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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의 기술 -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승리를 약속하는
박상우 지음 / 상상커뮤니케이션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매일 200종의 신간 서적이 쏟아지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들고 경제가 어렵다고 할수록 비즈니스 책들을 더 많이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여러 매체를 통해 주로 추천받는 비즈니스 책들은 세계적인 기업의 CEO나 이미 성공한 대단한 기업들의 뒷조사처럼 '아, 그래서 성공했구나.'하는 뒷북치기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물론 그런 류의 책들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 없지 않지만... 뼈가 될만한 내용을 찾아내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국형 비즈니스에 참고할만한 그런 책들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우리의 옛 속담이 있다. 현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우리 선배들은 과연 무엇을 남기고 갔는가? 학연과 인맥, 접대문화에서 과로사까지 참담한 비즈니스 맨들의 세계에 과연 남아 있는 것들이란 무엇일까? 나는 진정한 선배라면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프레젠테이션 하듯 좋은 업무 매뉴얼로 만들어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업무의 뼈대 말이다.
업무의 뼈대인 업무 매뉴얼을 반드시 남겨주는 멘토들을 만나고 싶다. 후배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에 대해 미리 고민해 본다면 이러한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매뉴얼을 남긴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늘 읽을 책이 많고, 아직 읽지 못한 책들로 인해 부족한 시간들을 아쉬워 하는 나에게... 아내는 별로 끌리지도 않는 제목의 책을 한 권 들고와서 들이 밀었다. 수주의 기술이라... 수주...
표면적으로 나는 수주와는 거의 무관한 업무를 하는 사람이고, 수주에 대해 고민도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다.
다만 절친하게 지내는 경리부 K부장이 갑작스럽게 B2B 영업팀으로 발령을 받아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자주 고민을 털어 놓는 바람에 그를 돕고 싶은 마음도 생겼고, 나 또한 수주와 B2B 영업에 관한 공부를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 가볍게 한 번 읽어 보게 되었다. 수주의 기술이라... 수주...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려 하니 '육각형 비즈니스'가 떠오른다.
발주자와 수주자와의 관계 정립이 수주를 바라보는 핵심적인 눈인데, 수주 활동에 육각형을 기반으로 시작했다. 벌집을 떠오르게 하는 육각형은 모든 도형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구조다. 평면을 채울 수 있는 도형 가운데 공간 활용도가 가장 크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사각형 아닌가?'하는 의문을 던지고 싶지만, 어쨌거나 육각은 안정적이다. 이 책의 32쪽에는 (편집 실수로)아래가 약간 짤린 오렌지색 도표가 그 안정감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벌집 모양의 그 도표를 보는 순간, '아, 이 그림만 머리 속에 잘 그려도 수주라는 것을 치밀하게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①수주 마케팅 - ②프리세일즈 - ③수주제안서 작성 - ④수주 프레젠테이션 - ⑤수주협상 - ⑥수주 분석
나는 이 내용만을 갖고 우리 회사의 B2B 영업팀의 A씨를 만나 가볍게 질문해 봤다.
"B2B의 업무 프로세스를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씨는 망설였다. 잘 설명하지 못했다. 장황한 설명은 있었지만 핵심은 없었다. 아, 우리 회사 B2B 영업의 핵심 인재라는 A씨가 안타까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론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뭔가 정리되지 않은 A씨를 보면서 그 보다는 주먹구구식으로 업무를 배우게 될 그의 후배들이 더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책의 저자가 고마워졌다. 다른 부서의 일이니 뭐 깊이 관여해서도 안되고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업무를 더욱 더 이해해 보고 싶어졌다.
실제로 회사에 있을법한 간단한 대화 현장과 업무 현장을 드라마 보듯 구성하여 시작되는 문제 제기로부터 매우 이성적인 업무 매뉴얼이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완독했다며 책장에 꼽아 둘 그런 책은 절대 아니다.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낼 수 있었지만 계속 가까이에 두고 읽어야 할 책으로 분류하게 되었다.
회사 업무에 그대로 적용될만한 사례들이 많고, 내가 전혀 관심이 없던 수주가 내 일과 얼마나 깊은 연관성이 있는 가를 깨우치게 해 준 책이기도 하다. 수주의 기술이지만 그저 수주만이 아니라 일반 마케팅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잘 녹여낸 책이다. 프레젠테이션의 방법론만 하더라도 그렇고, 최고의 협상 차선책인 배트나(B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도 다시 한 번 새기게 해 준 책이다. 마케팅에서 프리세일즈, 제안서 작성, 프리젠테이션, 협상, 분석의 6단계만이 전부는 아니다. 총괄 전략수립의 6단계(157쪽)나 다음 사진처럼 성공하는 제안서의 6단계(105쪽)와 같이 각 분야별로 또 세부적인 육각 프로세스가 있다.

이 책은 직장 선배가 동료나 후배들에게 일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좋은 지침서라고 생각 되었다.
이 책의 172쪽을 읽으면 업무보고서 쓰는 스타일을 바뀔 것이다. 미적미적한 표현 대신에 매우 긍정적이고 강력한 의지를 담은 표현을 쓰게 될 것이다.
이 책의 278쪽과 323쪽을 읽다 보면 프레젠터가 그냥 단지 보여주는 역할을 넘어 예상 질의 응답을 치밀하게 준비 하고 철저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와, 점점 더 치밀해지는 수주 전문가가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프레젠테이션 하나를 하더라도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으로 발주자 혹은 또 다른 대상을 사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아마도 아래 직원들이나 후임자를 위한 업무 매뉴얼을 쓰기 시작했다가 그것을 토대로 판매용 책자로 완성시켜버린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수주는 거의 모든 회사에 필요한 업무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대단한 비즈니스맨이 되는 길은 훌륭한 멘토와 당사자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
당신이 비즈니스 맨이라면 육각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이 391쪽의 멘토링 북을 붙잡고, 스스로의 태도를 다져봐야 할 것이다.
잘 만들어진 책이지만 효율적인 응용을 위해 목차를 세분화 시켰으면 더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목차의 단순함만이 단점인 책을 읽도록 추천해 준 아내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