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 느낌이 답이다 - 직관은 어떻게 우리를 창의적으로 만드는가
바스 카스트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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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는 '직관'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책 안에 담긴 내용은 직관에 대해서라기보단 감각과 감정에 대해서라고 해야 더 적합하겠다.

흔히 이성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고 무엇보다 사람을 사람되게 하는 것이라고 인식한다. 그리고 이성의 적을 감정으로 본다.

이 책은 그러한 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성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며 감정은 이성의 적도 아니라고. 오히려 감정은 인간이 더 정확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에 필요한, 이성의 파트너이며 심지어 이성이 하지 못하는 '창의'의 세계를 여는 문이라고 주장한다.

 

믿을만한 직관이라는 것도, 이성적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에서 흡수한 정보를 모두 모아 고려한 결과로 탄생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성이라는 기존의 질서와 체계에 사로 잡혀 몸과 마음이 감각하는 정보와 그로 인한 사유(사고)를 차단하면 내 안에 잠재한 창의성도, 천재성도 깨울 수 없다.

 

이성적 체계이자 사회화의 상징인 '언어'는 인간 내면의, 다른 말로 무의식의 세계 속에 흐르는 개념과 생각들을 구체화하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 간의 질서를 만들고 규칙을 공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생했다. , 언어는 때로는 억제나 억압의 용도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정말로 우리의 감각 속에 있는 거대하고 중요하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때로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언어가 아닌 다른 형태로 세상에 나온다. 우리가 천재적이라고 칭송하는 그림, 음악, 문학 등등이 그런 것들이다.

 

내 안에 숨어 있는 창의성을 깨울 결정적인 방법, 직관력을 발달시킬 비법 같은 것들은 없지만, 이 책은 '감정'이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기능이자 덕목인지를 새롭게 알려주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나 흐름이 다소 산만하긴 하지만, 감정을 재발견하게 하는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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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말 - 언어와 심리의 창으로 들여다본 한 문제적 정치인의 초상
최종희 지음 / 원더박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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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언어가 그 사람이다. 그 사람의 언어가 사람을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고, 동물이나 식물로도 만든다. 독재자의 언어를 애용하는 사람은 결국 독재자의 길을 걷는다. 박근혜가 사용하는 단어, 문장, 어법을 면밀하게 뜯어보고 그 안에 담긴 그녀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심리 상태를 국민이 진즉에 알아차렸다면, 한국 정치의 불행은 오늘의 수준까지 이르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물론 속이려고 작정한 사람에게 속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말도 있다.

한 번 속으면 속이는 사람의 잘못이지만, 같은 일로 두 번 세 번 속으면 속는 사람도 잘못이다.”

본문 31

 

이 내용에 십분 동의한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이 그 사람이라는 사실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손가락에 지문처럼, 우리의 말에는 우리 영혼의 결을 보여주는 문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박근혜와 직접 말을 나누지는 못해도 박근혜가 했던 말들을 수집하여 분석했다면 그 속에서 분명 박근혜 본인조차 몰랐던 그의 얼굴을 발견할 것만 같아서다.

 

언어학자인 저자는 그간 출판된 박근혜의 책(일기나 연설집 따위)과 정치 활동을 하면서 그가 남긴 말들을 채집하여 자료를 삼았다. 박근혜 특유의 화법(주어가 없다든가 등등), 자주 쓰는 표현이나 단어들을 통하여 그가 어떤 입장에서 어떤 사고를 하는 인간인지를 추론했다.

막연히 감각으로 인지하던 내용들이 저자의 분석과 예시를 통하여 구체화되고 확실하게 정리가 된다. 그는 지적 능력은 고사하고 공감 능력마저 없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그야말로 답정너의 전형이었다. 적어도 그의 말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렇다.

 

2)

책 전반에, 박근혜의 말을 분석하여 그의 민낯을 분석하려는 저자의 의도와는 좀 어긋나 보이는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

 

박근혜가 실제로 태음인인가 아닌가는 중요치 않으나, 굳이 이 책에서 언어적 특성이 아닌 신체적 특성인 태음인으로서의 박근혜를 분석하는 게 어울리는지.

박근혜의 말을 분석하기 위하여 박근혜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돌아보는 것은 지극히 옳다. 하지만 박근혜의 말에 대한 이야기보다 박근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게 느껴진다. 제목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랬다. 박근혜의 말이 아니라 박근혜의 삶으로. 같은 맥락으로 박근혜의 인생에 최태민이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잘 알겠으나, 박근혜의 언어가 최태민의 언어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쓰고 싶었다면 하다못해 최태민이 남긴 말 한 두 마디 정도는 인용해서 박근혜의 말하고 대조라도 했어야 옳지 않을까. 박근혜의 인생의 기록(정황)을 통한 유추와 추측만 있다. 박근혜의 말이 궁금해서 책을 읽었는데 자꾸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로 이야기를 끌고 들어가 어지러웠다.

