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이 사람을 따르는가 - 가만히 있어도 사람이 따르는 리더의 조건
나가마쓰 시게히사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3.0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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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 대한 고정적인 인식이 변했구나, 라고 느낀 건 최근에 본 어떤 영화때문이었다.

어느 조직을 이끌어가는 단 하나의 별, 우두머리, 독단과 근접한 카리스마, 조직의 권력과 결정권을 손에 쥔 유일한 인물.

뭐 이런 것들이 전통적인 '리더'의 이미지가 아니었나. 그런데 그런 리더의 이미지 그리고 리더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사뭇 달라졌다.

 

가을에 개봉했던 스타트랙 비욘드는 사람들을 반하게 만드는 리더, 특히 오늘날 우리 시대에 먹히는 리더가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다.

원작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캡틴 커크와 꽤 다른 21세기의 캡틴 커크, 이 두 리더는 그 자체로 과거의 리더와 현재의 리더가 어떻게 다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원작의 캡틴 커크는 캡틴이라는 왕관을 쓰고 그 지휘봉을 아낌없이 내두르는 타입이라면 비욘드의 캡틴 커크는 팀원 각자의 전문 분야를 인정하고 그들의 영역은 아예 그들에게 맡겨 버리는, 이전의 리더보다는 조금 덜 권위적이면서 자유롭고 유연한 타입이다.

 

이런 새로운 리더형에 대해 주목한 건 나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다양한 업종을 아우르는 기업을 운영하는 나가마쓰 시게히사는 우리의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리더의 모습을 정리해 책으로 냈다.

[왜 나는 이 사람을 따르는가]

 

권력이 주는 권위 위에 올라섰던 리더는 이제 옛 모델이 되었다.

지금의 리더들에게 권위는 권력의 산물이 아니다. 더이상 사람들은 권력이 주는 권위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권력의 부패가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지 또 부패한 권력이라는 지붕 아래에서의 권위는 얼마나 악한 것인지 너무나 많이 겪었다.

이제 사람들은 권위가 있어서 리더를 신뢰하는 게 아니라, 신뢰를 얻은 리더에게서 권위를 본다. 더 정확히는, 사람들이 리더에게 보내는 신뢰가 그들의 권위가 된다.

 

신뢰 없는 리더가 어떻게 추락하는지, 201610월을 목도하는 한국인들보다 그것을 더 적나라하고 뼈저리게 아는 사람들은 없으리라고 감히 단언한다.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가 어떤 타입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한 지도자의 모습은 측은할 정도다.

참으로 절묘하게도, [왜 나는 이 사람을 따르는가]는 오늘의 한국에 없는 결정적인 무엇을 짚어준다. 저자 나가마쓰 시게히사가 열거하는 리더의 모습들은 평범한 시민들이 바라는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사회에 결코 나타난 적 없는 그런 리더의 모습이라 마음이 쓰다.

 

실은 이 책을 읽은 건 순전히 리더로서의 내 모습을 반추하고 어떻게 나를 경영해나갈 건지 방향을 참고하려 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전 세계에 얼굴을 들지못할 정도로 민망하고 창피한 사건을 겪는 탓으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를, 사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정으로 존경할만한 정치인을 찾느니 차라리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게 쉬우리라.

하지만 정치건 기업이건 뭐가 됐건 적어도 리더라면, 지도자라면! 사람을 모으는 구심점인 동시에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기업인이 쓴 [왜 나는 이 사람을 따르는가]는 리더라면 잊지 말아야 할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정리했다. 책을 읽기 시작한 그 자리에서 단번에 끝까지 읽을 정도로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했다. 아마 책장이 한장씩 넘어갈 때마다 나를 반성하고, 이 나라를 생각하게 만들었기에 더 그랬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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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모두 고마워 별글아이 그림책 1
이소라 글.그림 / 별글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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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모두 고마워

 

예쁘고 고운 마음을 기르는 알록달록한 그림동화다.

 

그림책 혹은 그림이 많은 동화책은 눈과 마음이 모두 즐겁게 한다.

독창적이고 뭔가 기하학적인 그림도 좋지만 특히 편안하고 동글동글한, 아이들 이불이나 배게에 새겨진 무늬같은 느낌의 일러스트가 좋다.

