교육열이 대단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이 책의 내용들은 독창성이 결여되어 있다.
속 표지를 장식하는 '그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는 것도 버진 그룹 회장 모씨의 책 제목의 유사판이 듯...
대부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말들인데... 나름대로 멋지구나 싶었던 22쪽도 그 중 하나이다.
코이라는 잉어가 있다. 이 잉어는 작은 수족관에 넣어두면 3인치까지밖에 자라지 않지만 조금 더 큰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약10인치까지 자라고, 커다란 강 속에서는 48인치까지 자란다고 한다 – 22쪽
코이에 대해 출처가 불명확하여 알아보니 일본 잉어라고 한다.
위의 글을 우리의 미터법으로 표기 하자면 작은 어항에서 8Cm 쯤 자라지만 큰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 두면 25Cm 정도까지 자라며, 활동이 자유로운 강물에서는 1미터를 훌쩍 넘는 크기로까지 성장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저자는 우리 모두에게 큰 꿈을 가지라고 이야기 하고 있으며, 보다 긍정적으로 살아갈 것을 주문한다.
그렇다. 우리는 새우 잠을 자더라도 고래 꿈을 꿔야 할 것이다.
책은 이승한 회장에 대해 틀을 벗어난 사고 방식과 거침없는 상상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과연?
긍적적이고 아름다운 내용에 편집도 좋지만, 부분 부분 유쾌하면서도 뭔가 개운하지가 않았다.
반쯤 읽을 때, 난 이 책이 주는 억지 감동에 무감각해져 버렸다.
IMF 시즌, 그가 사장으로 있던 삼성물산의 유통부문은 그룹 차원에서 해외 매각 하기로 결정됐다.
이 책에서 그는 사표를 가슴에 품고 해외기업을 샅샅이 조사하고 최종적으로 영국의 세계적 유통기업인 테스코 그룹과 합작 협상을 진행 했으며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장부가 보다 200억원 더 받아낸 불굴의 협상력으로 상대방을 감동시켜, 합작기업의 CEO가 되었다고 한다.
국내 유통시장 장악이 목표이면서 외국 기업과 합칠 때, 우리 쪽 협상 대표가 그 정도 타이틀도 못 따내면 시쳇말로 병신 아닌가? 그런 자랑은 돈놓고 돈먹기가 정착된 21세기에는 어쩐지 폼이나 보이지 않는다. 20세기에 열광할 수도 있었을 일들...
슬픈 이야기에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감동을 받아야 하는 이야기임에도 감동이 다가오지 않는 것은...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그 분의 삶의 방식이 전혀 실감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에필로그와 함께 덧붙여진 부인의 편지는 이 책이 혹시 무가지는 아닌가 하는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은 가족과 친지들이 칠순 잔치에 돌릴만한 책인 것 같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아직 해고되지 않은 월급쟁이들에게 한 권씩 돌려서
"니들도 열심히 살면 나처럼 성공할 수 있어."라는 교훈을 주기에 적절한 책인 것 같다.
신자유주의 신봉자임에 확실한 이승한 회장에게서 뭔가 교훈을 얻으려 했던 내가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H2C는 How to Create가 아닌 Century로 바꿔 고민해 보시기를...
21세기에는 통하기 벅찬 20세기의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