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로 책쓰기 - 책 쓰기를 위한 나만의 현명한 AI 활용 비법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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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비서'.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제목이 아니다. 책쓰기에 완벽한 파트너가 되는 클로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바야흐로 AI시대가 도래했다. 대화도, 휴식도, 놀이도, 업무도 AI와 같이 하는 시대. PC가 보급되기 시작한 그 때의 충격과 놀라움이 지금과 비슷했을까? 매일 매일, 자고 일어나면 'AI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싶게 만드는 것들을 날마다 마주하는 요즘이다. 그 놀라움 중 하나가 글을 쓰는 일이다. 잔뜩 엉켜서 도저히 풀어지지 않던 글타래가 AI라는 파트너의 도움으로 술술 풀리는 걸 경험하고 나면 나도 모르게 대박이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AI의 일처리란 얼마나 스마트하고 깔끔한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안을 물어보면 그에 맞는 결과를 기가막히게 제안한다. 그러나 AI는 신이 아니다. 램프의 지니를 생각해야 한다. 지니는 실수도 하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결과를 주기도 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나 자신이 아니다. 100% 믿을 수도, 의지할 수도 없는 나의 완벽한 글쓰기 비서. 모순인 듯한 이 말을 이해하려면 황준연 작가가 최근 펴낸 [클로드로 책쓰기]를 읽어 보자.

 

지인이 작년에 책을 냈다. 제목부터 내 마음에 쏙 드는 에세이였는데, 나는 원고를 두고 매번 고전하던 그가 예상 밖으로 일찍 원고를 마무리하고 출판까지 속행되는 걸 보고 놀랐다. 글쓰기 비결은, 물론 저자 본인의 남다른 노력이 가장 큰 비결이고, 2등 공신은 AI였다. 그는 방향성, 구성, 전개, 표현까지 AI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귀뜸해주었다. 나도 뭔가를 쓰다가 갑자기 꽉 막힐 때, GPT에게 물어 물어 팁을 얻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기에 그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그러다가 우리는 불현듯 같은 걱정에 도달했다. 너도나도 다 AI에게 자문을 구할테고, AI는 모두에게 같은 결과를 내어줄텐데,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다 거기서 거기인, 대동소이한 원고를 낳게 되는 게 아닐까? 성형이 보편화되면서 성형을 받은 사람들의 얼굴이 서로 비슷해지는 걸 이미 우리는 충분히 목격하지 않았나. 출판 시장도 결국 이렇게 되는 게 아닐까, 이런 걱정이 진지하게 깊어지기 시작한 올해 초, 마치 AI가 나의 걱정까지 다 알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적확한 타이밍에 나는 이 책을 만났다. [클로드로 책쓰기]

 

[클로드로 책쓰기]는 일반적인 글쓰기보다 좀더 규모도 크고 조직화된 글쓰기인 책쓰기 방법을 안내한다. 그런데 저자는 책을 쓰려는 자가 혼자 맹투하길 권하지 않는다. 클로드라는 똑똑한 보조작가를 페이스메이커로 삼아 책쓰기라는 쉽지 않은 마라톤을 완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은 12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어볼 수 있을 정도로 콤팩트하다. 분량이 '적다' 혹은 '많지 않다'는 표현 대신 콤팩트하다고 적은 이유는 원고량은 적은데 오밀조밀 알찬 구성으로 있을 건 다 있으면서 군더더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세 번 정도 거듭 읽으면서 나는 클로드에게 어떤 질문을 어떻게 던지면 좋겠다고 장마다 메모까지 하게 되는 책이다. 저자는 일단, 클로드의 장점을 소개하는 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GPT와는 다른 클로드만의 쓸모가 무엇인지, 특히 책을 쓰려고 기획하고 구성을 짜고 내용을 써나갈 때 클로드가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저자 본인의 경험과 더불어, 다른 저자들의 사례 혹은 용례를 가져와 이 책에 담으니, 클로드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면 좋을지가 더 명확하게 그려진다. 무엇보다 이 책이 정말 좋은 점은 AI시대에 작가의 할 일을 단호하게 결론 짓는다는 점이다.