 

3)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느낌이다. 복제되는 내용과 문장들을 좀 쳐내고 200페이지 안쪽 규모로 출간했으면 더 간결하고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박근혜가 유머가 없다하여 그게 그렇게 심한 정치적 장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웃기지도 못하는 그의 무능력을 그토록 많은 글자와 페이지로 설명할 필요가 있나.

 

4)

백악관을 비키니를 입은 젊은 여성으로, 청와대를 겹겹이 한복을 입은 나이든 여성으로 빗댔는데 무얼 말하려는 건지는 알겠으나 부적절하다.

다른 비유를 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저런 비유를 들었는지. 언어가 그 사람이다.

같은 맥락으로 박근혜가 실체는 어떻든 간에 지극히 여성적인 여성으로 보여 왔다는 점도라고 쓰셨는데 이 문장도 부적절하다. 여성적인 여성이 무엇인지? 언성이 높지 않고 웃음소리도 크지 않고 행동양식도 요란하지 않으면 여성적인 여성인가?

 

5)

책 말미에 저자가 쓴 말이 이 책의 동기와 주제, 거의 모든 이야기를 압축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판에서 판치는 언어 성형 정치를 문제 삼아야 하는 주된 이유는 하나다. 그 직접적인 폐해가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실체 없이 구호부터 남발하고 보는 것, 그것은 그 자신이 먼저 언어에 솔깃해하기 때문이다. 언어에 그 자신이 현혹되어, 번드르르 한 말만 앞세우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포퓰리스트적 언어 성형 정치가 박근혜식 정치의 근간이다. 이유도 단순하다. 인기몰이용의 그 같은 말들이 유권자들에게 내내 잘 통해 왔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유권자를 길들였고 유권자들이 박근혜를 그렇게 길들였다. 예를 들어, 의원 시절 박근혜가 가장 일 안 하는 국회의원으로 몇 번이나 뽑혔는지 따위는 국민들이 기억하지 않는 덕도 크다. (본문 245)“

그렇다. 박근혜가 유권자를 길들였고 유권자들이 박근혜를 길들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박근혜가 가장 일 안 하는 국회의원으로 몇 번이나 뽑혔는지 따위, 나는 여전히 궁금하지 않고 기억하고 싶지 않다. 가장 일 안 하는 국회의원과 그나마 일 하는 국회의원의 차이가 개미 발톱 정도의 차이라면 왜 기억해야 하는가?

정치인의 말에 현혹되지 않기 위하여, 이제는 이전보다 더욱 면밀히 그들의 말에 주의하고 분석해야 하겠지만, (청문회를 보면서 확신한 바) 가장 일 안하는 정치가나 그나마 일 한다는 정치가나 별 차이가 없는 현실에서 느끼는 멀미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다만 더 이상 박근혜 케이스처럼, 우리가 그들을 그리고 그들이 우리를 이토록 엉망진창으로 길들이는 일은 없어야겠지.

언어가 그 사람이다. 그 사람의 언어가 사람을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고, 동물이나 식물로도 만든다. 독재자의 언어를 애용하는 사람은 결국 독재자의 길을 걷는다. 박근혜가 사용하는 단어, 문장, 어법을 면밀하게 뜯어보고 그 안에 담긴 그녀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심리 상태를 국민이 진즉에 알아차렸다면, 한국 정치의 불행은 오늘의 수준까지 이르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물론 속이려고 작정한 사람에게 속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말도 있다.

"한 번 속으면 속이는 사람의 잘못이지만, 같은 일로 두 번 세 번 속으면 속는 사람도 잘못이다."

본문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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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다니지 않는 인생 - 마침내 원하는 삶을 발견한 사람 이야기
라파엘 조르다노 지음, 김주경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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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느 절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전국에 있는 유명한 불교 명소 중에 한 곳이었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굳이 내가 찾아가지는 않았을테니까. 청소년기의 언젠가, 나는 어느 절에서 참 어려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허상이요, 진상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는 법문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을 당시에는 분명 한국말인데 왜 이해가 안 되는지 이상하다는 느낌만 받았다. 스무살도 안 된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감상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었더랬다. ‘. 참 좋은 이야기인 것 같지만 너무 어렵고 졸린 이야기였어. 다음에는 안 갔으면 좋겠다.’ 뭐 이 정도.

