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의 나라
이케가미 에이코 지음, 남명수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인들은 스스로가 동양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서양인이고 싶어하는 경향의 정체정이 모호한 민족이다.
그렇게 스스로의 정체성 혼란에 빠진 그들은 자기 민족 보다도 서양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자신들의 정체성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가 아닌 서양인들이 분석해 주는 민족의 정체성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열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보다 근본적인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노력의 산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 대한 반발이 이 책을 쓰게 만든 것 같다. 베네딕트의 글은 분명히 세계인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일본 문화 분석서이지만... 자신이 방문한적도 없는 사회에 대해서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에서만 취합한 자료들로 한 사회의 문화를 결론 짓듯 써내려 갔다는 면에서 분명히 경솔한 글이 아닐 수 없을 것이며 저자 이케가이 에미코는 그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다.

"어떤 행동이나 삶의 방법을 명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는 개인과 사회가 맺는 방식의 상호관계와 거리를 재는 아주 좋은 체온계이다. 이 체온계를 사용해서 일본의 역사에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사회학적 '작전'이다."

"일본인에게는 개인성의 결여되어 있다고 자주 말하는데 이 말은 일본인이 보여주는 유연한 적응력이나 과거의 역사 속에서 때때로 나타나는 사회 변화를 향한 대담한 움직임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일본이 새로 선진공업국의 지도적 입장에 들어선 지금 순종적이고 몰개성적인 일벌들이 새까맣게 벌집에 몰려 있는 이미지만을 떠올려서는 세계 시장에서 일본이 갖는 강한 경쟁력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일본 사무라이의 문화 발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려고 한다."
-저자 서문 중-

오늘 날, 세계인들이 일본을 떠올릴 때 손꼽힐만한 단어가 바로 '사무라이'다.
9세기에서 10세기경 헤이안조 천황 정부의 궁정귀족들이 교토에서 폼나는 문화 생활을 즐기던 때에 무력의 소유를 특징으로 하는 집단이 출현 했을 때 그들에 봉사하는 계층인 사부라이가 등장했고, 그러한 사부라이가 변하여 오늘날 세계인이 기억하는 사무라이의 원류가 되었다. 11세기 이후에 가문의 세습으로 연장된 사무라이 계층은 사회적으로 확실한 실체를 드러내며 하나의 신분으로 자리를 굳힌다.
그렇게 일본 역사의 중심에 천 년간 비중있게 존재했던 사무라이는 19세기 중반 명치유신으로 그 종말을 고할 때까지 일본 고유의 집단을 위한 개인 희생의 명예 문화를 이끌었다. 이 책을 쓴 저자 이케가미 에이코는 일본을 뛰어넘은 세계적인 학자로서 그녀의 모국을 사무라이라는 주제로 미화 시키는데 앞장 선 인물이다. 그녀의 조국미화 프로젝트 논문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사무라이의 출현부터 가마쿠라 바쿠후, 중세 전국 시대, 도쿠가와 바쿠한 시대를 거치면서 성장해 가는 일본 문화의 중심에 사무라이를 연결지어 설명 한다. 일본인의 장점 혹은 단점은 사무라이 문화와 결코 떼어 낼 수 없으며 현대 일본을 이해 하려면 그러한 사무라이 문화를 이해 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역사 왜곡을 일삼는 작금의 정부와 뉴라이트의 행태를 보면 일본이 부럽고, 우리 역사가들이 부끄러운 그런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 역사 관계자들이 얼마나 일본에 무지하고, 정확한 대처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통스러워진다. 친일파 척결,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등에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기분 나쁜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을 알아야 뭐라 할 수 있는데, 정말 불쾌하게도 이 책은 일본 문화 이해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책인 것 같다.

로버트 벨라, 루스 베네딕트, 찰스 틸리, 페리 앤더슨, 마이클 만 등 비일본인이 평한 일본과 일본이 만들어 낸 이케가미 에이코의 시각을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내용이 어쨌거나 이 책은 너무 지루하고 두꺼운 책이라 가격 또한 불가피 하게 비싸다.
한 장으로 설명 가능한 내용을 열 장 이상의 지면을 할애하여 꽤나 논리적으로 서술한 것은 일면 칭찬받을만한 학문적 성과인지는 모르겠으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게 했다는 점에서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본다. 덕분에 난 이 책을 읽기에 지나친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다. 대충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안타깝지만... 제대로 고민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면이 없잖아 있다.

일본은 골 때리는 나라다. 자기 정체성을 잃고, 자기 문화를 외국인 특히, 서양인들이 평가해주면 입이 떡 벌어지고 침을 질질 흘린다. 서양을 숭배하고 모방하며, 자신들이 아시아인이기 보다는 서양인이고 싶어하는 일본인들... 그런 일본인들에게 같은 민족의 글이 주체성 있게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어쨌거나 일본과 일본문화를 부럽게 만든 책이다.

그런 면에서 일본인들은 앞으로도 서양인들이 되려하지 말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건전한 아시아인이 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