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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세상의 권력을 말하다 1
노암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 시대의창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과거 우리에겐 '행동하는 양심'이라 불리던 대통령이 있었다. 또한 유명한 인터넷 자원봉사 모임에도 같은 이름의 단체가 존재한다. 촘스키는 말이 아닌 행동할 것을 조용히 호소한다. 행동 권장, 그것은 변하지 않는 노학자의 진리추구일 듯 하다.
미국의 독립방송 '얼터너티브 라디오'의 진행자 데이비드 바사미언이 노암 촘스키와의 세 차례 걸친 대담을 두 권의 책으로 옮겼는데, 공익을 주제로 한 이 책은 그 첫 권이다. 미국의 프로파간다(Propaganda;선전) 시스템이 세상을 주무르는 과정을 실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며, 심지어 세상 사람들이 좌익이라 논하는 레닌주의자들도 공익(Common good)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고 정치권력을 욕심 낸 그 성격상 극우에 가깝다고 규정한다. 촘스키가 이런 비판을 통해 가장 중요하게 이끌어 내는 생각은 바로 공익이며, 공익을 향한 행동에 가치를 둔다.
거대기업을 공공의 적으로 선포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자생력을 비꼬는 글 중 하나를 보면 이렇다. 유엔개발게획(UNDP)의 "농산물 시장에서의 생존은 비교우위보다 보조금 크기에 달려있습니다."라는 주장을 인용 하며, 세계적인 거대기업들은 정부가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아예 인수하지 않았다면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득력있는 주장을 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 생산에서 일본이 미국에 역전 당했을 시에도 미국 언론의 호들갑에도 아랑곳 않고 단지 정부 주도로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세웠던 일본이 단지 정부지원이 끊겼기 때문일 뿐 미국의 대약진이 이유는 아닐 것이라는 차분한 주장은 촘스키의 내공이다.
부자가 더욱 부자되는 구조, 가난한 자가 더욱 가난해 질 수 밖에 없는 경제구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적인 현상이고, 그 원인은 미국적인 논리에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 대통령의 전성기에 그 두 사람의 행동반경마저 적나라하게 까발린 오래 전에 쓰여진 이 책이 지금의 우리 현실에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는데 글 읽는 고통이 있었다.
촘스키에 따르면 신자유주의란 제국주의 정책과 다를바 없다. 부자들은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자유 시장 논리를 강요하는 것이다. 공익을 버리고 권력을 가진 자들만의 이윤을 추구한 결과의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로 인해 민주주의도 철저히 짓밟히고 있기에 단지 그 진실을 비판하고 고통스러워 하기 보다는 그 잘못된 권력구조를 국민이 바꾸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 그의 차분하고 논리적인 주장인 것이다. 세계화 예찬론자 중에 한 사람인 '토마스 L. 프리드먼'은 그의 관점에서 악의 축이나 마찬가지이다. 국제 금융거래의 2/3이 유럽과 미국, 일본간 혹은 그들 내부에서 발생한다는 비판이나 각국의 무역 성장은 단지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장소만 옮기는 거대기업의 내부 거래 방식일 뿐이라는 비판은 정신이 번쩍들게 하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끝으로 요즘의 좌파 지식인들이 입만 살아있음에 안타까워 하는 촘스키는 공익의 관점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며 희망을 꿈꾼다. 단지 음모론이 아닌 깊은 통찰력으로 정리된 이 대담문은 행동하는 양심을 깊이 생각하게 한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