 

AI를 전적으로 의존하지도, 완전히 배제하지도 않는 것. AI의 장점을 활용하되, 작가로서의 주체성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나와 클로드가 찾아낸 최적의 협업 방식이었다. 25

 

기계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전에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계산은 할 수 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순 없다. 이 지점이야말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영역이다. AI를 활용한 글쓰기 시대에는 그래서 '나의 생각' , 주체성이 가히 작가의 생명줄이나 다름 없다. 나의 생각, 나의 느낌, 나의 사상과 주장, 나의 가치관이 원석이 되고, 이 원석을 AI와 함께 갈고 닦아 빛을 내는 과정이 이 시대의 책쓰기가 된다. AI를 잘 활용하면 과정이 좀더 수월하고 시간이 절약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원석이 없다면 갈고 닦을 게 없는 것이다. [클로드로 책쓰기]는 책 중간 중간, 책을 쓰려는 자의 주체성을 지켜야 할 것을 꾸준히 강조한다. 클로드가 대단히 좋은 제안이나 결과물을 보여주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복사하여 내 원고로 가져오는 것은 금물이다. '나의 생각'이라는 필터를 거쳐야만 오롯이 내 원고가 되는 법이다. 뿐만 아니라 클로드는 어디까지나 AI. 클로드는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이것저것을 길어와 나에게 보여줄 뿐, 그것의 진위는 확인하지 않는다. 클로드가 가져온 정보 중에 거짓이 섞여 있는지는 반드시 내 손으로 확인해야 뒤탈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도구를 얼마나 현명하게 사용하느냐다. 당신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당신만의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길 바란다. 127

 

창작의 진정성, AI의 도움을 받아 원고를 완성했다면 과연 그 책은 저자의 책인가. 이 문제는 쉽게 정리되거나 답이 내려지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클로드로 책쓰기] 저자가 책 표지에 클로드를 보조작가로 기재하고 이 책 말미에도 AI 활용의 투명성에 대하여 언급했듯이, 책을 쓰면서 AI를 활용한 모든 저자는 앞으로 저 윤리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해결의 좋은 본보기를 이 책 [클로드로 책쓰기]가 보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동안 챗GPT에 익숙했던 나는 이제 클로드하고도 많은 시간을 보내봐야겠다.

 

AI를 전적으로 의존하지도, 완전히 배제하지도 않는 것. AI의 장점을 활용하되, 작가로서의 주체성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나와 클로드가 찾아낸 최적의 협업 방식이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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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발견 수학의 발명 - 세상을 설명하는 26가지 수학 이야기
앤 루니 지음, 최소영 옮김, 안계영 감수 / 베누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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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발견일까, 발명일까? 작년에 어떤 책을 읽다가, 나는 문득 이게 궁금해졌다. 수학은 원래 있던 걸 정립해낸 걸까, 아니면 없었는데 있게 만든 걸까? 반갑게도 이런 질문으로 시작하는 책을 알게 됐다. 어떻게 이런 책을 안 읽어볼 수가 있을까.

[수학의 발견, 수학의 발명]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어로 출간된 이 책 표지에는 '세상을 설명하는 26가지 수학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책을 다 읽고 이 부제를 발견했는데, 이 책의 포인트를 잘 짚어낸 부제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영국 작가로, 청소년을 위한 과학입문서부터 성인을 위한 문학, 철학, 역사, 과학 서적 등을 집필했다고 한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복잡한 개념을 쉽게 전달하는 방식의 책을 펴내 독자들의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다. 실제로 [수학의 발견, 수학의 발명]이라는 책은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수학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다소 복잡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정말 쉽게 풀어나간다. 수학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닌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철저히 맞추어, 일상이라는 범주 안에서 수학을 친근하고 낯익은 얼굴로 그렸다.



