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한글 워드 - 마이크로소프트 MVP 밍모의 문서 편집 최신판!
밍모 지음 / 에듀웨이(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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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자그마치..... 십오년 정도 써왔다. 으아.. 십오년이나?

무슨 일이든 십년 이상 꾸준히 해왔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그 일의 수행 능력이 꽤 높고 실력이 있으리라는 기대가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 한글 편집 실력은 참 비루하다 ^^ 아항항항항....

특히 최근 7~8년 동안은 거의 날마다 한글로 문서를 편집해왔는데 프로그램을 사용해온 시간에 비해 실력은 초라하다. 형편없다고 표현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나는 한글 메뉴 중에 모르는 게 더 많고 단축키에도 상당히 무식하다.

한글 편집 메뉴가 그토록 다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메뉴들을 일일이 다 알지 못해도 한글을 사용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다.

아마 그래서 내가 적극적으로 한글 편집 능력을 키우기 위하여 노력하지 않았나 보다. 이건 변명이.... 아니...다... ㅠㅠ

 

물론 지금 이대로도 한글을 편집하고 사용하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다. 하지만 내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 이 수준보다 더 편한 상태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소형차만 운전할 때는 차가 좁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대형차를 운전하다 소형차를 타게 되면 차가 매우 좁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그런데 최근 문서 편집과 관련하여 위기감을 느낀 일이 있었다.

한글은 그나마 불편없이 운전할 수 있는 수준이라 다행이지만 워드는 아예 무면허 수준인 내가, 요즘 워드로 문서를 주고 받아야 하는 일들이 자꾸 생기고 있다.

워드로 넘겨 준 것을 내가 그냥 열어보고 확인만 하면 위기의식이 없겠지만, 때로 워드 문서를 내가 편집해서 보내주어야 하는 일들이 생기다보니 이거 참, 곤란한 상황이 자꾸 생기는 것이다.

십오년을 쓴 한글 편집에도 모르는 것 투성이, 몰라서 못 쓰는 것이 부지기수인데 잘 써보지도 않았던 워드야 오죽하랴.

그런 한글 워드 무식쟁이인 나에게 좋은 길잡이기 되어주는 게 바로 이 책[한 권으로 끝내는 한글 워드]이다.

밍모 김영순 님은 이미 한글 워드 문서 편집의 권위자로 유명한 블로거다. (밍모님 블로그는 여기~ https://ming0211.blog.me/221256196409 )

 

한글이나 워드를 쓰다가 궁금한 게 생길 때, 편집하다가 뭔가 막힐 때 바로바로 이 블로그를 찾아 들어가 궁금함을 풀어도 되겠지만.

나는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 옆에 친구 한 명 앉혀두고 조언 구하듯 북스탠드에 밍모님의 책을 펼쳐두고 필요한 걸 찾아 읽어가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길을 택했다.

 

[한 권으로 끝내는 한글 워드] 이 책에서 저자 밍모님은 한글과 워드는 공통된 기능이 많으므로, 두 프로그램을 같이 놓고 대조해가며 기능을 익혀보라는 차원에서 이 책을 엮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마치 나의 니즈를 영혼의 바닥까지 꿰뚫어본 듯한 이 책의 집필 배경에 박수를 보낸다. 아, 정말 사이다 백개 ㅜㅜ

 

집필 동기가 매우 친절하고, 책의 내용은 더욱 친절하다.

내가 알기 원하는 기능들이 때로 복잡해서 (사실 복잡할 거 하나 없는데 내가 이해능력이 딸려서 ;;;) 설명을 알아보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어려움조차 느끼지 않도록 설명을 세심하게 편집해서 실었다. 책을 보다 보니까, 한글에서 내가 진짜 생전 처음 보는 기능들;;;;;;;이 있어서 새삼, 내가 그동안 얼마나 한글을 무식하게 사용해왔는가를 깨닫고 회개....

 

한글을 쓰는 동안은 그런 일이 많이 없었지만, 워드를 쓰면서 나는 종종 고구마를 잔뜩 먹고 광광 울었다고 한다.........

한글이든 워드든 가능한 쉽게 그러면서도 프로페셔널하게 잘 쓸 수 있는 방법은 단축키가 아닌가 싶다.

 

그런 나같은 유저를 위해서 단축키 리스트를 따로 만들어서 실어준 센스, 아주 섬세하고 세심하게 유저를 배려한 저자의 센스.

