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
임채욱 지음 / 조선일보사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2008년 출범하는 새로운 정부가 실용주의를 표방하면서 통일부를 없앤다고 하니 우울하다.

 

 

10년전 가을... 내가 중국의 어떤 터널을 지날 때 조선족 운전기사가 내게 물었다.
"안 선생님! 남조선에서는 터널을 뭐라고 합니까?"
"글쎄요? 굴? 땅굴? 음... 우리 말은 특별히 없고, 그냥 터널이라 하는데요."
"그래요? 경제발전으로 만들어내는 인공굴이라... 특별히 남조선 고유의 말은 없을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안 선생님은 우리 조선족 말과 북조선말과 남조선말 중에서 어느게 가장 고유의 언어에 가깝다 생각하십니까?"
"...... 음... 어쩌면 평양 사람들 말이 민족의 표준말이 아닐런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남조선 말들은 너무 변질돼서 알아먹기 어려워요."
......


당신은 북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북한 사람들은 '빨갱이'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기분 나빠 할까?
혹시, 산당화나 김일성화 김정일화에 대해서 들어 보았는가?

8년쯤 전에 내가 읽은 책은 거기에 대해 어느 정도 해답을 안겨줬으며, 북한 문화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었다.

동남아의 어떤 식물원에서 품종개량한 '교잡종246호'꽃이 하나 있었는데, 그 나라의 국가원수가 김일성화라 명명하였다는 내용이 있다. 추측컨데 인도네시아의 몰락한 수카르토 대통령이 김일성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이 꽃은 난(蘭)과에 속하는 붉은 자주빛 꽃으로 1970년대 중반에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1980년대에는 북한 전역에 널리 퍼진 우상화가 되었고 한다.

김일성화에서 느껴지 듯 북한의 상징적인 색상은 붉은 색이라 한다.
흔히들 레드콤플렉스(Red Complex)라 부르는 우리나라의 반공 사상은...
5공 시절 어느 지방의 도교육감은 교기중에 붉은 색은 모두 다른 색상으로 바꾸도록 지시했으며
1999년 서울 서초구청에서는 빨간색 간판을 모두 없애는 정책을 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북한을 빨갱이라 부르는데 대해서 북한은 어떤 생각을 할까?
"리승만은 우리를 빨갱이라 부릅니다. 그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합시다. 우리는 자신이 붉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붉은 사람들입니다.................."
1958년 김일성이 어떤 연설에서 한 말이다.
결국 우리는 빨갱이로 비하하지만 그들은 그 표현을 별로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별의 별 것에 대해 새로이 작명하는 습관이 있어서 강이름, 산이름, 봉우리 이름, 꽃이름 등에 우리가 듣기에는 아주 거북한 이름들로 개명된 경우가 허다하다. 지하철역 이름도 우리나라처럼 지명을 따지 않고, 붉은별역, 혁신역, 승리역, 광복역, 전우역 등등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는 도로도 '~대로' 중심으로 명명된 것들이 허다하며, 한강 다리만 보더라도 광진교를 제외하고 모두 '~대교'라 명명 될만큼 '대'자를 선호하는 사상이 가득하다. 그러나 북한은 '~교'를 사용하지 않고 청천다리, 송신다리, 충성의 다리 등 사상적인 이름에 순수한 우리말로 이름 짓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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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중국출장 중에 조선족 운전기사와 주고받던 또다른 대화가 생각난다.
"안 선생! 안 선생은 중국과 남조선이 축구경기를 할 때... 우리 조선족들이 어디를 응원할 것 같습니까?"
"남조선 응원 하지 않겠습니까? 같은 민족인데..."
그의 대답은 조선족은 중국인이므로 한국이 아닌 중국을 응원하는 것이었다.

"평양은 연변을 돌아서"
이 말은 "파리는 북경을 돌아서"라는 레닌의 말을 차용한 임채욱 선생의 대북 접근 철학이다.
임채욱 선생 말씀처럼 우리가 평양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은 당분간 직접적이기 보단 간접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 정리를 할 수는 없었으나...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북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차근차근 북한을 이해하여... 우리가 평화롭게 평양을 왕래할 수 있는 날이 왔을 때는... 서로를 더 많이 포용할 수 있는 이해심이 생겨 있기를 바란다.


오래전에 읽은 책이고, 오래전의 느낌을 남기는데 이 책이 절판이 되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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