각종 미디어마다 다양한 통계가 넘쳐난다. 그리고 통계의 상당수는 대중이 특정 관점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려는 의도로 작성된다. 통계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치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이해하면 통계에 농락당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102쪽 


책에는 26가지 소주제가 실려 있는데, 이 중에 정말 재미있던 부분들은 현실에는 없던 음수의 등장,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무한대 개념, 통계에 대한 통찰, 계산과 측정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9. 통계는 순 엉터리에 사기일까' 는 이 챕터만 두 번 읽었을 정도로 재밌었다. 읽고 나면 왜 기사에서 연구 결과를 그렇게 실었는지, 왜 광고에서 그 수치를 그렇게 표현했는지, 왜 보험설계사가 그 내용을 그렇게 말했는지 등등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통계 수치가 새롭게 느껴진다. 동시에 왜 통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엉터리와 사기라는 과격한 단어까지 언급이 되었는지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저자는 통계를 설명하면서 통계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과 수치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이해하면 통계에 농락당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썼는데 이 말에 100% 동의한다. '내가 이 수를, 수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했는가'의 문제는 단순한 연산이 아니라 심리와도 무척 긴밀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수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계산을 잘 하는 사람에서 나아가 삶의 여러가지 문제를 보다 폭넓게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연결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수치를 제시하는 사람들이 백분율의 양면 중 어느 쪽을 부각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들은 이야기의 이면을 보기 어렵게 만드는 특정한 기법으로 이런 효과를 강화한다.

-106쪽


수학은 수의 복잡한 계산에 그치지 않는다. 수학은 우리의 기분, 선택, 삶의 설계와 경영까지 영향을 준다. 예전에는 언어만이 이런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수학 역시 이런 광범위하고 치밀한 학문이라는 걸 느낀다. 그래서 [수학의 발견, 수학의 발명]의 저자도 수학을 언어에 비유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우리의 사소한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학의 다양한 면을 끌어와 설명하면서, 동시에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가 어떤 걸 선택해야 더 유리할지를 제안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별 고민없이 내렸던 선택들이, 이제 이 책을 읽은 영향으로 그 전과는 다른 선택을 내리게 될 것이다. 숫자는 정보다. 지금, 우리는 정보로 가득한 공기 속에서 살아간다. 어떤 숫자는 참이고 어떤 숫자는 거짓이다. 수많은 참 속에 몇 가지 거짓이 있어도 골라내기 어려운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눈에 불을 켜고 수많은 거짓 속에 얼마 안 되는 참을 찾아야 하는 형국 속에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숫자는 남을 속이거나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기에 우리는 숫자와 정보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썼다. 크게 어렵지 않은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 난세를 해쳐나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안목이 우리 모두에게 길러지길 바란다.



수치를 제시하는 사람들이 백분율의 양면 중 어느 쪽을 부각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들은 이야기의 이면을 보기 어렵게 만드는 특정한 기법으로 이런 효과를 강화한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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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을 올리는 직장인 글쓰기 - 실무에서 바로 써먹는
송프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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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만큼 더디게 느는 기술이 또 있을까? 장르에 따라 타고난 재능이 대단한 사람도 분명 있지만, 글쓰기는 기울인 시간과 집중력이 재능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글쓰기 연습과 훈련은 지속하기가 어렵다. 들인 노력에 대한 보상이 쉽게 나오지 않는데다, 어지간한 시간을 들이지 않고서는 그 기술이 좀처럼 늘지도 않는다. 웬만한 의지가 아니고서야 혼자 글쓰기 연습을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글쓰기 연습을 지속하려면 강제적인 어떤 것이 필요하다. [몸값을 올리는 직장인 글쓰기]의 저자는 직장이야말로 글쓰기 연습과 훈련을 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니, 글쓰기 학원에서 수업 받는다는 생각으로 직장 실무 글쓰기를 해보라고 조언한다. 교재는 [몸값을 올리는 직장인 글쓰기], 강사는 저자 송프로(송수연).

