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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못 정한 책 - 사운드 디자이너 김벌래의 전투일지
김벌래 지음 / 순정아이북스(태경) / 2007년 8월
평점 :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 진다!
그 영감이 누군데?
김벌래!
인생에는 많은 교훈이 있다.
그중 남의 인생이야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이다.
하지만 나는 한 개인의 성공적인 삶에 대한 스토리에서 그다지 교훈을 얻지 않는 편이다.
일례로 베스트셀러가 된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던 김우중 회장의 모순에서 경험했듯이 억지 교훈도 많고, 대필작가에 의해 끄적끄적~ 배신감 넘치는 글들이 난무하지 않았었던가.
이 책에 대한 나의 기대도 별다르지 않았었다.
차라리 이 책을 읽을 시간에 시집 한 권 들고 다니는게 인생에 더 보탬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었다.
어제 집을 나서면서 책장에서 집어 든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급하게 집을 나서면서 읽지 않은 책 하나를 빼 든다는 것이 얼떨결에 집어 들게 된 것이다.
뭐하랴? 지하철에서 멀뚱멀뚱 하느니 읽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김벌래, 괴물15843호~
기억이 맞다면 "거뜬하구만!"이라는 영상과 사운드가 내 머리에 오버랩된다.
어린 시절, 어깨동무인가 새소년인가 하는 잡지에서 김벌래라는 맞춤법을 생각해도 틀린 벌레도 아닌 그 이름은 별 거부감 없이 뇌세포 하나에 자리잡았다. 그의 외모가 별로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했기 때문에 느낌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키 158Cm에 몸무게가 43Kg의 작고 섹쉬할 듯한 몸매~
치수는 그럴 듯한데 불행하게도 남자였으니 얼마나 마음고생 많을 몸매인가?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천재로 만들어 갔다.
천재가 무엇이길래?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에디슨이 말했다.
바로 그 1%의 영감(?)은 어느덧 60대 후반이 된 히긋히긋한 머릿결 휘날리는 바로 그 김벌래 영감을 말하는 것이 틀림 없다. 그는 1%의 자신과 99%의 노력을 한 만들어진 천재가 확실하다.
이 책을 읽노라면 노무현 대통령이 그러했던 것보다 더 심한 막말이 넘쳐난다.
막말~ 조중동 언론이 만들어 낸 말이지만 알고보면 우리가 가장 알아듣기 쉬운 말이 막말 아니겠는가~
출판사를 통해 분명 순화되었을 이 영감님의 막말은 나에게 감동과 재미를 준 듯 하다.
취직도 안되고, 장사도 안되고, 집값은 허벌나게 오르고, 그 모든 것들이 점점 힘들어져 가다보니, 세상 탓하고 돈 없는 부모 탓들을 늘어놓기 쉬운 요즘 사람들에게 영감님의 99% 노력한 이야기는 그냥 허투로 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괴물 15843호가 이뤄 놓은 일들을 나같은 고물17773이 못이룬다는 것도 너무 큰 핑계이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광고 음향의 90%는 김벌래의 38광땡 회사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음향의 달인', '광고소리의 대부'로 통하지 않을 수가 없다. 승자독식의 이 시대를 비판하다보면 지나칠 수 없는 문제점이지만 그의 지나친 소리시장 독식의 문제는 결코 밉지가 않다. 큰일이지만 그가 자신의 성공비결을 낱낱히 까발렸기에 이 책을 읽고 그보다 더 열심히 하면 어렵지 않게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ㅋㅋㅋ~ 말이 쉽지 겁나게 어려운 일이다.
88서울 올림픽에서 사고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그의 이야기는 아주 매력적이다.
20,000편이 넘는 소리 작품으로 김벌래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 만큼 그는 확실히 소리 천재다. 이 책은 우리 광고계의 역사이다. 별다른 느낌 없이 우리들 생활에 익숙해진 사운드들이 거의 다 그렇게 괴물15843호의 몸짓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시간적으로 충분하겠으나 일단 이 1%의 영감님 돌아가시기 전에 사인을 받고 싶어졌다.
구입한 책을 들이 밀었다.

그 천재의 부담 없는 이야기가 별다른 미화 과정 없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리 장이가 아닌 소리 쟁이답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Fade In, Fade Out으로 처리한 것도 매력인 이 책의 서문에 이런 글이 있다.
이 책 제목을 도무지 정하지 못하겠다. 우리의 일생을 어떤 '제목'으로 요약할 필요가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름 없는, 제목 없는 그들도 모두 한결같이 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내며 일생을 멋지게 살아간다. 그까짓 이름, 제목, 완장, 명예, 지위 따위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젊은이의 진정한 성공은 바로 지금 하는 일에 치열하게 온 힘을 다하고 지금 내 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일이다. 결국, 우리 인생에는 답이 없다. 그것은 우리가 느끼는 그대로의 진실이 답이 아닌가 싶다.
공감하고 싶지 않지만 마케팅적으로도 훌륭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이 책에서 유일하게 싫어하는 것은 책의 제목이지만 그 취지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