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언라이 - UN도 감동한 위대한 지도자
김상문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1976년 1월 8일, 뉴욕의 UN 본부 정문에는 조기가 게양되었다.
이틀 뒤, 북경의 늙은 이발사 주디엔화는 저우언라이의 유체를 다듬으며 오열한다.
"총리! 지난 27년 동안 모셨는데, 마지막으로 가시는 길에는 이발도 면도도 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북경반점(호텔)에는 귀빈용과 일반용 이발실이 있었는데, 주디엔화는 귀빈실이 아닌 일반 이발실을 담당자였다. 중국 권력의 서열 2인자의 삶은 그렇게 늘 인민과 함께하는 소탈한 생활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UN기가 조기로 휘날린 것은 1945년 UN 창립이래 처음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내가 조기가 내걸린 내용만 읽었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아가신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은?' 하는 욕심이 들었지만... 당시 유엔 사무총장 쿠르트 발트하임은 그 사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저우언라이를 추모하기 위한 유엔의 조기 게양은 제가 내린 결정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중국은 문명고국으로서 금은재화가 부지기수이고 인민폐도 헤아릴 수 없게 많습니다. 그러나 저우언라이 총리는 생전에 한 푼의 저축도 없었습니다. 둘째, 중국은 10억 인구는 세계인구의 1/4 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우언라이 총리에게는 한 명의 자식도 없었습니다. 만약 어느 나라 원수든 앞으로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에만 부합되어도 그가 서거하는 날 우리 유엔에서는 그를 위해 반드시 조기를 게양할 것입니다."



이 책은 저우언라이의 청렴결백했던 삶을 주목했던 사업가의 비망록이지만 얼핏 모순도 드러낸다.

정치적 판단의 기로에서 적어도 내 눈에는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모호함의 연속이었으며,
드센 여자 덩잉차오(鄧穎超;등영초)와 결혼하여 공처가로 살다간 그의 삶은 충분히 미화되며, 부부관계 또한 아름답게 묘사된다. 인간적인 약점까지 거론할 이유는 없지만 내가 아는 저우언라이와 달리 약간 미화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기계보다 인력에 의존하는 노동집약적인 산업화 방안이던 대약진 운동이 실패로 끝나자 저우언라이는 미리 예견했던 일이라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다. 하지만, 대약진 운동의 실패는 중국 공산당의 분열을 가져오고, 구호부터가 '파괴하고 새롭게 건설하자'였던 문화대혁명의 불씨가 된다. 문화대혁명의 실정에 대해서는 저자는 저우언라이가 처음에는 어떤 것인지 확실히 잘 몰라서 동조했으며 그 혁명기를 가슴 아파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다양하게 수록된 저우언라이와 인민과의 인연들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서 매우 감동적이지만...
중국 근대사의 모든 잘못은 마오쩌둥에게 있고 이인자는 다 잘한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일국의 국무원 총리였던 사람이 이렇게 모든 행동과 사건에서 한 발 물러서 처세하는 것은 결코 행동하는 양심일 수는 없을 텐데 그 부분까지 미화시킨 것은 좀 심하다 싶었다.

마오쩌둥이라는 독재자와 소신없는 저우언라이 밑에서 중국 인민들이 굶거나 숙청당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에는 박정희라는 걸출한 독재자가 정적들에 대한 숙청은 했을지언정 그나마 국민들이 밥은 굶지 않게 해주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저자는 이 땅에도 저우언라이 같은 지도자를 갖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미래인 현재의 청소년들이 저우언라이가 가진 지도자로서의 도덕적 품격과 인품을 배우고 미래에 꼭 한국을 이끌어갈 저우언라이 같은 인물이 나오기를 바라며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한다.

나는 저우언라이에 못지 않은 훌륭한 인격의 지도자가 이 땅에도 충분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질투와 정적에 대한 배려가 없는 민족적 특성에 따라 영웅적인 지도자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점에서 저우언라이의 금쪽같은 처세술과 중국의 전체주의가 그 차이점을 드러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한 것 하나!
저우언라이의 삶에서 배울 것은 아주 많다는 것...
그는 정치적으로 핑계가 많았는지는 모르지만 행동에 있어서 진심으로 인민과 함께 했었다.
2MB의 월요 연설은 그 자체로는 배울 점이 아주 많다. 다만 언행일치가 문제일 뿐이다.
저우언라인과 조상들의 조선 침탈의 역사를 사과했다한들 내게는 공허했다.

저우언라이의 삶을 보면서 나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허주라 불리던 한 정치인이 클로즈업 되었다.
우리 국민도 이제 영웅을 찾아 나서야 하고, 정치인들도 행동하는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도 저우언라이의 장점만을 본받아 더욱 덕망있는 사업가가 되시기를 기원한다.

현대사를 공부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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