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홈
사기사와 메구무 지음, 조양욱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전경린의 신작, 엄마의 집을 읽다보면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사기사와 메구무...
유쾌한 가족관을 남겨두고 떠난 그녀...

열여덟 살에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원조 천재 소녀작가’…… 역대 최연소 수상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데뷔작인 단편 '강변길"에 이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달리는 소년" 등의 작품을 잇달아 발표하여 호평을 받는다. 어느 날, 자기 아버지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자 호적을 뒤지던 그녀는 놀랍게도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후로 사기사와 메구무는 늘 자신의 몸에 흐르는 한국인의 피를 의식했다. 연세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 연수를 하고, 자신의 가족을 소재로 작품을 구상했으며, 스스로를 ‘4분의 1의 한국인’이라는 의미에서 쿼터(일본에서는 조부모 대에 외국인의 혈통이 있는 경우를 이렇게 표현한다)라고 불렀다. 그녀의 여러 작품 속에 그 흔적들이 짙게 남아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1990년대에 국내에 소개된 사기사와 메구무의 작품들은 아쉽게도 지금은 그리 쉽게 구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펴낸 (그러나 그 어디에도 죽음의 그림자가 있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 『웰컴 홈 』, 그리고 컴퓨터 하드에 고스란히 남아 있던 작품들을 모아 그녀의 사망 다음 달 펴낸 유작집 『뷰티풀 네임 』을 통해, 그녀가 어떠한 삶들을 그려내고자 했고 또 자신은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재일 한국인의 정체성은 늘 사기사와 메구무의 화두가 되어 왔지만 그녀의 글은 무겁거나 비장함이 넘치지 않는다. 그녀의 글은 담담하다. 요즘 표현대로라면 ‘쿨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담담한 글줄 사이로 언뜻언뜻 수줍은 듯한 유머를 곁들여 작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얘기가 방백으로 들리는 듯하다. 파국으로 치닫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가 아니더라도, 주인공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그로 인한 긴장감, 거기서 은근하게 느껴지는 아이러니를 통해 자신의 테마를 표현하는 힘은 여러 작가들 또는 재일교포 작가들 사이에서 사기사와 메구무만의 특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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