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꼬 이야기 - 외과의사 남호탁의
남호탁 지음 / 부표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똥꼬박사 남호탁 선생님에 의하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만 존재한다고 한다. 1.자신이 환자임을 아는 환자와 2.자신이 환자임을 전혀 모르고 사는 환자가 바로 그 두 부류다. 신체구조가 아주 복잡한 인간은 어딘가 아플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짊어지고 산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장 심각해 보이는 것이 다른 어디 보다도 가장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누구나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음침한 똥꼬가 아닐런지? 직접적으로 거기다 라고 찝어서 이야기 하지는 않았지만 똥꼬박사가 거기 말고 또 어디를 언급하고 싶었겠는가.

남호탁 선생님의 똥꼬 까발리는 적나라함으로 즐겁지만 누구나 그 고통스런 즐거움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이 책 똥꼬 깊숙히 빠져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책의 서술 방식은 똥꼬박사 자신의 사사로운 이야기들과 버무러져서 쏟아진다. 학력위조가 이 이야기랑 무슨 상관이람? 그러는 순간에 비행기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롱대롱 매달린 채 변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로부터 시작되는 문제 제기는 어린 아이들의 어른 변기에 앉으면 쾌변하기 힘들다는 이론부터 찝어 준다. 어린 아이용 변기는 아니더라도 발 짚고 변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의무는 어른들에게 있음을 잊지 말자.

변비 때문에 똥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는 있을지라도 숙변이란 것은 허상이라 한다. 있지도 않은 묵은 똥의 존재를 부각시켜 환자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하는 일부 무리가 아직도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하지만 우리의 똥꼬박사는 변비나 없도록 물도 많이 마시고, 규칙적인 식습관, 마음의 평화를 유지 하라고 한다. 안심이다. 똥은 장에 눌러 붙을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장도 자존심 있는 근육이라 열심히 운동해서 똥이 붙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장운동은 사람의 의지나 이성적인 노력 보다는 감정적인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고,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일수록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가 많단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은 것도 아유인데, 우리의 조상들은 과민성대장증후군 등을 분석하여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으로 승화시키신 분들이다. 질투심과 괜한 스트레스를 줄여보자~

여러가지 에피소드 중에서 지방 병원에 선배 도와주로 갔다가 맹장수술한 할머니의 보호자이던 딸과 말다툼한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똥꼬이야기만 하려던 것은 아닌 것 같고, 의사로서의 답답함을 어디 하소연 할 데가 마땅찮아 이런 책을 통해 토로하는 듯하여 측은하기도 했다. 자신이 아무리 억울해도 괜히 하소연 했다가는 질투공화국인인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당신은 의사니까 살만하지 않느냐?"는 역공을 받기 십상이라는 점... 똥꼬박사님은 나름대로 상처받으신 듯 하다. 난 이해한다.

의과 대학에 강의 나갔다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새카만 후배들에게 의료현실의 암울함을 이야기하던 장면은 좀 황당해 보이지만 '문학과 의학'의 관계론을 이끌어 주는 진정한 인간애와 환자와 의사간에 불신이 넘쳐나는 현실을 고통스러워 하는 똥꼬박사의 고민이 몹시 착찹하게 다가왔다. 어찌 고민하지 않을 수 있으랴.

똥꼬박사의 투박한 손가락... 환자의 항문으로 직접 손가락을 쑤셔 넣는 의사의 심정은 어떠할까? 하지만 이러한 직장수지검사는 항문으로부터 12센티미터 안에 대장암의 43%가 있다는 진실과 함께 아름답게 승화된다.

그런데, 똥꼬박사님, 그 귀찮은 대장내시경 꼭 해야하나요? 
별것도 아닌 용종의 7~10년 성장 과정만 잘 막으면 80%이상 차단되는 것이 대장암이라고 그렇게 강조하시지만 읽을 때만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책장에 끼워두면 그냥 잊혀져버릴  것 같다. 그런 똥꼬를 위한 애정어린 충고들... 어떻게 생활화 할 것인가?

의사가 자신의 직업의식과 일부 하소연을 곁들여 아주 가볍게 쓴 책이다.
아주 가볍지만 똥꼬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으니 마냥 가볍게만 읽을 책도 아니다.
나름대로 부담없이 밑줄을 그어 가며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이 말하는 수 많은 변비와 치질과 대장내시경과 좌욕스러운 이야기, 비데와의 대화가 가능할만큼 몰입이 깊어진다. 이쯤되면 이 책을 가족 중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어지는데, 그냥 변기 옆에 두기로 한다. 이 책은 그렇게 그냥 당분간 변기 옆에 두고 가끔씩 변을 보는 중에 몇 쪽씩 들춰보며 생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책은 내 손보다 조금 작으며, 똥지로 사용하기에 조금 거친 종이를 사용했지만 제법 유용하다.

P.S.
92쪽 아래서 세번째 줄에 오타 하나 개정판에선 수정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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