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장성민 지음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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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예순여덟번째 생일이라는 의미 있는 날이다.
지난 60여년간 미국이나 대한민국의 정부를 비롯한 대부분의 자유진영 국가에서는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에 대해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었던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때문에 북한과 그 지도자를 이성적으로 정확히 판단하는데 항상 실패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들은 그렇게 김정일맹(金正日盲)이고 북맹(北盲)이다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몇년 전에 나는 경제학자 김종서의 '굿바이 김정일',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박관용의 '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와 이명박 초기 통일부 장관에 내정되기도 했던 전주홍의 '통일은 없다'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자의적이고 순진한 책들을 통해 북한과 김정일을 읽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 김영사에서 나온 '전쟁과 평화'는 한반도 평화 문제에 냉철한 장성민의 글인만큼 상대적으로 깊이 있고 유익했다.



어쨌거나 상황을 직시하지 않고 잘못된 정보와 판단에 기초하여 세워진 대북전략과 정책은 성공할 가능성 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고,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은 계획이나 관점 자체가 항상 실패를 예견 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혹시 장성택을 아는가?
혹시 김정일의 장남이 누구인지 아는가?
김정일에게 모두 몇 명의 아들이 있는지 아는가?

현재 우리 국민 대다수는 김정일 건강 이상설 이후 실질적으로 집단지도체제의 중심축인 장성택의 존재 의미 그 자체도 모를만큼 무지한 것 같다. 장성택(1946년생)은 김일성의 딸 김경희의 남편으로 김정일의 매제가 된다. 대학시절 김경희와 그의 러브스토리는 드라마틱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데, 억척스러운 공주를 통해 어쩌면 한 때 킹을 꿈 꾸었을지도 모를 인물이다. 몇 가지 시련과 현실의 벽을 실감한 뒤에 이제는 꿈이 킹메이커로 바뀐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가 킹으로 만드려는 대상은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유력하다. 그 이면에는 김정일의 두번째 부인 고영희와 그가 정적 관계인 점도 있지만, 김정남의 친모인 성혜림이 1980년즈음 유배나 다름 없는 생활을 하던 자신을 현실 정치로 복귀시켜준 장본인인지라 일종의 보은적 차원일 수도 있다. 개성공단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폐쇄를 강력히 막고 있는 장본인이기도 한 장성택의 리더십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북한의 개혁개방 조치는 앞당겨 질 것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다음 만평은 오늘자(2006.2.16) 중앙일보에 실린 김상택 화백의 만평이다. 참으로 자극적이고 남북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되는 만평인데, 우리의 보수 우익들은 대부분 그 만평에 동조 하거나 혹은 만평에 등장하는 인물 자체를 모를 김정일맹(金正日盲)이고 북맹(北盲)일 확률도 높다고 생각한다.



김정일의 자녀들을 다분히 흥미 위주로 바라보자면 김정남(1971.5.10)은 이혼녀 성혜림과 동거 중에 낳은 아들이고, 첫번째 부인 김영숙과 사이에는 설송이란 딸(1974)이 있고, 두번째 부인인 무용수 고영희와 사이에서 아들 정철(1981.9.25)과 정운(1984.9.25)이 생겼다. 물론 이러한 내용들은 이 책에 잘 정리되어 있다.

김정남이 2001년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밀입국 하려다 추방되면서 서방세계가 그를 타락한 방탕아나 국제 미아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사건의 본질을 들여다 보면 SAM16A(견착용 대공 미사일) 300기를 이라크에 수출한 대금을 받기 위한 목적임을 알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스위스, 홍콩, 시드니, 도쿄로 분산 예치된 대금을 차례차례 수금하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들른 일본에서 CIA에 의해 발각되었던 것이다.