 

책이 다소 두껍다. 한글과 워드가 한 권에 묶여 있어서 (물론 필요하면 각각 따로 떼어서 쓸 수 있게 분리되어 있기는 하다) 그렇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프로그램의 모든 기능을 십분 활용하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차원인 듯도 하다. 이렇게 많은 능력이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한글과 워드는.

 

한글과 워드를 쓰지만, 고자 아닌 고자인 ㅎㅎ 모든 유저를 위하여 나온 책!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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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산업 전략 보고서 - 중국을 뛰어넘고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이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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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기상예측에서 종종 실수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기상청의 예보에 기댄다. 큰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여봐란 듯이 빗나가고, 날씨가 맑을거라는 예보와 달리 갑자기 비가 쏟아져 낭패를 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일 날씨를 자주 찾아본다. 예보가 정확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전혀 아니다. 다만 나의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혹시 틀리더라도 어쩔 수 없지만, 준비하고 맞는 내일과 아무런 준비 없이 맞는 내일은 분명 다르다.

 

사업을 하는 입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부정책에 크게 관심을 갖지도 않는 내가 [ 미래산업 전략 보고서]과 같은 책을 읽는 이유는 마치 잠들기 전 습관처럼 내일 날씨를 확인하는 일과 같다. 알고 싶어서. 때로 예보가 빗나가고, 기상 뉴스가 예고한 맑은 하늘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운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에겐 기상 예보가 필요하다. 단순하게는, 틀리는 날보다는 맞게 알려주는 날이 더 많으니까. 그리고 적어도, 다가올 미래의 어떤 부분을 미리 알고 있다는 안도감이 생기니까.

 

햄버거 전문점의 무인판매대 앞에서 너무나 익숙하고 편안한 손놀림으로 주문을 하던 나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해하던 나 자신을 떠올려보곤 놀랐다. 정말 믿을 수 없이 조용하고 빠른, 이 거대한 변화라니.

어릴 때는 몰랐다. 변화, 그것도 사회 아니, 나라와 세계 전체를 뒤흔드는 변화가 이토록 조용하고 빠르게 일어나는 일인 줄 몰랐다. VR유원지, 무인편의점, 자동운전차량 등 이전에 없었던 것들이 낯익게 느껴지려면 무언가 사회적으로 아주 크고 시끄러운 어떤 일들이 일어나야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렇게 큰 변화들은 믿을 수 없이 조용하고 빠르게 진행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태풍을 우리는 4차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혁명의 기점에서 나는 다소 우울한 소식을 종종 듣는다. [미래산업 전략 보고서]에도 인용된 그 소식은 이러하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리고 있는 10년 후 우리 경제의 미래 모습은 어떠한가.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급격하게 진행되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한중 간에는 기술 격차가 축소 또는 역전되어 대부분의 산업에서 중국 우위의 경쟁구조가 형성되어 있고 기술혁명의 티핑포인트가 나타나기 시작한 4차산업혁명의 흐름에서도 선진국과의 격차가 더욱 커져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해진 미래’를 맞이해야 하는 우리에게 ‘희망적인 미래’가 펼쳐질 가능성은 정녕 있는 것인가. 있다면 그 기회의 창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그 희망의 첫걸음은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해나간다’라는 국민 모두의 인식 전화에 있다.

본문 384-385쪽, 한국의 기회의 창 중에서

 

심각한 저출산을 경고하는 뉴스를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는 2018년의 한국. 이대로라면 급격한 고령사회가 되리라는 예측은 굳이 전문가가 아니라도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술 수준에 희망이라도 걸어볼까, 싶지만 우리 바로 옆에는 중국이라는 무시무시한 나라가 있다. 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예측이라는 저 내용과 한국의 미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제는 ‘한국은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가 아닌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할까‘를 한국인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 같다.

 

이근, 김호원 교수 등 이 책을 함께 쓴 12명의 저자 역시 같은 동기를 가지고 이 책의 집필을 시작했으리라. 가진 것 없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심지어 인구마저 줄고 있는 지금, 어떻게 균형 잡힌 발전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두고 치열한 분석과 연구 끝에 저자들은 신재생에너지, 공유경제, 게임, 스마트농업 등 미래 전략에 가장 유효한 아홉 가지 산업을 범위로 정하고 한국과 중국 시장 및 산업 상황을 조사한 결과와 그에 따른 전략을 제시해 이 책에 실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각 산업에 대하여 저자들이 정부에 관련 정책을 제언한 내용들이었다. 심층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한 그리고 타당하고 어떤 점에서는 아주 시급한 이런 제언들이 사회 전반에서 더 많이 쏟아져 나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많은 한국인들이 공부하듯 이런 제언들을 살펴보고 함께 생각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유효한 내용들을 시도 혹은 실행한다면 이 책의 머리글에서 쓴 ‘인구균형, 공간균형, 대중소기업 간 균형이라는 새로운 균형 상태로의 정착’이 단순히 꿈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바람이다. 근래 나왔던 4차산업혁명 관련 혹은 미래 전략 서적 중에 가장 재미있고 유익하고 실효성 있는 책.