일러스트에 나오는 아이들, 동물들 혹은 사물의 표정이 그대로 내 얼굴로 젖어드는 느낌이다.

맑고 재기넘치는 그림을 들여다보노라면 잃어버렸던 상상력을 찾는 느낌도 들고.

 

이소라 작가가 그리고 쓴 [모두모두 고마워]는 제목이 모든 걸 말해준다.

토끼도 고맙고 악어도 고맙고 나무도 고마워. 모두모두 다 고마워.

아이들이 커가면서 만나는 많은 존재들과 저마다의 특별한 관계를 맺고 마음을 주고 받으며 결국 모두모두 다 고마운 존재라고 여기기를 바라는 그런 내용.

 

모두모두 고마워... 에는 동의하지만

모두가 나를 선의로 대하기 때문에 고마워....에는 동의할 수 없는 나는, 결국 어린애는 될 수 없구나 ㅠㅠ

 

쪼금 의기소침했지만, , 아이들을 위한 책이니까.

 

그래도 '모두모두 고마워'라는 따뜻하고 포근한 말 속에서 어떤 희망을 본다.

선의로 대하지 않는 존재도 있다는 걸 배우기 전에 먼저, 모두모두 어떤 의미로든 고마운 존재라는 걸 익히게 된다면

아이들은 고운 마음을 간직한 채 자랄 수 있지 않을까.

 

 

깔끔하면서도 알록달록한 특히 몽글몽글한 선들이 귀여운 그림이 어른들의 힐링도 돕는다.

부엉이는 길을 비추어줘서, 악어할머니는 목도리를 떠 줘서 '고마워!' 라고 기뻐하는 게 어린이의 몫이라면 내가 부엉이가 혹은 악어할머니가 되는 길을 찾아 누군가에게 '고마워'라는 이야기를 듣도록 노력하는 건 어른의 몫이 아닐까.

 

몇 장 안 되는 얇은 그림책, 읽고 보는데 5분도 걸리지 않는 이 작은 책 속에

아이의 눈과 어른의 시선이 공존하고, 아이 앞의 꽃길과 어른이 가야할 길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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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산다
샤를 바그네르 지음, 강주헌 옮김 / 더좋은책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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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다.

간단하고 단조롭고 아주 가볍고 부드럽고 건조하고 작은 어떤 것.

나는 이 단순함이 그런 모양과 촉감과 성질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백년 전을 살다간 프랑스 목회자는 나에게 손가락을 가로저었다. 'non~ 단순함이란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닙니다.'

 

단순함의 본질이 진짜로 단순할거라고 설마 나만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겠지.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단순함이란 일종의 경지이며 아주 정성스럽게, 열심히 노력해야만 이룰 수 있는 상태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심지어 이 책을 자기 국민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까지 했다.

 

목회자인 저자는 단지 '단순함'에만 무게를 두지 않았다. 우리에게 다리가 두 개이듯, 이 책이 독자의 마음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오게하는 다리도 두 개이다. 단순함 그리고 삶. 저자는 생각과 이론, 말에만 그치는 것은 인생이 아니라고, 실천하고 움직이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단순하게' 만이 문제가 아니라 '산다'는 데에도 커다란 의미와 무게를 이 책을 두고 읽어야 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단순함' 그리고 '산다'에서 우리가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본질'이다. 타고난 본성의 결이, 그 형체와 질감이 어떤 것인지 잊어버린 우리에게 '본성대로, 타고난 대로, 원래대로' 살아가자고 그것이 단순하게 사는 방법이라는 조언을 한다. 목회자인 저자의 종교관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쓴 책이므로 여기서 '타고난 대로'는 창조주가 지어주신 대로라고 설명한다. 책의 곳곳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이 진하게 베어나 그런 세계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이야기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종교적인 가치관을 배제하고 어떤 문장들은 '인간의 삶'이 가지고 있어야 할 본질을 상기시킨다. 이 본질에 대한 지각은 마치 우리 발을 땅에 머무르게 하는 중력처럼, 우리의 삶을 단순함이라는 조화롭고 정돈된 상태에 머무르도록 한다.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게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중략) 꽃은 꽃, 제비는 제비, 바위는 바위여야 하듯이 인간은 인간이어야 하지, 여우나 토끼, 맹금류나 돼지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이 전부다. 33