 

SNS 채널을 전략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짧은 글쓰기, 짧고 인상적인 글쓰기, 짧고 임팩트도 있고 의미까지 갖춘 훌륭한 글쓰기는 여전히 진지한 고민거리다. 최근 쓰레드를 시작했는데, 거기에 올라오는 글들 중에도 어떻게 해야 짧으면서도 인상적인 글을 쓸 수 있을지 고민이라는 내용을 심심치 않게 본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야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사실 이것저것 요령 있는 글쓰기 기술이 진정 필요한 곳은 회사라는 걸, 나는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복사실에서 낭비되는 종이를 아껴야 할 때, 출퇴근 시간 조정과 관련하여 동료, 상사, 임원진들에게 각각 맞춤한 안내 혹은 제안 혹은 요청서를 작성해야 할 때, 눈코뜰 사이 없이 초를 다투는 바쁜 시기에 다른 부서에 까다로운 혹은 긴급한 업무 요청을 보내야 할 때 등등등. 직장생활하면서 누구나 겪는 그런 순간들에 센스 있는 글쓰기로 빚은 짧은 글들은 빛이 난다. 그냥 짧은 글이면 안 된다. 명료하고 직관적이고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효과적인 짧은 글이어야 한다. 그런 글들을 작성한 주인공은 어느 순간 일잘러라는 명성을 쌓게 되고, 어느 날에 보니 연봉 앞자리가 달라지게 된다. 영화가 아닌가 싶지만, 실화다. 글쓰기는 갈고 닦는 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어마어마한 위력을 갖춘 기술이다. 그래서 저자는 글쓰기를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이라며, 오늘부터라도 글쓰기 연습을 시작해보라고 한다. 이 책 [몸값을 올리는 직장인 글쓰기]는 직장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글쓰기를 소개하고 있다. 단순한 직장인팁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글쓰기 기술, 커리어성장에 관심 있어나 이직준비에 나선 직장인에게는 더욱 요긴하게 쓰일 기술들이 실려 있다.

 





글은 단순히 생각을 정리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비즈니스 글쓰기는 설득력과 전달력을 갖춰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갖춰야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일 수 있다. 결국 직장에서 글쓰기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논리적으로 현재 문제를 전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를 정해준다.

78-79

 

의사소통 능력은 갖추면 더 좋은 부가 역량이 아니라, 성과와 직결된 필수 역량이다. 경청, 중간보고, 두괄식 쓰기라는 세 가지 원칙을 잘 적용하자. 일잘러의 첫 번째 덕목을 갖추게 될 것이다.

102

 

 

직장생활 중인 지인들은 특히 요즘, 의사소통이 안 되는 직원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하소연을 한다. 물론 그렇게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있겠지만, 중요한 건 어느 직종과 직책을 불문하고 여럿이 함께 모여 일하는 데에는 반드시 의사소통능력이 필수다. 저자의 말대로 의사소통 능력은 갖추면 더 좋은 게 아니라, 반드시 지녀야 하는 역량이다. 그런데 소위 일잘러의 경지로 오르려면 단순히 의사소통을 잘 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시간이 금인 직장생활에서, 그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 들이는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원만하게 업무가 진행 및 완료까지 될 수 있도록 명석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술은 화술이 전부가 아니다. 이메일과 메신저, 문서로 소통하는 직장생활에서 글쓰기란 그래서 중요하다. 글이 곧 소통의 시작과 끝이 되니, 글쓰기가 달라지면 연봉이 달라지리라는 기대가 영 헛된 꿈은 아닌 듯 하다.

 

같은 일을 해도, 남보다 명석하고 깔끔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사람. 까다로운 업무를 처리하는 데도 빠르고, 결과까지 훌륭한 사람. 이런 일잘러를 꿈꾼다면 혹은 내 커리어성장이 올해의 목표거나 연봉협상꿀팁이 궁금한 사람, 이직준비 중인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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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스트리트
제니 잭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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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파인애플이지?

이 책 표지를 볼 때부터 그게 궁금했다.

00 스트리트라고 지명된 미국 주소지 중에 파인애플 스트리트가 있던가? 너무 생소했다.


