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스파이 24인의 미스터리 - Mystery Series 01
장궈리.우양신 지음, 곽선미 옮김 / 집사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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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달리 스물 네 명의 여자가 모두 미녀는 아니었다.
온몸이 혐오스러운 나병 환자도 있었고, 평범한 외모의 아줌마나 할머니도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여자 스파이 이름을 아는대로 대보라 하면 빠지지 않던 마타하리...
이 책은 바로 그렇게 제1차 세계대전을 누볐던 여명의 눈동자, 마타하리로부터 시작된다.
발리댄스로 유명했던 그녀는 이혼한 뒤 생계를 위해 파리의 물랭루즈 스트립 댄서가 되었다가 독일 정보국에 포섭되어 유럽을 종횡무진하는 이중첨자 생활을 하며 겉으로는 문란하고 방탕한 사생활을 누렸으며, 총살을 당하던 그 순간까지 전혀 흔들림 없는 대담함으로 20세기 초반 전생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아무도 거두어 가지 않은 그녀의 시신이 맹장수술 실습용으로 사용되었으며 총살형을 선고한 판사나 총살을 집행한 병사의 한 마디까지 이 책은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로부터 철처하게 이용 당하고 버림 받았던 이 여인의 모국 네덜란드에서는 존경을 받고 있으며, 세계인이 인정하는 최고의 미녀 스파이로 추앙받고 있다고 한다.

마타하리와 더불어 영화로 제작되어 인기몰이를 했던 또 한 명의 여자 스파이로는 프랑스의 종달새라 불리우는 마르트 리샤르를 빼 놓을 수 없다. 애마부인이라 부르고 싶을 만큼 말을 승마술이 탁월한 그녀는 1차 대전에서 독일군에 의해 전사한 남편을 위해 복수하려는 일념으로 프랑스에 헌신한 여인이었다. 스페인에서 독일 스파이망을 제거하기 위해 그녀가 독자적으로 단행했던 작전은 참으로 짜릿하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벨기에 존재했던 세계적인 스파이학교의 교장은 악녀였다. 그녀가 남긴 교재를 읽노라면 마치 마키아 밸리의 군주론을 읽는 느낌이다. 채찍으로 내려치며 스파이의 철칙을 강의하던 슈라그뮐러의 교본은 오늘 날에도 세계 스파이들의 바이블이라 불린다. 이 책 52쪽에는 그 몇 가지 예문이 고스란히 실려 있다.

노골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일을 치르는 대담한 여인 신시아는 미국이 낳은 미녀였다. 그녀는 외모에 너무도 자신이 있었는지 늘 까놓고 말하는 타입이었는데, 항상 성공했다. 예를 들면 "브루스, 난 스파이예요. 하지만 난 처음 당신을 만나 사랑했어요. 진심이예요. 우리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은 당신이 저와 함께 일하는 것 뿐이에요."(77쪽) 이후에 그녀는 브루스와 함께 여기저기 누비며 프랑스 대사관 안으로 침투하여 알몸으로 경비를 속이고 비시정부의 기밀을 빼내 영국정보국에 전달하여 큰 공을 세웠고, 임무 완수 뒤에 브루스를 이혼 시키고 그와 결혼하여 행복한 말년을 보냈다.

자신의 몸을 바쳐 시체 속에 기밀을 숨겨 귀국했던 일본의 스파이 마츠시마 우에마키는 영국인 포터에 의해 그 내막이 노출되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들의 작전이 성공한 줄로만 알고 그녀의 시신을 해부하던 일본인들은 기밀문서 대신 폭탄에 의해 사망하는 황당하고 수치스러운 비극을 맞기도 한다. 하지만 그 충격적인 작전에 세계가 놀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무료함이 싫었던 미녀스파이 그리피스, 어설픈 실수를 남발하지만 끝까지 입을 다물었던 인도 공주 누르 이나야트칸, 태평양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농어라 불린 다우든 부인,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자신은 나병에 걸려 사랑하는 딸과도 생이별 당했을 때 스스로 스파이의 길을 선택한 여인 후아이, 카이로의 유대인 요달렌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활약했던 스파이였고, 처칠에게 인정받은 대담한 불혹의 여인 버트럴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겨우 스물 두 살이었던 유대인 위 폰피는 런던에 세균을 살포하려던 나치스를전을 막기 위해 실험실에 침투하여 폭발한 것도 모자라 기술력의 원천인 늙은 박사에게 마음에도 없는 사랑을 하고 스스로도 자진한다.

중국인이 쓴 책답게 마츠시마 우에마키에 이어 이 책에는 약간의 감정이 실린 일본 스파이가 두 명 더 소개된다. 일본의 양대 여성스파이라 불리우는 가와시마 요시코와 미나미죠 구모코로 그들은 작가의 나라 중국에서 특히 악명이 높았던 여인들이다.

히틀러의 공주로 불리던 스테파니는 영국 기자로 첩보전에 활용되었으며, 똑똑하고 아름다운 미국 사법부의 카플란이 펼치는 미궁의 KGB 커넥션도 즐겁다. 그녀는 엄청난 사건에 관계되어 있으면서도 너무도 당당하게 보석금을 내고 풀려 나와 결혼도 하고, 다산하여 행복한 노년을 보낸다. 상처한 노년의 아인슈타인과 사랑에 빠진 유부녀 마르가리타는 독일계 미국인인 이 천재 과학자의 기밀을 소련으로 빼돌려 팽팽한 양강체제 구축에 기여한 인물이다. 그녀의 유품에서 발견된 아이슈타인의 연서 아홉통은 이 책을 추천할만한 매력중에 하나이다.

안젤라는 영화 '고공침투'를 생각나게 하는 스카이다이빙의 천재다. 그녀는 스카이다이빙으로 낙하산을 펼치기 전 12초 동안 군사기지를 완벽하게 촬영해서 소련에 넘긴 사건은 유명하다.

노르웨이의 국모 피오나의 스파이 사건, 기껏 키운 스파이가 제비의 유혹에 넘어간 황당한 이야기, 사랑에 눈먼 여자 스파이, 파리에서 쫓겨난 스파이, 반역자를 유인하는 이야기...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멜리타 노우드는 40년 넘도록 영국의 각종 국가 기밀을 소련에 넘기면서도 무덤덤하고 검소한 생활을 했던 평범한 할머니였으니 참으로 황당하고 흥미진진한 20세기의 그림자 역사를 읽는 맛이 솔솔하다.

이 책 중간중간 박스 기사 형식으로 소개되는 20세기 전쟁사 또한 흥미롭다.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책인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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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남자 2009-03-23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
136쪽 제2차세계대전 발발연도의 오기
209쪽 아래서 네번째줄 - 결제(X),결재(O) :여기서는 돈 문제가 아닌 허락,승인의 문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