 

 

삶 자체를 공격하며 삶을 유해한 것으로 규정하는 사상 체계는 지극히 위험하다. 특히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삶을 고통이라 주장하는 생각들이 만연했다. 뿌리에 강력한 부식제를 뿌린다면 나무는 당연히 말라죽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도 이런 부정적인 철학을 억제할 수 있다. 당신도 삶을 힘겨운 고생길이라 생각하는가? 좋다! 당신이라면, 그런 삶을 바로잡기 위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겠는가? 그런 삶에 맞서 싸워서 삶을 없애버릴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당신의 삶을 마감하라고, 당신에게 자살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한다고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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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으로 이끄는 사람과 마음 사이
표영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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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전문가라는 타이틀로 활동 중인 표영호씨가 책을 썼다. 산만하고 피상적인 접촉이 난무하는 사회 속에서 보다 긴밀하고 깊이 있는 소통을 하기 위한 안내서라고,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성공으로 이끄는 사람과 마음' '1등의비결은 재능이 아니라 소통이다'

이 책의 표지와 띠지에 적혀 있는 카피다.

 

소통을 이야기하면서 꼭 성공이나 1등 같은 단어들이 함께 언급되어야 설득력을 얻는 걸까?

 

'사이'라는 단어는 어감도, 단어 자체의 뜻으로도 참 예쁘고 고운 말이다.

우리에서 우리 사이로, 너와 나에서 너와 나 사이로. 이렇게 '사이'라는 단어가 파고들면 사람과 사람은 단수나 뭉뚱그려진 복수가 아니라 생기가 도는 관계로 발전하는 느낌이다. 사이라는 말이 진짜로 우리 사이에 길을 놓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이 글자를 참 좋아한다.

 

그런데 이 고운 단어를 제목으로 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여러가지 부정적인 의문이 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전하는 내용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가이드를 주면서 꼭 성공과 사업 번창이 좋은 관계 맺기의 동기 혹은 목표인 것처럼 다가와서다. 물론, 여러 좌절을 겪었던 저자가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 고비마다 깨달았던 일들 그리고 저자가 지금 만나는 사람들의 먹고 사는 이야기들이 본문의 주 소스인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래도 '마음을 얻는 소통'에 대한 책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쉽다.

 

더구나 왜 이런 내용을 하필 이 부분에 삽입했지? 미간에 주름을 세우는 부분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본문 40쪽에서 자기자신을 이기는 독함으로 멋진 사람이 되자라는 취지의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뜬금없이 '멋있는 여자들의 10가지 행동수칙'이 등장한다. 여자들의 행동수칙이란 걸 제시한 사람은 남성 바이올리니스트란다. 수칙 10가지는 모두 '남자에게 뭘 하지 않는다, 남자에게 이렇게 한다' 따위다. 왜 멋있는 여자가 되려면 남자와의 관계가 중요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내용도 있다.

서로 다른 것끼리의 소통, 창조적 소통에 대한 기업 사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본문 83) 여기에는 구글과 삼성의 콜라보가 불발로 그쳤던 사례를 다루고 있다. 안드로이드 os 개발 총괄인 구글의 앤디 루빈 수석부사장이 2004년에 삼성전자를 방문할 때 청바지를 입고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과 미팅을 했다고 한다. 당시 삼성 측은 작은 벤처 ceo인 앤디 루빈을 무시했고 협업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걸 두고 꼰대 근성 때문에 삼성이 변화의 기회를 발로 차 버린거라고 설명하는데, 이 건의 원인이 왜 꼰대 근성에 있는지 역시 이해가 안 된다. 굳이 앤디 루빈이 청바지를 입고 들어왔다는 내용까지 언급하면서 말이다. 그냥 삼성 측 담당자에게 사업수완도, 업계를 내다보는 능력도 없었던 것 아닌가.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든, 소중하고 진정성 있게 대하는 저자의 자세나 사람 자체에 대해 성실한 애정을 갖도록 독려하는 부분은 좋다. 사람의 마음을 위해 이런 책을 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그렇지만, 좋은 사이를 위한 노력의 한 종류로서 이 책을 읽어볼 수는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걸 건질 수 없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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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호의 조난
A. 코레아르.H. 사비니 지음, 심홍 옮김 / 리에종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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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규환.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가 그린 <메두사호의 뗏목>은 절망과 공포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구원을 바라는 끈질긴 삶에의 의지가 뒤섞인 아비규환 그 자체다.

