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 상 -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눈을 감아서는 안 되네하고 조니 워커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규칙일세. 눈을 감아서는 안 되네. 눈을 감아도 사태는 조금도 좋아지지 않으니까. 눈을 감았다고 해서 무엇인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아니, 오히려 다음에 눈을 떴을 때, 사태는 더 악화되어 있을 거라네. 우리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는 걸세, 나카타 상. 눈을 똑바로 떠야 하네. 눈을 감는 것은 약자가 하는 짓이야.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것은 비겁한 자가 하는 짓이란 말일세. 자네가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가고 있단 말이야, 똑딱똑딱하고.”

나카타 상은 시키는 대로 눈을 떴다. 조니 워커는 그것을 확인하고 나서 여봐란 듯이 가와무라 상의 심장을 먹었다. 아까보다도 더 천천히, 맛있다는 듯이 그것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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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몸의 성장기를 겪듯 누구나 자기 혐오를 겪는다. 몸의 성장과 마음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함께 간다. 함께 흘러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속이 텅빈, 알맹이가 없는 인간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하루키는 15살이라는,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있는 주인공에게 이 격변의 시기를 투영시켰던 것일까. 자기 혐오에 빠진 인간이 어떻게 알맹이를 가진 인간으로 거듭나는지를.

 

조니 워커를 죽여야 하고, 어머니를 부정해야 하고 그리고 진실로 자기 존재의 이유를 스스로 납득하고 확인했을 때에 인간은 현실에 뿌리를 내린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온다고 어느 독자가 그랬다고 한다. ‘해변의 카프카는 그래서 전 세계인에게 인상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나에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어린왕자가 그랬듯이 이 작품 역시, 나이가 좀 든 후에 읽으니 진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지금에서야 눈에 들어온다.

 

... 이러다가 하루키 역주행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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