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에 미친 청춘 - 한국의 색을 찾아서
김유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여기 세 가지가 있다. 일단 '색'이 있고 그 색을 자연에서 옮겨오는 '천연염색'이 있다. 그리고 이 천연염색에 매료된 '청춘'이 있다.

그래서 제목이 [색에 미친 청춘]. 미친다는 말을 참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의 제목도 참 좋다. 무엇이든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 색에 미친 이 24살 아가씨는 과연 어디까지 미쳤을까. 청춘, 나만의 색을 찾기 위해 천연염색의 세계로 뛰어든 저자의 이야기는 한순간에 나를 확 잡아끌 만큼 매혹적이었다. 색도, 천연염색도, 청춘도.

그러나 미안하게도, 책을 다 읽고나서는 김이 샜다. 색과 천연염색, 청춘, 그 어느 것하나 매혹적이지 않은 것이 없는데 이것을 다 담은 내용은 그다지 매혹적이지 않다. 과연 예술서라고 불러야 할지, 청춘의 자서전이라고 불러야 할지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내내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된다. 너무 다채로운 내용이라 모든 색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만큼 현란해서인지 아니면 그 많은 색이 한꺼번에 다 뒤엉켜 무슨 색인지 알아볼 수 없어서인지 결론을 내릴수가 없다.


 

미국에서 의상 디자이너의 길을 시작한 저자는 어느 날 청바지 한 벌을 염색하는 데에 12,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패션 산업의 화학 염색이 지구를 얼마나 황폐화시키고 있는가에 충격을 받는다. 그러다 그녀의 눈에 든 것이 한국의 '천연염색'. 중학교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한국의 전통적 정서와는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꽤 거리가 먼 생을 살아온 그녀였지만 이 천연염색의 세계를 만난 순간 단번에 거기에 빠져들어 모든 것을 접고 한국으로 왔다고 한다. 전국 각지, 구석구석 물좋고 산좋은 아름다운 땅에 자리한 한국의 천연염색 공방을 돌며 그녀는 천연염색에 그녀보다 먼저 빠져든 선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천연염색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가고 기본으로 돌아간 그들의 삶, 그런 그들의 색을 통해 찾아가는 저자의 색. 청춘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저자가 전국의 천연염색 공방으로 발품을 팔며 그녀만의 색에 대해 고민해가는 내용을 담은 것이 바로 이 책 [색에 미친 청춘]이다.

 


 

천연염색 공방을 꼼꼼히 찾아다니며 천연염색 그 자체와 함께 천연염색에 삶을 건 각 공방의 장인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재미있다. 천연염색이 워낙 고되고 번거로운 일임에도 천연염색만이 줄 수 있는 '색'에 모든 고단함을 잊어버리는 장인들의 이야기는 숭고해 보이기까지 하다. 정해진 순서대로, 욕심내지 않고, 정도를 따라서 그리고 자유롭게 '색'을 구현하는 천연염색의 세계는 이 분야에 문외한인 나에게 대단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또한 디자이너로서의 고민과 청춘이 가져야 하는 삶에 대한 자문이 그녀의 천연염색 공방 여정에 잘 담겨 있어 인생과 예술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자세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다소 산만하다. 각 꼭지 마다 저자의 염색 체험기가 단계별로 들어가 있는데 이걸 꼭 이렇게 나눠 넣어야 했을까 의문이 든다. 사진 자체도 한 컷 한 컷은 다 예쁜데 레이아웃이 아쉽다. 또한 각 색채별로 정의와 의의를 담는 것은 좋으나 왜 굳이 수많은 해외 예술가의 글을 인용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통적인 색채와 그를 구현하는 천연염색을 탐구하는 내용에는 어울리지 않는 부분인데다 페이지의 레이아웃도 굉장히 난잡해서 도통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스카프 천 한 장을 넣어야 하는 천연 염색통에 두 장을 넣었다고 가정해보자. 원하던 색은 못 얻고 두 장 모두 망칠 뿐이다.

이건 나의 말이 아니라 저자가 쓴 말이다. 욕심부리기 시작하면 자신의 색은 볼 수가 없다.

[색에 미친 청춘], 조그만 염색통에 천을 너무 많이 넣었다. 조금만 욕심을 덜 부렸다면 분명 아름다운 책이 되었을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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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집 2012-01-05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