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고향 보령... 표지 날개의 천진하게 웃는 시인의 사진이 동향의 개그맨 남희석을 생각나게 했다. 문동만 시인의 시를 마음에 담으며 결코 순탄하지 않았을 고난의 삶을 간접 체험하였다. 대개 시집은 얇지만 음미하거나 고뇌하며 속독이 불가능한데, 문동만 시인의 시는 눈과 마음이 동기화 되는 듯 쉽게쉽게 내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다. 똥폼 잡는 레토릭 보다는 마음으로 와닿는 그 쉬운 문장들이 좋았다. 아내의 정부 다시 저 사내 아내는 아파 드러누웠고 잠시 아내의 동태를 살피러 집에 들른 것 어떤 남자가 양푼에 식은밥을 비벼 먹다가 그 터지는 볼로 나를 쳐다본다 그래 그렇지 오랜 세월 아내의 정부였다는 저 남자 늘 비닐봉다리를 가방처럼 들고 다니며 옛 여자의 냉장고를 채워주는 게 업이라는 사람 평생 조적공으로 밥을 벌어먹었고 시멘트가루 탓인지 담배 탓인지 목구멍에 암덩어리를 달고서야 일도 담배도 놓았다는 저 사내다 늘 성실했으나 사기꾼들에게 거덜났던 사내다 아픈 옛 여자를 위해 공양인 양 쌀죽을 쑤어 바치고 잔반을 털어 비벼 늦은 점심을 때우고 간다 온다 말없이 문을 잠그고 돌아가는 이 오래보는 삽화의 주인공 나도 이 한낮 그처럼 쓸쓸하여 그가 앉았던 식탁을 서성거린다 개수대는 밥풀 하나 없이 말끔하고 아내는 잠 깊고 그러니 나는 사랑의 무위도식자로 그 행적에 질투하며 순종하고 마는데 그가 되돌아가는 긴 내리막길에 삐걱거리는 뼈마디에 가벼운 보자기에 순종하고 마는데 내 원하는대로 해주지 아내의 정부! 이 딴 순애일랑 내 못 본 체 할 것이니 오래오래 두고두고 즐기시지 대미를 장식하는 마직막 詩 '그네'가 어느덧 302권째에 이른 창비시선의 제목이 되었다.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그 반동 그대로 앉는다 그 사람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 흔들림이야말로 결연한 사유의 진동 누군가 먼저 흔들렸으므로 만졌던 쇠줄조차 따뜻하다 별빛도 흔들리며 곧은 것이다. 여기 오는 동안 무한대의 굴절과 저항을 견디며 그렇게 흔들렸던 세월 흔들리며 발열하는 사랑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누군가의 몸이 다시 앓을 그네 이 시집을 펼치고 1시간 가량 시선을 던지니 시인의 직업, 시인의 어린시절, 시인의 가족, 시인의 인간관계, 시인의 성격 모든 것이 쉽게쉽게 추정되었다. 마들역 포장마차나 소래포구 조개구이집에 들러 특별할 것도 없는 그 공간에 들러 문동만 시인이 따라 주는 소주 한 잔 마시고 싶어 졌다. 시가 좋다. 시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