 

이러한 ‘정해진 미래’를 맞이해야 하는 우리에게 ‘희망적인 미래’가 펼쳐질 가능성은 정녕 있는 것인가. 있다면 그 기회의 창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그 희망의 첫걸음은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해나간다’라는 국민 모두의 인식 전화에 있다.

본문 384-385쪽, 한국의 기회의 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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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멋진 발견 - 빅데이터가 찾지 못한 소비자 욕망의 디테일
김철수 지음 / 더퀘스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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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씨 안에 얼마나 많은 사과나무가 들어있는지 안다면, 사과씨를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작고 멋진 발견>이라는 이 작은 책 안에는 참 거대하고 근사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빅데이터보다 정확도가 더 높은 경험 데이터와 직관’이라는 말을 썼다. 그리고 이 책은 빅데이터를 뛰어 넘는 경험 데이터와 직관의 실례들을 들어 왜 빅데이터가 진리가 아닌지를 잘 알려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과 어울려 아주 자주 사용되고 있는 단어가 저 ‘빅데이터’가 아닌가 한다.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저 빅데이터의 결과,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수치를 따라 그들의 전략을 세우고 정책을 추진한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멸치를 잡는 그물이 다르고 고등어를 잡는 그물이 다르다고 들었다. 과연 빅데이터라는 그물로 상어부터 멸치까지 잡을 수 있을까. 저자가 ‘비즈니스 헛발질’이라고 쓴 여러 실패와 문제들의 상당수가 빅데이터의 그물을 잘못 사용하거나 오용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빅데이터에 대한 맹신과 오해를 털어내고 그물 구멍 사이를 좀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쉽게 읽어낼 수가 없었다. 저자가 제공하는, 저자가 안내하는 그물 사이사이 ‘언메트니즈’의 세계가 너무 재미있고 유익하고 흥미로워서다. 이 책에 실린 사례며 노하우며, 여러 팁들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책을 문장 하나까지, 사례 하나까지라도 꼭꼭 눈으로 잘게 씹고 분해해서 머리에 차곡차곡 쌓고 싶었다. 그러면 이 책이 적립해준 경험 게이지와 직관을 가지고 내 일을 더 잘해낼 것 같은, 정말 더 멋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욕심이 났다.

 

이 책에 실린 많은 이야기들이 흥미로웠지만, 책을 다 읽은 후인 지금까지도 나는 이 사례가 내내 마음에 남는다. 언제라도, 내가 수치에 매몰되어 둔감한 판단을 내릴 때 이 이야기가 보여주듯 눈치를 일깨워야겠다.

 

 

낡은 운동화에서 찾은 레고의 기적>

전 세계 어린이들을 연구한 빅데이터 역시 레고에게 기존보다 훨씬 크고 단순한 블록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빅데이터가 주는 예측을 뒤엎는 사고의 전환은 사소한 단서에서 시작되었다. 2004년 레고의 마케터들은 각 도시를 돌며 어린이들을 인터뷰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독일의 작은 도시에 살고 있는 11살 소년을 만나게 되었다. 소년의 집에는 레고 블록이 가득했고, 그는 스스로를 레고 마니아라고 지칭했다. 인터뷰 말미에 마케터는 소년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네게 가장 소중한 물건을 하나만 보여줄래?”

그러자 소년은 방 밖으로 나갔다가 재빨리 물건 하나를 들고 왔다.

“이거예요.”

소년이 마케터 앞에 내려놓은 것은 한 켤레의 아디다스 운동화였다. 여기저기 때가 묻고, 굽은 닳을 대로 닳아버린 낡고 오래된 신발이었다. 소년은 레고 마니아면서 동시에 스케이트보드 타기에도 열성적이었다.

소년은 신발을 높이 든 채 “이쪽 면은 낡아서 떨어졌고 뒤꿈치는 아예 마모됐죠”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설명만으로도 레고 마케터들은 어린 소년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소년의 친구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난 이 동네에서 스케이트보드를 가장 잘 타는 사람이야”라는 것을 드러내는 표현이었다. 낡아빠진 운동화는 일종의 트로피이자 금메달이었던 것이다.

