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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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은 어렵다.

원글을 쓴 이의 의도와 목적을 가능한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문장을 고치는 일은 참 어렵다.

나는 글쓴이의 뉘앙스가 잘 전달만 된다면 문장에 좀 틀린 부분이 있더라도 어쩔 수 없지 않나, 라고 생각하는 입장이었다.

교정을 업으로 삼으시는 분들 입장에서 보자면 나같은 문법파괴자 혹은 파괴소비자가 또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국어 문법과 어휘의 쓰임이 정확한 좋은 문장이 필요없다고 여기는 쪽은 절대 아니다.

 

잘 고른 흙에 열을 맞추어 고랑을 파고 가지런히 씨를 뿌려 놓은 초봄의 밭은 아름답다. 잘 벼린 문장은 조화롭고 짜임새 있는 한글의 수려함을 잘 보여주는 동시에 독자의 생각과 마음에서 고개를 내밀 새싹까지 잉태하고 있다.

 

교정만으로 어렵고 난해한 분야인데, 이 책의 구성도 나에겐 참 난해했다.

 

저자는 이 구성을 선호하는가 보다. 나는 별로다.

 

교정 실제와 함께 곁들인 한 편의 긴 이야기에서, 저자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손에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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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따뜻한 대통령 문재인 - 대통령에게 배우는 리더십
유일윤 지음, 윤지원 그림 / 글뿌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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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그림책의 주인공이신 분에게 어떤 호감도 비호감도 없다.

이 책은 순전히, 근래 나온 그림책 특히 지금 살아있는 인물을 다룬 책 중에 상당히 고퀄리티를 자랑하는 책이라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림과 글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런 류의 책은, 글자만으로 모든 것을 묘사하는 일반 소설만큼이나 쓰기도, 만들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글자 수나 페이지 수가 적다고 해서 만만히 볼 책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림으로 전달하는 부분이 큰, 그림동화의 경우 기본적으로 그림이 잘 빠지지 않으면 아무리 글이 청산유수로 수려해도 눈이 가질 않는다.

그렇다고 그림은 대단히 훌륭한데 글이 쫄깃하지 않으면 그림의 이미지 외에 그 어떤 것도 더 전달하지 못하고 만다.

 

이러한 면에서, 이 책을 여러 번 살펴보니 '정말 잘 만든 책이구나' 싶다.

그림이 편안하고 단정하고 예쁜데다, 이야기의 구성이나 전개도 원만하다. 시사성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어필하고 싶은 부분을 적당히 드러내는데 독자로 하여금 그런 점들을 부담없이 수용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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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잠수함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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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한 순간. 그 순간을 지내본 사람은 평생을 살아갈 어떤 의지 같은 것을 얻게 되나 보다.

 

글쎄......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나는 기분이 참 이상했다. 마음도, 생각도 정리가 되지 않아서 어딘가 불안했다. 유명한 소설 작가들이 이 책의 추천사로 쓴 내용에 동의할 수 없었다. 이 작품의 저자가 훌륭한 이야기꾼이라는 데에는 공감한다. 아마 다른 많은 독자들이 그럴 거라 예상되는데, 나 역시 이 작품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쉬지 않고 읽어냈다. 육봉1호의 난데없는 여정에 빨려들어가, 커피의 마지막 한 방울을 빨대로 훑어내듯 그 여정의 끝 문장까지 꼼꼼하게 읽었다. 흥미로웠다.

하지만 ‘모모야, 너의 페퍼랜드는 어디니?’라고, 작품의 마지막을 아련하게 매듭지은 문장은 나의 생각의 매듭까지 말끔하게 지어주지는 않았다.

 

여전히 참 묘하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한 순간이 없는 사람은 그럼, 평생을 살아갈 힘을 어디에서 얻게 되는 걸까? 막막한 처지를 견디고 지옥보다 못한 현실이,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무서운 현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그런 꿈같은 추억의 존재에서 나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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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하 (양장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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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마 상, 정말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나라는 현실의 그릇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아요. 태어나서부터 단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어. 오히려 나는 그것을 줄곧 증오해 왔어요. 내 얼굴이나, 내 두 손이나, 내 피나, 내 유전자나..... 어쨌든 내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것이 저주스러웠어요. 할 수만 있다면 이런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에요. 집을 나온 것처럼.”