소설의 배경도 그랬다. 금수저 가문의 장녀와 차녀 그리고 며느리인 여자들의 이야기는 나한테는 낯설다. 드라마 [상속자들]이나 [꽃보다 남자] 같은 류는 굳이 안 찾아보는 정도가 아니라 진저리를 내며 멀리하는 취향이라 그렇다. 근데 이건 내 취향이 고상해서가 아니라 금수저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어떤 프레임이나 고정된 이미지가 나한테 있어서다. 저런 소재로는 결국 저런 뻔한 이야기를 하겠지, 라는 짐작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짐작이라는 건 사실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은 안 된다. 오히려 버리는 편이 더 낫다.

소설 [파인애플 스트리트]는 누구나 하는 이 짐작,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고정된 이미지가 나와 타자와의 관계를 어렵고 불편하게 만든다는 걸 보여준다.


부동산 재벌인 스톡턴 가문의 장녀 달리는 미국계 한인 2세인 맬컴 김과 결혼했다. 맬컴의 집요하다싶을 정도의 분석력과 명석함, 다정함과 성실함에 그녀의 인생을 걸었다. 달리는 결혼과 함께 집안의 재산을 포기하고, 출산과 함께 그녀의 커리어도 포기했다. 그게 맬컴을 사랑하는 자신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공가도를 달리던 맬컴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달리는 생각을 고쳐먹는다. '인종과 인맥으로 내 남자의 앞길이 가로막혔을 때, 내가 그걸 물리쳐낼 정도로 성공한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훌륭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뒤를 봐줄 백인 아빠가 없어서 타인의 실책까지 뒤집어 써야 하는 동양인이 겪는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유리 천장을 포착하고 고발하는 게 부유한 재벌가의 백인 여성이라니. 아, 이 소설이 재미는 여기에 있다. 온통 백인들에 둘러싸여 무엇이 프레임이고, 무엇이 차별인지 알지도 못하고 알아야 할 필요도 없었던 상류층 백인 여성은 동양인과의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깨달아간다. 여성이, 특히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어떤 어려움과 벽에 부딪히는지를 느끼고 동양인이 미국 사회 내에서 암묵적으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를 깨닫는다. 첫째를 낳았을 때까지는 직장에 다녔지만 연년생 둘째를 낳으면서 도저히 직장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던 달리는 결국 두 아이를 기르는 데에 전념하기로 선택했다. 그러나 그런 선택 이후에도 그녀는 내내 수많은 돈을 들여 대학원까지 나온 자기 자신이 결국 주부가 되었다는 자괴감을 떨치지 못하고 스스로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부끄러워했다. 그랬던 그녀가 맬컴이 회사에서 해고되면서 각성한다. 맬컴이 받는 차별에, 혼혈아인 그들의 아이들이 받는 시선에 진저리를 낸다. 그리고 결국 맬컴이 이전보다 더 영향력 있는 위치로 올라서는 데에 결정적인 계기를 만든다. 달리, 멋지다!!!

이 소설에는 달리와 함께 스톡턴 가문의 막내인 조지애나, 며느리인 사샤가 등장하는데 이 세 인물 중에 나의 베스트는 달리다. 소설을 읽는 내내 진짜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맬컴이 하루아침에 업계의 명망을 다 잃고 백수가 되었을 때, 그들이 누리던 부유한 생활이 지속될 수 없는 위기에 놓였을 때, 남편을 원망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가 당한 부당한 처우에 억울해하고 저항한다. 맬컴이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도록, 그녀가 가진 자산을 모두 동원하여 기회를 만든다. 무엇보다 가장 멋졌던 부분이 맬컴의 해고 이후 달리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장면이었다.


'바꾸고 싶은 일이 참 많았다. 멜컴에게 혼전합의서 서명을 받아낼걸 그랬다. 부모님에게 파인애플 스트리트의 집을 갖고 싶다고 말할걸. 여동생을 좀 더 주의 깊게 지켜볼걸. 해처를 임신했을 때 일을 그만두지 않고 커낼 스트리트 지하철역의 쓰레기에 매일 아침 토해버릴걸. 동료들이 암소 울음소리를 흉내 내든 말든 모유 보냉 가방을 들고 사무실로 들어갈걸. 경력을 쌓고 그녀만의 소득을 올려, 어느 멍청한 애송이의 실수로 남편의 앞길을 막아버린 인종차별적이고 족벌주의적인 시스템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성공할걸.