이 순간 마케터들은 그동안 믿어온 가설이 틀렸다고 직감했다. 그간 쌓아온 데이터로부터 얻은 결론, 아이들은 참을성이 없어서 짧은 시간에 결과물을 얻고 싶어 하고, 즉각적인 만족감만 추구한다는 믿음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마케터들은 소년으로부터 아이들이 놀이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또래 집단에서 일종의 소셜화폐를 얻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기술이 자신에게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라면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24-25쪽

 

 

그래, 인간이란 나이가 적든 많든 저렇다.

그냥 좋아하는 것과 가슴 깊이 품고 긍지를 느끼는 것은 다르다.

저런 <작고 멋진 발견>을 해내는 눈치, 그러니까 직관력이 날카로워져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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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보이 - 2018년 제14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박형근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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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으로 기억을 지우는 게 가능하다면?

내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 뇌 속도 이렇게 VR처럼 체험할 수 있다면?

외계인의 비밀을 지키는 대신 그가 내 소원을 들어준다면?

내가 하루아침에 국민스타가 되어버린다면?

 

수많은 ‘~~라면’을 가정하게 만드는 라면소설이다.

주인공 ‘김신’에게 일어나는 갖가지 일들을 따라가노라면 만약 나라면, 내게 이랬다면, 내가 이런 상황이었다면, 하는 갖가지 라면을 끓이게 된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의 표지는 다행스럽게도 작품의 색과 전혀 다르다.

참신하고 신선한 가정과 접근으로 읽는 게 즐거운 작품이다. 주인공은 일반인으로서 우주여행의 기회를 거머쥔 행운아. 사실 여기서부터 그는 행운아이자 잠재적 스타다. (조금 더 사실, 이란 고명을 얹자면, 제목을 스페이스 보이가 아니라 스페이스 아이돌이라고 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주여행에서 뜻밖의 경험을 하고 지구로 돌아온 그를 기다린 건 스포트라이트 세례. 나름 준수한 인물과 비교적 독특한 언변을 가진 그는 몇 번의 인터뷰로 단번에 국민적 관심을 받고 탁월한 기획사를 만나 전 국민의 남자로 등극한다.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그의 셀럽 파워는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스페이스 아이돌이라는 생각이...) 그러나 그의 꽃길은 오래지 않는다. 그걸 그가 자초해야 했달까, 선택해야 했달까. 이 부분이 여전히 아리까리하다.

 

결말은 아주 담백하고 미묘하다. 탄산이 날아간 탄산수처럼(주의, 욕이 아님). 외계인과의 아름다운 대화로 작품은 끝. 그러나 작품이 끝난 후에도 작가의 센스는 남는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 으레 들어가야 하는 작가로서의 말이 아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곡 그러니까 영화로 치면 OST 정도 일까?. 그 곡들을 리스트로 싣는 것으로 자신의 말을 대신했다. 세계문학상 대상까지 받은 작품인데 하고 싶은 말이 왜 없었을까. 그걸 담백하게 마감한 작가의 센스에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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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스미는 - 영미 작가들이 펼치는 산문의 향연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외 지음, 강경이.박지홍 엮음, 강경이 옮김 / 봄날의책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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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가 죽은 다음날 누나의 뇌가 담긴 싱그러운 사원이 사람의 검시로 아직 모독되지 않았을 때 나는 누나를 한 번 더 볼 계획을 세웠다.

(중략)

내 눈을 맞이한 것은 활짝 열린 큰 창문 뿐이었다. 한여름 정오의 눈부신 태양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날씨는 맑았고 하늘은 청명했으며 그 파란 심연은 무한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삶과 삶의 아름다움을 이보다 더 아프게 환기시키는 상징을 눈으로 보거나 마음으로 그릴 수는 없었다.

내 마음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내 마음을 뒤흔들었던 기억, 그리고 내 죽음의 시간에도 내게 남아 있을 (지상의 기억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기억을 회상하는 일을 잠시 멈추고 내가 처음 쓴 <어느 영국인 아편 중독자의 고백>에서 적어도 죽음의 영향이 풍경이나 계절 같은 부수적 요소에 따라서 조금이라도 가감이 가능한 한에서는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다른 계절보다 여름에 경험하는 죽음이 왜 마음을 더 깊이 흔드는지 설명하려 했던 것을 몇몇 독자들에게는 상기시키고, 다른 독자들에게는 알려야겠다.

