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천하의 경영자 - 하 - 진시황을 지배한 재상
차오성 지음, 강경이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차이나(China)의 어원은 진(Chin)이다.
기원전 221년 제나라 멸망으로 이룩된 중국의 통일 제국 진나라는 그만큼 중국인들에게 감동적인 의미가 있다. 
훗날 진시황제라 불리는 영정의 나이 겨우 서른 아홉이었고, 그 뒤에는 당시 쉰 여섯살 제국의 재상 이사가 있었다.
이사의 관점에서 통일제국 진의 역사를 다룬 이 두툼한 두 권의 책은  온라인에서부터 중국 독자들을 뜨겁게 감동시키고, 세계로 퍼져 나가며 차오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날 문득 측간의 쥐가 곡식창고의 쥐와 달리 비쩍 마르고 겁이 많은 것을 발견한 이사...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야 한다는 우리 속담과 같은 그 무엇이었던 것이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나는 제대로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반복하게 했던 그런 순간이었다. 이사는 큰 결심을 하고 중앙으로 나선다.

아, 정말 재미있고, 감동도 많은 멋진 팩션의 퍼레이드...
곡식창고를 지키던 초나라 하급 관리 이사(李斯)는 생쥐에서의 교훈을 바탕으로 중앙 무대로 진출하여 곧바로 순자의 제자가 된다.
순자의 문하에 들어간 배경도 없는 촌놈 이사가 한나라의 공자로 제자백가의 대미를 장식할 천재 한비와 동문수학 하면서 우정을 나눈다. 7년간 순자와 한비의 영향을 받아 성장한 뒤 혈혈단신 진나라로 진출하여 상국 여불위의 삼천 식객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린 임금 영정의 친부일지도 모르는 실세 여불위에게 '여씨춘추'의 집필을 권하고, 태후 조희(영정의 친모)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픈 여불위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물건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청년 노애를 추천하는 등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낭관이라는 낮은 관직으로 벼슬을 시작한 이사는 죽을 각오를 하고 열여섯의 영정 앞에 찾아가 왕도를 논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 측간의 쥐가 고향을 떠난지 10년만에 곳간의 쥐로 변모하며 빛을 받기 시작한 순간이라 할 수 있겠다.
서른 셋의 나이에 장사의 직책에 올라 열여섯 어린 영정의 숨겨진 오른팔로 활약을 시작한다.
그렇다고 이사가 영정보다 뛰어난 인물로 묘사 되는 오버액션은 없다.
후광이 빛나는 영정의 조력자로 활약할 지언정 제목처럼 천하의 경영자에 걸맞는 대단한 파워는 아니다.
이사가 처음 영정을 보았을 때부터 영정은 대단한 인물이었다. 여불위를 매몰차게 버리고, 이사의 후배로 순자의 제자인 부구백이 영정 배다른 동생 성교를 부추겨 반란을 꾀했을 때도, 노애와 태후 사이에 두 자녀가 발견되었을 때도 영정은 잔인하고 모질게 흔들림 없이 응징한다. 이사는 다만 그 위대한 영정이 전국시대 진나라를 제외한 육국을 통합하는 과정에 간첩을 보내 합종연횡을 분열시키는 아이디어맨으로서 사람들을 부리고, 여불위와 노애 등을 처단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대안을 제시하는 핵심인사가 된 것이다.
진나라 이너서클의 철저한 견제에도 당당하게 자력으로 세를 구축하여 뛰어난 지략과, 뛰어난 글솜씨로 헤쳐 나가는 완벽한 전략과 음모의 시나리오맨...  죽기를 각오하는 용기와 배포가 천하의 경영자를 포장하고 있다.
이사가 없었다면 진시황제의 신화도 그만큼 완벽해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상상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불로장생을 꿈 꾸던 영정을 먼저 떠나 보낸 뒤 별탈 없이 장수하던 제국의 노재상은 환관 조고라는 벽을 만난다.
야망도 없고 개인적으로 생명이나 부지하는 수준의 근시안적 인물 조고가 영정의 최후를 지켜 보면서 비롯되는 제국의 비극은 황제의 자리에 올랐어야 할 부소를 자결하게 하고, 무능한 호해를 그 자리에 올려 놓음으로써 제국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사의 친인척들 모두가 조고의 세치 혀에 놀아나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것으로 천하 경영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 소설이 빛나는 것은 심리 묘사이다.
2200여년의 세월을 추적한 역사 스토리텔러 차오성...

"이제 내 몸값이 어느 정도인지 알았다."

이 말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NBA 선수들을 제압한 야오밍이 경기 끝난 뒤에 남긴 명언이기도 하다.
메시아 콤플렉스를 논하고, 궁중의 영욕과 색욕들을 치밀하게 묘사한 이 작가가 과연 서른 한 살이란 말인가?
여불위 앞에서 이사가 그러 했을 것이라고 이 책 上권 91쪽에 차오성이 글을 남겼는데... 작가  스스로의 마음도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난 이 작은 중국 청년의 위대한 글발에 놀라며 책을 덮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