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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베리 - 세미콜론 그림소설 ㅣ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포지 시먼스 글.그림, 신윤경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1857년,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아름다운 문체의 바람난 아줌마 이야기를 썼다. 마담 보바리...
1990년, 세계적인 신문만화가 포지 시먼스는 예리한 선을 활용해 현대적인 감각의 패러디 만화를 완성하였다.
소설 마담 보바리에서는 전통적인 수녀원 교육을 받고 자란 농부의 딸 엠마가 평범한 시골 의사인 샤를르 보바리와 결혼한다. 그다지 이쁘지도 않고, 평범하기만 한 외모의 시골 처녀가 낭만적인 사랑이나 짜릿한 순간들을 더 이상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다. 어느날 공작의 무도회에 초대받아 신나게 즐긴 그녀는 다시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진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고 남편은 시골을 떠나 도시 용빌 라베이로 이사를 하고 그곳에서 딸도 낳고 보다 활기를 찾을 듯하다가 로돌프라는 독신남과 사랑에 빠져 버린다. 사치와 방탕에 빠지는 보바리 부인... 바람 피는 것을 가끔 후회 하면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미안해서라도 더욱 잘하게 된다. 그러다가 의사로서 자질에 의심을 받고 좌절하는 남편에게 실망하여 로돌프에게 매달리게 되는데, 예전에 헤어진 레옹을 다시 만나 또 다른 사랑에 불타오른다. 이런 사치와 방탕 속에 점점 더 빚더미에 빠져버린 엠마는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순수하다못해 바보스러울 만큼 엠마를 믿고 사랑했던 닥터 보바리는 그녀의 무분별하고 너저분한 애정행각을 상상도 못하고 마냥 슬퍼하기만 한다. 그녀의 죽음에 슬퍼하면서도 딸래미와 함께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괴롭게 생활하다가 결국 엠마의 과거도 알게 되고, 그 마저도 죽음을 맞는 작품이다.
세미콜론의 그림 소설 '바담 보베리'는 이 내용을 현대의 런던과 파리, 노르망디로 배경을 옮겨 같은 형식으로 잘 구성한다.
엠마 대신 젬마가 있다. 젬마가 사랑하는 페트릭이 판도라와 결혼해 버리자 그녀는 비극에 빠져 아무 것도 손에 잡지 못하고 있다.젬마는 나름대로 매력 있는 평범한 영국 아가씨로 그런 그녀에게 매력을 느낀 이혼남 찰리 보베리가 청혼을 하고, 어떨결에 결혼하여 생활하는 이야기다. 찰리의 전처와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생활을 하는 틈에 염증을 느껴, 런던을 떠나 노르망디로 이주한 젬마와 찰리 부부는 그곳에서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찰리와 달리 젬마가 다시 무료함에 빠져 버린다. 젬마를 지켜 보는 빵집 주인 레몽 주베르의 관찰이 시작된다. 젊은 대학생 에르베의 등장으로 조용했던 젬마의 사생활은 변해 가는데...

이 책의 67쪽 젬마의 일기에는 다음과 같은 멋진(?) 문장이 있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바람 피우는 게 왜 나쁘다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기분이 좋다 보니 남들에게도 잘하게 된다. 특히 찰리에게... 요즘 우리 사이는 전에 없이 좋다. 내가 먼저 잘하니까 그 사람은 내게 더 잘해준다. 사랑이란 정말 웃기는 거다."
재미 없고 지루했던 그녀의 삶이 뜨겁게 타오르게 한 배경에는 에르베는 소설 마담 보바리의 로돌프 역할이다.
젬마가 잊지 못하는 옛사랑 페트릭은 레옹의 역할에 걸맞다.
마담 보바리에 공작 부부가 있다면 이 책에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상위 0.1%에 해당하는 아주아주 잘 나가는 마크와 위지 부부가 있다.
빵집 주인 레몽 주베르의 관음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 소설의 화자가 된다.
모든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제스처는 끝내 준다. 포지 시먼스가 훌륭한 글쟁이니자 그림쟁이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만화 같은 소설, 소설 같은 만화...
음산하면서도 매력적인 표지의 젬마 얼굴, 본문의 날카로운 스케치와 잘 정리된 소설의 결합...
참으로 매력적인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