책 298쪽


강한 사람이구나, 이 사람은. 이 장면에서 나는 그걸 정확하게 느꼈다. 달리는 그저 감성적이고 느슨한 사람이어서 멜컴에게 혼전합의서(결혼 이후 그녀 가문의 재산 처리에 관한 합의서. 쉽게 말해 예비 배우자는 그들의 재산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는 내용을 명문화 한거라고 나는 이해했다.)에 서명을 요구하지 않은 게 아니다. 사랑이 너무나 중요해서 그녀의 재산과 커리어를 포기한 게 아니다. 살아온 나날 동안, 그녀는 어떤 일이든 날을 세우고 달려들지 않아도 되었다. 수모와 모욕을 견뎌야 할 일이 없었다. 달리는 더 중요한 것들을 위하여 다른 것들은 미련 없이 놓아주는 걸 배운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두 아이를 굳이 혼혈아라 구별하여 취급하는 일은 낯설었고, 맬컴이 당하는 일은 모욕적이었다. 수모와 모욕의 사건들이 이어지자 그녀는 알게된 것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솔직하고 노골적으로, 뻔뻔하고 대담하게 쟁취해야 한다는 걸. 그리고 이후에 그녀는 깨달은 대로 움직였다.


또 다른 주인공인 사샤는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에서 자랐다. 유쾌하고 소탈한 코드를 우연히 알게 되어 사랑을 하게 되었고, 결혼까지 했다. 문제는 코드가 엄청난 재산을 가진 스톡턴 가문의 장남이라는 데에 있었다.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스톡턴 가문의 변호사라는 사람이 찾아와 혼전합의서에 서명해야 한다며 문서를 안기고 갔다면? 내 예비 신랑은 이 개떡같은 혼전합의서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었다면? 그래놓고 '그거 그냥 아무 변호사한테 맡기고 너는 서명만 하면 돼'라는 무심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나 같아도 분기탱천하여 한 달 내내 싸웠을 거다. 사샤가 코드와 혼전합의서를 두고 말다툼하는 장면에서, 코드가 혼전합의서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으레 딸려오는 것이며 별 것도 아니라고 하자 사샤가 '너가 사는 세상에서나 그렇지.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아니야! 우리 엄마 아빠가 혼전합의서 같은 걸 주고 받았을 거 같어?!'라고 일갈하는데 내속이 다 후련. 그니까!! 그건 너네들 세상에서 그런 거라고! 그런데 이후에 차분하게 생각을 해보면, 이 갈등은 서로 다른 세계와 세계가 만난 충돌음이다. 코드의 세상이 기이하고 사샤의 세상이 옳다는 분별이 아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하는 가치판단이 아니라, 서로 다름의 문제.

처음에는 작가가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사샤가 겪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보여주며 재벌가의 이상한 관행을 꼬집고 싶은 거였나?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사샤는 사샤대로, 코드와 결혼하면서 여전히 자신의 세계를 고집한다. 사샤는 스톡턴 가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파인애플 스트리트의 저택을 처음부터 싫어했다. 박물관이나 다름없는 그곳을 조금씩 조금씩 자신만의 입맛대로 뜯어고치고 싶어했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고 그걸 언짢아하는 코드의 가족들을 언짢아했다. 코드 그리고 코드의 가족들과도 갈등이 극에 달한 그 때, 자신의 고향집으로 내려간 사샤는 거기서 깨닫는다. 가족이란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인다고,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엮인다고 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열 때 비로소 거기가 출발점이 된다는 사실.