조광무역 총책임자이기도 한 김정남은 스위스 국제종합대학을 졸업하여 영어와 불어에도 능통하고, 서방세계가 생각하는 부랑아적인 이미지와 외화벌어들이는 사업의 총책임자인데다, 2008년 10월 김정일 건강이상설 때 외국의 유명 의사들을 직접 섭외하고 다녔다는 점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저자인 장성민은 '한국과 서방 세계는 그의 손목에 감겨 있는 하얀 롤렉스 시계만 쳐다보지 말고 그가 북한체제 유지와 김정일의 건강을 위해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일본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려다 강제추방된 이후 김정남은 찬밥 신세가 되었고, 망명한 황장엽이 진정한 후계자라고 추켜 세웠던 장성택마저 일선에서 물러나 와신상담의 세월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 기간에 김정일의 두번째 부인인 고영희에 의해 그녀의 큰 아들 김정철이 후계자로 급부상한 경향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2003년6월16일에 그를 지지하던 김용순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2004년5월26일에는 어머니 고영희가 프랑스에서 유선암과 교통사고가 겹쳐 사망했다. 그 뒤로 근신하던 김정남과 장성택은 화려하게 복귀하였다.  여기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이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3남 김정운이 2004년11월 오스트리아에서 이복형 김정남 암살을 추진한적이 있다는 설이다. (96쪽) 어머니의 원수를 갚겠다는 젊은이 다운 다혈질 근성이 아닐 수 없는데, 그 어린 나이(1984년생)에 키 175Cm,  체중 90Kg이라는 것도 본인으로서는 불행이지만 흥미로운 가십거리다.

김정일은 2001년10월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강력한 왕조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시장경제 체제를 갖춘 태국 모델에 관심이 많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60쪽) 또한 이 책이 곳곳에서 강조한대로 북한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국가 건국 초기에 마르크스-레닌주의에 기초하였지만,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통치 이데올로기를 거쳐, 두 부자의 왕조 체제로 구조화 됐다. 따라서 제3자가 아닌 김씨 집안에서 누군가 왕조의 대를 이을 것이며, 건강상의 이유로 왕조 체제가 무력화 된다해도 매제인 장성택 등이 과도 정부로 그 지배 이데올로기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2008년10월 김정일 건강설 이후 세계는 더욱 김정일의 건강에 주목하면서 이들의 후계 구도에서 관심을 뗄 수가 없는 것이다.


김정일 국가의 권력 중심은 1980년 이후 노동당에서 단 한 번도 전체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고, 1993년12월 이후에는 소집된 예가 거의 없다는데서 알 수 있듯이 권력 중심이 이미 당에서 군으로 넘어간 상태다. 따라서 더 이상 일당독재 체제라는 표현보다 '김정일 절대 지배를 특징으로 한 선군형 독재체제'로 변모중인 것은 확실하다.

미국의 세계적인 북한전문가가 '절묘한 선택'이라 일컫는 1993년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같은 북한의 반외교적인 외교술은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국익을 위해 기존의 관례를 무시했던 황당한 프레임워크로 무작정 나쁜 외교라고 하기에 어려운 사건이다.

저자는 김정일과 서방국가의 외교는 전사(Warrior)와 상인(Shopkeeper)의 협상 태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외교에 문외한이면서도 협상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얻고 마는 김정일은 외교를 체제 유지와 생존을 위한 최후의 도구로 인식하는 감각의 소유자이다. 분명히 그는 우리의 선동적 보수언론이 떠벌이는대로 단순무식한 깡패같은 존재가 아니라 뭔가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한 한반도의 평화는 제대로 유지될 것인가?

불안한 이 한반도에서 국가신용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외자유치도 원활하게 하면서 모두 다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자. 김정일 붕괴는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시켜줄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 재난의 도화선이 될 것인가? 억지 부리거나 성깔 부리지 말고, 남북이 평화롭게 잘 관리되어야 안정적인 기업 활동이 보장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제법 재미있는 내용과 더불어 치밀한 연구의 성과물이다.
참으로 유익한 독서였다. 이 시점에서 이런 멋진 책을 읽게 해준 장성민 선생과 김영사에게 감사드린다.
북한과 김정일 체제를 이해하는데 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져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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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남자 2009-02-21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7쪽5줄/ 그가를 ->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