<아편 중독자의 고백>에서 나는 열대지방처럼 왕성한 여름의 생명력과 무덤의 어두운 불모성이 서로 반복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시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여름과 우리 생각을 맴도는 무덤. 우리를 둘러싼 찬란함과 우리 안의 어둠. 둘이 충돌하면서 서로를 더 뚜렷이 도드라지게 만든다.

48-49쪽 _ 토머스 드 퀸시가 쓴 어린 시절의 고통(1845) 중 일부

 

벚꽃이 언제 그렇게 활짝 피는지 보고 싶어서 지켜본 적이 있다. 팝콘이 터지듯, 어린아이가 숨김없이 웃음을 터뜨리듯 꽃잎을 시원하게 터뜨리는 순간을 발견하고 싶었다. 햇빛이 없는 동안 남몰래 꽃을 피우는가 싶어 늦은 저녁부터 어느 벚꽃 가지 아래에서 내내 꽃망울을 올려다보았다. 천천히 관찰했다. 별이 뜨도록 속내를 보여줄 생각이 없는 벚꽃 아래에서 나는 밤을 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종이에 물이 스며들 듯,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꽃잎이 벌어질거고 나는 그 순간을 확인하려 했다. 그러다 불현 듯 잠이 들었다. 내가 잠을 자는 사이,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벚꽃은 피어서 다음날 아침에 바라본 꽃가지에는 활짝 핀 꽃 몇 송이가 달려 있었다. 약이 올랐다. 너의 꽃잎이 느리게 열리는 모습을 꼭 보겠노라고 다음 봄을 기약했는데, 여전히 나는 벚꽃이 웃음처럼 피는 그 순간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려고, 나는 정성스럽게 이 책을 읽었다. 천천히 스미듯 흘러가버리는 시간들 사이로, 천천히 스미는 소중한 깨달음을 꿰어 담은 이 책에서, 혹시라도 내가 방심한 틈을 타서 나몰래 꽃잎이 활짝 피어버리는 그런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내가 보고 있지 않아도 으레 꽃잎이란 자기 때가 되면 피는 것이겠지. 그렇게 거기 있다가 또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떨어져 자기 갈길로 가버리는 것이겠지. 꽃잎도 자기 일을 하듯, 이 책에 작품을 수록한 저자들도 다 자기 일을 하고는 때가 되어 미련 없이 떨어져 자기 갈길로 가버렸다. 꽃이 피는 그 순간을 확인하고 싶은 욕심은, 저자들의 남긴 그들 삶의 순간들을 애써 발견하고 싶은 욕심과 같다. 내가 굳이 발견하려 하지 않아도 그들의 글은 거기, 이 책도 으레 있어야 할 곳에 묵묵히 있겠지. 하지만 그래도 굳이 꼭 읽고 확인하고 발견하고 그렇게 마침내는 내 것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서 공들여 읽었다. 꽃이 피었다 지는 것은 꽃의 기억이지만 그 꽃을 지켜본 시간은 내 기억이 되니까.

 

꽃처럼 연약하고 향기롭고, 짧아서 더 소중한 작품들.

전혀 다른 시대, 전혀 다른 성별, 전혀 다른 형태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 그러니까 저자들과 나인데, 생각의 흐름은 어떤 지점에서 분명하게 만난다. 인간이기 때문일까? 우리가 다 인간이기 때문에.

 

아주 미약하고 가는 소리였다. 갓 난 아기 새가 첫 울음을 터트릴 때 내는 소리만했다. 하지만 소리 크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게는 교회 첨탑에서 울리는 귀청이 터질 듯한 종소리도 저 안에서 침묵을 깬 그 한 음보다 의미가 없을 것이다. 저 안에서, 어둠 속에서, 내게 응답한 벨 소리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철사의 떨림일 것이다. 하지만 대답하는 이가 없다. 저 안쪽에서 먼지 위에 발자국을 찍으며 이리로 오는 이가 없다. 그러면 ‘나’라도 대답하지. 나는 다시 손잡이를 쥐고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더 세게 잡아당겼다. 그것이 내 대답이었다. 응다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빠르게 이어달리는 음들, 희미하지만 명료하고 장난기 있지만 사무치게 슬픈 소리, 저 먼 과거에서, 아니 바로 이 가까운 어둠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쾌활한 웃음 같은 소리. 내가 알던 무엇과 너무나 닮아서, 내가 분명 알고 나를 분명 알아보는 듯해서 나는 놀라움에 사로잡혔다.
그 소리를 여러 번, 여러 번 들었으니 분명 문 앞에서 오래 서 있었던 것 같다. 틀림없이 되풀이해서 끈질기게 열정적으로 벨을 울렸을 것이다. 바보같이.
78-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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