사실 아무리 소설이긴 해도 코드와 사샤가 너무 이상적인 커플이라, 이 둘의 이야기는 좀 심심하게 읽었다. 일단 코드가 너무 유니콘이라. 아무리 소설이어도 이 정도 유니콘이면 몰입이 안 된다. 사샤는, 처음에는 정말 평범한 집안의 평범한 여자인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나름 빚 없이 사는 가족들인데다 사샤 본인의 능력이 무척 출중하다. 아, 이 정도 여자니까 스톡턴 가문의 일원이 되면서 그렇게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거였겠지. 아, 이렇게 쓰면 스톡턴 가문이 사샤를 엄청나게 괄시를 하고 못되게 군 것 같지만, 소설 초반까지는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은 아니다. 그들은 단언컨대 악의가 없었다. 그들도, 사샤도 정말로 서로를 몰라서 그런 상황들이 생겨난 것뿐.



조지아나는 할말하않. 소설을 읽으면서 발암캐릭터라고 느끼는 인물은 적지 않은데 보통은 어느 기점에서 그들의 선택과 행동이 이해가 가는 상황이 생겨 그렇게 밉지는 않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조지아나는 끝까지 밉상이다. 나한테는 그렇다. 얘는 낼 모레 서른이면서 왜 이렇게 철이 없을까. 무엇보다 작가가 이 인물의 서사를 풀어나가는 데 쓴 요소들에 정말 공감이 1도 안 간다. 불륜에 사별 그리고 느닷없이 자선사업에 뛰어든다고? 브래디가 유부남인 줄 알면서도 그의 침대로 뛰어든 선택에 뜨악했던 나라, 그 이후에 전개되는 조지아나의 이야기는 너무 괴롭고 불편했다. 특히 사별의 아픔을 주체하지 못해서 방황하던 조지아나가 사샤의 젠더리빌 파티에서 갑자기 분노의 화살을 사샤에게 돌리면서, 꽃뱀이니 어쩌니 하는 장면은 정말 경악스러웠다. 이 정도로 철이 없는 인간으로 묘사한다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소설은 재밌다. 달리에 대해서는 더 쓸말이 남았을 정도로 너무 좋고, 천재와 사이코패스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틸다(달리의 엄마)도 흥미롭고, 무엇보다 맬컴의 엄마인 순자!!!!! 순자가 정말 궁금하다. 소설의 결말에는 라임스톤 저택에 달리와 맬컴 가족 그리고 맬컴의 부모님들이 함께 살게 되는데,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도 너무 궁금하다. 과연 김씨 부부와 스톡턴 부부 사이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작가가 이걸 후속으로 써주면 좋겠다.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과 성차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불통과 선입견, 그리고 편견과 무례함에 대하여 [파인애플 스트리트]에 담아냈던 것처럼 경쾌하고 재미있게, 그 다음 이야기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아참, 파인애플 스트리트가 왜 파인애플이냐고? 파인애플은 콜럼버스가 스페인 왕에게 바치려고 브라질에서 가져온 과일이었다. 파인애플의 등장 자체가 최고 엘리트층을 위한 특급 과일이었던 셈이다. 별스런 모양으로, 환영과 환대를 상징하는 과일로 알려졌지만 파인애플은 사실은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상징이라고, 이 책은 귀뜸해준다.



력을 쌓고 그녀만의 소득을 올려, 어느 멍청한 애송이의 실수로 남편의 앞길을 막아버린 인종차별적이고 족벌주의적인 시스템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성공할걸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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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백 년의 지혜 - 105세 철학자가 전하는 세기의 인생론
김형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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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건 무엇일까? 매 초가 쉼없이 흘러가는 일생에서, 그렇게 부지런히 시간이 흘러간 후에 남은 빈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하는 걸까?


1920년에 태어나 일제강점기과 전쟁, 대한민국의 험난한 탄생과 발전을 모두 겪어 낸 철학자는 시간의 빈 자리에서 길어올린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글들을 다듬어 묶어 낸 것이다. 저자 김형석은 이 책 <김형석, 백 년의 지혜>의 머리글에서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을 두고 '백 년 동안의 인생 경험을 통해 현대인들과 나누고 싶은 문제를 제시해본다' 고 했다. 백 년치의 인생 경험 그리고 그것이 2024년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이며 현재의 무엇을 "문제"라고 발견할 것인지를 두고 45편의 에세이가 독자에게 질문을 건넨다.


