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 목욕탕 1
김경일 글.그림 / 함께읽는책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표지의 분위기나 제목이 전혀 땡기지 않은 만화였지만
30대 후반의 모 신문사 미술부 기자가 전업 만화가로 변신하여 첫 작품을 냈다기에 불쌍해서 구입했다.
대충 읽다가 지치면 미대 다니는 엽기적인 조카 녀석에게 던져 버리면 (?) 그만이니까... ^^;;

그러나, 이 황당하고 짜증날 것 같은 설정의 만화는 생각보다 교훈적이고 매력이 있었다.

재미없으면 조카 녀석에게 던져버릴 각오였지만 그냥 좀 빌려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소장하고 싶어진 것이다.

나름대로 분위기 잡으려는 듯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인용하며 만화는 시작된다.

"사악한 자들에게 화가 있으라! 너희는 하늘을 바라볼 희망을 버려라. 나는 너희를 저편 강둑, 불과 얼음의 지옥으로 실어가러 왔다. 그런데 거기 살아 있는 사람은 뭐냐! 어서 죽은 자들에게서 비켜나라!"

하지만, 엄숙한 분위기도 잠시 뿐 순자와 여관에서 걸어 나온 친구 영팔이를 놀리는 악동의 황당한 시츄에이션으로 만화는 시작된다. 벌받을 짓을 충분히 한 이 입조심 못한 악동은 목욕탕 변기에 앉아 대변을 본 뒤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고 빨강 휴지를 꺼내 닦는 바람에 변귀(?)에게 먹히고 만다. 매우 황당하지만 초장부터 그렇게 교훈은 시작된다.

여러가지 잡다한 지옥의 귀신들이 총출동한 이 괴기 목욕탕에서...
우리는 마물들의 추함 보다는 인간들의 추악함을 발견하게 되고, 오히려 마물들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게 된다.

저승사자가 헬름에게 존경심을 표하는 장면은 클라이막스가 아닌가 한다.



죗값을 치르는 지옥에 와서도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어떤 피지배자를 보면서 문득 궁금하더군.
왜 인간들은 끊임없이 이곳에 오는가...
왜 인간들은 자신의 안위를 도모하기 위해 남을 짓밟고 나서 두려움이란 고통의 늪에 스스로 빠진 후 헤어나질 못하는가...
할 수만 있다면 인간 세상으로 와서 그들의 끊임없는 지옥을 향한 행진을 막고 싶었네.
할 수만 있다면... 그 어리석음을 일깨워주고 싶었네.
(제2권 161쪽)


결국 끝은 돈~
돈이 뭔가를 보여준다.

엽기적이지만 꽤나 신선한 만화였다.

작년에 어떤 책을 읽다가 우리나라 만화가 협회인가에 등록된 만화가가 겨우 300명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먹었었다. 어린시절 한 때는 만화가가 꿈이던 나... 배 고플 확률이 높은 탓인지 국내 만화가 지망생들이 점점 줄어가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그러기에 김경일 선생이 전업 만화가로서 반드시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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