누군가는 절실하게 옷을 깃발처럼 흔들고 있는 사내들에게 시선을 고정하겠지만 나는 그보다 그들의 반대편, 송장처럼 누워 있는 인물들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창백한 피부에 절망적인 표정의 사람들은 정신을 잃었거나 이미 죽었거나. 이 널부러진 인체들을 통해서 이 뗏목이 그간 얼마나 치열하고 참담한 시간을 보냈는가를 가늠한다.

 

테오도르 제리코는 메두사호의 뗏목에서 생존한 군의관과 광산기사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이 그림을 완성했다.

절망과 광기로 점철된 이 작품은 그러니까 작가의 상상이나 가상현실이 아니라 실제 바다 위의 어느 순간을 그대로 포착해낸 작품인 것이다.

 

군의관인 헨리 사비니와 광신기사 코레아르는 1816617일 오전 6, 프랑스의 세네갈 원정대 소속으로 메두사호에 올랐다.

불행히도 선장은 아주 무능하고 안일했으며 심지어 비겁했다. 그는 바다를 읽을 줄도 몰랐고 배를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는 선장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총독이 된 것이 아니라 현 정부의 권력을 뒷받침한 능력으로 배를 타게 되었다.

선장만 무능했으면 상황은 달랐을지 모르지만, 이 배는 조직과 위계질서마저 엉망이었다. 대부분의 군인들은 오합지졸이었고 어리석었다.

배가 모래톱에서 좌초하고 이내 부서져 가라앉기 시작하자 선장은 제일 먼저 구명정으로 탈출했다.

구명정의 수는 배에 탄 모든 이들을 태우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사람들은 폭 7M 길이 20MD의 뗏목을 만들었다. 좌초된 배의 부속을 떼어 밧줄로 엮은 뗏목이 대단한 기능을 할리 없다.

 

구명정을 타지 못한 150명이 사람들은 별다른 항해도구도 없이, 소량의 식량만을 뗏목에 묶은 채 목숨까지 실었다. 탈출 초기에 뗏목은 구명정에 밧줄로 연결되어 유인되고 있었으나 구명정을 탄 사람들은 뗏목에게는 생명줄과 같은 유인줄을 놓아버린다. 그렇게 뗏목은 버려져 표류하게 되었다.

 

뗏목에 탄 150명은 서로 싸우거나 부상이 심해지거나 파도에 휩쓸려간다. 그리고 이들은 결국 15명만이 살아남는다.

구명정을 마다하고 뗏목에 오른 사비니와 코레아르는 이 생존기를 아주 세밀하게 기록했다.

배가 출항하던 그 날부터 몇 날, 몇 시에 그들은 어느 바다의 어느 길을 따라 움직였는지 그리고 시시각각 배 위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누가 어떤 선택과 지시를 내렸는지 무척 상세하게 적혀 있다. 기록은 뗏목에 탔던 15명이 기적적으로 생존하고 그 이후 프랑스로 돌아가서 벌어진 일들까지 담아냈다.

 

이들의 기록을 읽다보면 바다는 더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 바다라는 대자연은 사람이 어찌해 볼 수 없는 절대의 존재이며 동시에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경외의 존재다. 거기에는 어떤 인간적인 시선이나 감정이 섞일 여지가 없다.

 

메두사호의 뗏목은 바다 위에서 사고를 당해 파도 위를 표류했지만 정작 그들을 공포로 옭아맨 건 사람이었다. 비열하고 치졸한, 이기적이고 몰지각한 인간들.

 

뗏목을 표류하게 만든 이들도, 표류한 뗏목 위에서 서로를 죽고 죽인 이들이 참상을 만든 것이다. 몰지각한 인간들의 비열한 얼굴은 바다 위에서 뿐만 아니라 생존자들이 프랑스로 돌아가서도 계속된다. 표류하는 뗏목 위에 고립되어 동료의 시체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기록보다 문명이 범람하는 프랑스에서 생존자들이 당한 처우가 더 씁쓸하고 끔찍하다. 인간이란 이토록 잔인하고 이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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