인생은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

사랑이 있는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정의란 어떤 것인가


긴 에세이의 호흡을 정리하면 이 세 가지로 105세 철학자의 메시지가 정리되는 듯하다. 인생, 사랑과 교육 그리고 현재의 대한민국.


몸이 약하게 태어나 장수는 커녕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도 어려워보였던 아이는, 대한민국 최고령 철학자가 되었다. 유약하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위험천만한 탈북, 닥치는대로 일했던 청중년기를 지나 교육과 선한 영향력에 매진하며 살아온 노년기에 이르는 김형석 저자의 생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정면으로 관통해온 시간이기도 했다. 주권을 잃은 나라의 설움, 전쟁의 참혹함, 사상 갈등의 냉혹함과 치열함, 개발도상국의 혼란스러움을 차례로 지나 그는 그리고 대한민국은 오늘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읽어가다보면 한 인간, 철학자 김형석 개인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오늘날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지독히도 험하고 독한 세월을 지나왔다. 그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도 질기고 억세고 독한 것들이 남았다. 지금 우리 모두를 괴롭히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은 모두 그런 것들로부터 출발한다고 나는 믿는다. 저자 김형석은 이 책을 통해 현재의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나은, 선한 개인들이 자유롭고 행복하며 사회와 국가는 품격과 휴머니즘을 회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한다. 그가 평생의 푯대로 삼았던 사랑과 교육을 바탕으로 바라볼 때, 우리들 개인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며 사회와 국가가 되찾아야 할 것은 또 무엇인지를 진단한다.


무엇이 해결책인가. 인간성의 회복이다. 인격과 삶의 가치를 복구시켜야 한다. 양심의 자유와 인간애의 질서를 정착시켜야 한다. 자유와 정신문화를 말살하는 정치력을 배격하고 인문학과 인간주의를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선결과제다. 책 128쪽 - 사라지는 인류의 유산, 인간애가 필요한 때


일의 가치란 무엇인가. 나에게 주어진 일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이 행복과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이기적인 목적으로 하는 일은 사회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하는 일을 통해 국가와 국민이 번영과 행복이 증대되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면서 진리이다. 책 58쪽 -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주는 인생의 길


내 철학과 친구들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최대의 위기는 '가치관의 상실'이라고 걱정한다. 정치, 경제, 과학 문명, 기계 과학의 미래 등 문제는 산적해 오는데 건설적이고 영구한 가치관은 보이지 않는다는 호소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철학 부재에서 오는 결과다. 책 133쪽 - 철학과 함께한 70년, 지금도 희망을 찾는다.


어느 개인의 말이 이 사회의 기준이나 진리가 될 순 없다. 그러나 100년 동안 대한민국의 역사를 온몸으로 함께 써온 입장에 있는 동시에, 자신의 온 생애를 통해 배운 가치를 평생에 걸쳐 실행해온 주인공의 이야기라면 들어봄직하지 않을까. 노동하지 않고 돈을 벌어야 박수를 받고, 공동체보다 개인의 가치와 필요를 앞세워야 인정을 받는 시대 속에서 일의 보람, 공동체의 귀함을 이야기하는 철학자를 만나, 나는 진심으로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 <김형석, 백 년의 지혜>를 읽었다.

유형의 것, 물질, 돈, 다 좋지만 그 속에 무형의 것, 정신, 가치관이 부재하면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를 우리는 지금 체험하고 있다. 이 체험 속에서 이런 책과 같은 에세이를 읽고 백 년의 시간이 남긴 지혜에 조금 더 귀기울여본다면 그리고 그것을 우리 삶의 태도와 방향에 반영해본다면 내일이라도 우리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게 될 수 있지 않을까. 100살이 넘은 철학자가 여전히 '희망'을 찾는다고 썼듯, 우리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지금도 희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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