2권 75-76쪽

 

“생각해 보니까 그 가운데서도 제일 이상한 것은 누가 뭐래도 아저씨야. 그래, 나카타 상이라구. 왜 아저씨가 이상하냐 하면 음, 아저씨는 나라는 인간을 바꿔버렸기 때문이지. 불과 열흘 동안에 나는 엄청나게 변했어. 뭐라고 할까, 여러 가지로 주위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지금까지 그냥 대충 보던 것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구. 지금까지 조금도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음악이 묵직하게 마음에 스며드는 거야. 그리고 그런 느낌을 누군가, 비슷한 것을 알고 있는 사람과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 이런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야. 그래서 말인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니까, 그것은 내가 줄곧 나카타 상 옆에 있었기 때문인 거야. 그리고 나카타 상 눈을 통해 사물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라구. 물론 하나에서 열까지 다 나카타 상의 눈을 통해 본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극히 자연스럽게 나는 아저씨의 눈을 통해서 여러 가지 것을 보고 있었던 거야. 왜 그렇게 했느냐 하면, 아저씨의 세계를 보는 자세가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나는, 이 호시노는 여기까지 아저씨를 계속 따라온 게 아닐까? 아저씨와 헤어질 수가 없었어. 그것은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일어난 일 가운데서 제일 알맹이가 있는 일이야.”

2권 342-343쪽

 

오시마 상은 연필의 지우개 부분으로 관자놀이를 몇 번이가 가볍게 누른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으나 그는 무시한다.

“우리는 모두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을 계속 잃고 있어.” 전화벨이 그친 다음에 그는 말한다. “소중한 기회와 가능성, 돌이킬 수 없는 감정. 그것이 살아가는 하나의 의미지.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는, 아마 머릿속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을 기억으로 남겨두기 위한 작은 방이 있어. 아마 이 도서관의 서가 같은 방일 거야. 그리고 우리는 자기 마음의 정확한 현주소를 알기 위해, 그 방을 위한 검색 카드를 계속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지. 청소를 하거나 공기를 바꿔 넣거나, 꽃의 물을 바꿔주거나 하는 일도 해야 하고. 바꿔 말하면, 넌 영원히 너 자신의 도서관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거야.”

나는 오시마 상이 손에 쥐고 있는 연필을 보고 있다. 그것은 나를 무척 마음 아프게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좀더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 살 소년으로 있어야 한다. 적어도 그런 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어 폐를 공기로 가득 채우고, 감정의 덩어리를 어떻게든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2권 449-450쪽

 

누구나 몸의 성장기를 겪듯 누구나 자기 혐오를 겪는다. 몸의 성장과 마음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함께 간다. 함께 흘러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속이 텅빈, 알맹이가 없는 인간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하루키는 15살이라는,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있는 주인공에게 이 격변의 시기를 투영시켰던 것일까. 자기 혐오에 빠진 인간이 어떻게 알맹이를 가진 인간으로 거듭나는지를.

 

조니 워커를 죽여야 하고, 어머니를 부정해야 하고 그리고 진실로 자기 존재의 이유를 스스로 납득하고 확인했을 때에 인간은 현실에 뿌리를 내린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온다고 어느 독자가 그랬다고 한다. ‘해변의 카프카’는 그래서 전 세계인에게 인상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나에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어린왕자가 그랬듯이 이 작품 역시, 나이가 좀 든 후에 읽으니 진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지금에서야 눈에 들어온다.

 

아... 이러다가 하루키 역주행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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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 상 -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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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아서는 안 되네” 하고 조니 워커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규칙일세. 눈을 감아서는 안 되네. 눈을 감아도 사태는 조금도 좋아지지 않으니까. 눈을 감았다고 해서 무엇인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아니, 오히려 다음에 눈을 떴을 때, 사태는 더 악화되어 있을 거라네. 우리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는 걸세, 나카타 상. 눈을 똑바로 떠야 하네. 눈을 감는 것은 약자가 하는 짓이야.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것은 비겁한 자가 하는 짓이란 말일세. 자네가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가고 있단 말이야, 똑딱똑딱하고.”

나카타 상은 시키는 대로 눈을 떴다. 조니 워커는 그것을 확인하고 나서 여봐란 듯이 가와무라 상의 심장을 먹었다. 아까보다도 더 천천히, 맛있다는 듯이 그것을 먹었다.

1권 285쪽

   

 

누구나 몸의 성장기를 겪듯 누구나 자기 혐오를 겪는다. 몸의 성장과 마음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함께 간다. 함께 흘러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속이 텅빈, 알맹이가 없는 인간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하루키는 15살이라는,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있는 주인공에게 이 격변의 시기를 투영시켰던 것일까. 자기 혐오에 빠진 인간이 어떻게 알맹이를 가진 인간으로 거듭나는지를.

 

조니 워커를 죽여야 하고, 어머니를 부정해야 하고 그리고 진실로 자기 존재의 이유를 스스로 납득하고 확인했을 때에 인간은 현실에 뿌리를 내린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온다고 어느 독자가 그랬다고 한다. ‘해변의 카프카’는 그래서 전 세계인에게 인상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나에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어린왕자가 그랬듯이 이 작품 역시, 나이가 좀 든 후에 읽으니 진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지금에서야 눈에 들어온다.

 

아... 이러다가 하루키 역주행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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