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산다
샤를 바그네르 지음, 강주헌 옮김 / 더좋은책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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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다.

간단하고 단조롭고 아주 가볍고 부드럽고 건조하고 작은 어떤 것.

나는 이 단순함이 그런 모양과 촉감과 성질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백년 전을 살다간 프랑스 목회자는 나에게 손가락을 가로저었다. 'non~ 단순함이란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닙니다.'

 

단순함의 본질이 진짜로 단순할거라고 설마 나만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겠지.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단순함이란 일종의 경지이며 아주 정성스럽게, 열심히 노력해야만 이룰 수 있는 상태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심지어 이 책을 자기 국민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까지 했다.

 

목회자인 저자는 단지 '단순함'에만 무게를 두지 않았다. 우리에게 다리가 두 개이듯, 이 책이 독자의 마음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오게하는 다리도 두 개이다. 단순함 그리고 삶. 저자는 생각과 이론, 말에만 그치는 것은 인생이 아니라고, 실천하고 움직이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단순하게' 만이 문제가 아니라 '산다'는 데에도 커다란 의미와 무게를 이 책을 두고 읽어야 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단순함' 그리고 '산다'에서 우리가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본질'이다. 타고난 본성의 결이, 그 형체와 질감이 어떤 것인지 잊어버린 우리에게 '본성대로, 타고난 대로, 원래대로' 살아가자고 그것이 단순하게 사는 방법이라는 조언을 한다. 목회자인 저자의 종교관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쓴 책이므로 여기서 '타고난 대로'는 창조주가 지어주신 대로라고 설명한다. 책의 곳곳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이 진하게 베어나 그런 세계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이야기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종교적인 가치관을 배제하고 어떤 문장들은 '인간의 삶'이 가지고 있어야 할 본질을 상기시킨다. 이 본질에 대한 지각은 마치 우리 발을 땅에 머무르게 하는 중력처럼, 우리의 삶을 단순함이라는 조화롭고 정돈된 상태에 머무르도록 한다.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게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중략) 꽃은 꽃, 제비는 제비, 바위는 바위여야 하듯이 인간은 인간이어야 하지, 여우나 토끼, 맹금류나 돼지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이 전부다. 33

 

 

삶 자체를 공격하며 삶을 유해한 것으로 규정하는 사상 체계는 지극히 위험하다. 특히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삶을 고통이라 주장하는 생각들이 만연했다. 뿌리에 강력한 부식제를 뿌린다면 나무는 당연히 말라죽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도 이런 부정적인 철학을 억제할 수 있다. 당신도 삶을 힘겨운 고생길이라 생각하는가? 좋다! 당신이라면, 그런 삶을 바로잡기 위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겠는가? 그런 삶에 맞서 싸워서 삶을 없애버릴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당신의 삶을 마감하라고, 당신에게 자살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한다고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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