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래산업 전략 보고서 - 중국을 뛰어넘고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이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평점 :
기상청이 기상예측에서 종종 실수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기상청의 예보에 기댄다. 큰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여봐란 듯이 빗나가고, 날씨가 맑을거라는 예보와 달리 갑자기 비가 쏟아져 낭패를 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일 날씨를 자주 찾아본다. 예보가 정확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전혀 아니다. 다만 나의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혹시 틀리더라도 어쩔 수 없지만, 준비하고 맞는 내일과 아무런 준비 없이 맞는 내일은 분명 다르다.
사업을 하는 입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부정책에 크게 관심을 갖지도 않는 내가 [ 미래산업 전략 보고서]과 같은 책을 읽는 이유는 마치 잠들기 전 습관처럼 내일 날씨를 확인하는 일과 같다. 알고 싶어서. 때로 예보가 빗나가고, 기상 뉴스가 예고한 맑은 하늘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운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에겐 기상 예보가 필요하다. 단순하게는, 틀리는 날보다는 맞게 알려주는 날이 더 많으니까. 그리고 적어도, 다가올 미래의 어떤 부분을 미리 알고 있다는 안도감이 생기니까.
햄버거 전문점의 무인판매대 앞에서 너무나 익숙하고 편안한 손놀림으로 주문을 하던 나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해하던 나 자신을 떠올려보곤 놀랐다. 정말 믿을 수 없이 조용하고 빠른, 이 거대한 변화라니.
어릴 때는 몰랐다. 변화, 그것도 사회 아니, 나라와 세계 전체를 뒤흔드는 변화가 이토록 조용하고 빠르게 일어나는 일인 줄 몰랐다. VR유원지, 무인편의점, 자동운전차량 등 이전에 없었던 것들이 낯익게 느껴지려면 무언가 사회적으로 아주 크고 시끄러운 어떤 일들이 일어나야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렇게 큰 변화들은 믿을 수 없이 조용하고 빠르게 진행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태풍을 우리는 4차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혁명의 기점에서 나는 다소 우울한 소식을 종종 듣는다. [미래산업 전략 보고서]에도 인용된 그 소식은 이러하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리고 있는 10년 후 우리 경제의 미래 모습은 어떠한가.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급격하게 진행되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한중 간에는 기술 격차가 축소 또는 역전되어 대부분의 산업에서 중국 우위의 경쟁구조가 형성되어 있고 기술혁명의 티핑포인트가 나타나기 시작한 4차산업혁명의 흐름에서도 선진국과의 격차가 더욱 커져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해진 미래’를 맞이해야 하는 우리에게 ‘희망적인 미래’가 펼쳐질 가능성은 정녕 있는 것인가. 있다면 그 기회의 창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그 희망의 첫걸음은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해나간다’라는 국민 모두의 인식 전화에 있다.
본문 384-385쪽, 한국의 기회의 창 중에서
심각한 저출산을 경고하는 뉴스를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는 2018년의 한국. 이대로라면 급격한 고령사회가 되리라는 예측은 굳이 전문가가 아니라도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술 수준에 희망이라도 걸어볼까, 싶지만 우리 바로 옆에는 중국이라는 무시무시한 나라가 있다. 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예측이라는 저 내용과 한국의 미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제는 ‘한국은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가 아닌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할까‘를 한국인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 같다.
이근, 김호원 교수 등 이 책을 함께 쓴 12명의 저자 역시 같은 동기를 가지고 이 책의 집필을 시작했으리라. 가진 것 없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심지어 인구마저 줄고 있는 지금, 어떻게 균형 잡힌 발전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두고 치열한 분석과 연구 끝에 저자들은 신재생에너지, 공유경제, 게임, 스마트농업 등 미래 전략에 가장 유효한 아홉 가지 산업을 범위로 정하고 한국과 중국 시장 및 산업 상황을 조사한 결과와 그에 따른 전략을 제시해 이 책에 실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각 산업에 대하여 저자들이 정부에 관련 정책을 제언한 내용들이었다. 심층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한 그리고 타당하고 어떤 점에서는 아주 시급한 이런 제언들이 사회 전반에서 더 많이 쏟아져 나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많은 한국인들이 공부하듯 이런 제언들을 살펴보고 함께 생각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유효한 내용들을 시도 혹은 실행한다면 이 책의 머리글에서 쓴 ‘인구균형, 공간균형, 대중소기업 간 균형이라는 새로운 균형 상태로의 정착’이 단순히 꿈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바람이다. 근래 나왔던 4차산업혁명 관련 혹은 미래 전략 서적 중에 가장 재미있고 유익하고 실효성 있는 책.
이러한 ‘정해진 미래’를 맞이해야 하는 우리에게 ‘희망적인 미래’가 펼쳐질 가능성은 정녕 있는 것인가. 있다면 그 기회의 창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그 희망의 첫걸음은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해나간다’라는 국민 모두의 인식 전화에 있다.
본문 384-385쪽, 한국의 기회의 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