눈에 보이는 것이 진상이고 보이지 않는 것이 허상 아닌가, 라는 의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에야 문득 떠올리게 되었다. 그때 그 스님, 그걸 바꿔 말씀하신 거 아닌가. 내가 졸면서 들어서 잘못 들었나? 싶었다. 정신없이 놀기에만 바빴던 시절의 한 조각이 기억의 수면위로 무심하게 올라왔는데, 하필 그게 저런 기억이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구나라고 느꼈던 감정은 내 생각보다 훨씬 힘이 세고 오래가는 건가보다.

 

저 말을 들은 지 십년도 더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나는 저 법문이 이해가 된다.

눈에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만들어진 것의 그림자일 뿐이다. 진상은 보이지 않는 세계 즉 우리의 정신, 의식과 생각, 마음에서 빚어져 보이는 세계 즉 우리의 몸, 눈빛, 표정, 말투, 행동과 우리가 몸으로 만들어내는 모든 것으로 표출된다. 하지만 진상의 산물이 눈에 보이는 세계로 고스란히 넘어오는 것이 아니라서 때로 우리의 몸은 마음과 다르게 굴고 우리의 말은 생각과 다르게 나온다. 그래서 보이는 것들은 허상이다.

반백년도 살지 못한 내가 인생이 뭐니, 진리가 뭐니 이런 걸 쓰고 있자니 참 우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내가 겪고 느낀 내 인생에 비추어보면 불편함이나 괴로움, 외로움 같은 많은 고통들이 의식과 육신의 괴리에서 오더라. 현대인의 심리적, 신체적 병리의 원인을 저러한 괴리에서 찾는 연구결과나 서적들이 꾸준히 나오는 걸 보면 우리의 의식이란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끌려다니지 않는 인생>은 책은 한 인물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그린 자기계발서다. 변화라는 가치 있는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서, 의식을 차츰차츰 바꿔나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소설인 줄 알았는데, <마시멜로이야기>처럼 소설 같은 자기계발서다. 프랑스에서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 소설이라고 했다는데, 나에겐 소설 자체로서는 그다지 큰 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여성이다. 남편과의 사이는 대면대면하고 아들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늘 시간에 쫒기는 카미유는 우연히 타성 치유 전문가라는 클로드를 만나게 된다. 클로드는 플라톤의 동굴 이론을 인용하면서 카미유에게 조언을 건넨다. ‘우리의 사고가 우리의 현실을 변형시킨다. 인생을 변화시킬 힘은 생각에 있고 그 생각을 변화시킬 힘은 당신에게 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우리 인생의 의무다.’ (저 마지막 말은 내가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게 만든 고마운 문장이다.) 본래 카미유는 자기가 썩 행복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비교적원만한 자신의 인생 어딘가 항상 마음이 허물어져 가는, 무언가 나를 갉아먹어 지치게 만드는 그런 느낌을 알아차린 그녀는 타성 치유 전문가인 클로드에게 상담을 받기 시작한다.

 

카미유의 성장 과정에는 보통 사람들이 가정과 회사에서 겪는 어려움에 참고할 만한 여러 가지 팁들이 잘 녹아 있다. 심리학을 공부한 저자가 실전에서 적용해볼만한 좋은 방법들을 이야기에 잘 담아냈다. 대화법이라든지 처세술이라든지, 내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읽어볼만한다. 스토리 형식이라 쉽게 읽혀 하루 만에 금방 읽게 된다.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스스로 실천해볼만한 가이드가 있으니 그런 걸 참고해서 일상을 조금씩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카미유의 가이드였던 클로드의 말대로 우리의 의식부터 변화시키고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클로드 같은 가이드가 되어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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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승자의 생각법 - 무엇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는가
도널드 트럼프 지음, 안진환 옮김 / 시리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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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대통령들은 임기를 마감하고 난 후에야 회고록 출간을 하지 않나. 아니, 전혀! 이제는 대통령 임기를 미처 시작하기도 전에 자서전을 출간하는 게 트렌드가 될 것이다

대통령들이 자서전을 출간하는 일에 있어서도, 트럼프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취임식도 치르지 않았는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당선 직후에 자서전을 출간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이 책은 단순히 개인의 성공담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무엇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는가'가 부제로 달린 만큼 이 책은 한 개인으로서의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도널드 트럼프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가 그간 걸어온 길이 아니라, 앞으로 미국 대통령으로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대한 전조 혹은 힌트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Trump Never Give Up'이다. 최악의 파산 위기를 마주한 상황에서도, 모두가 자신의 가치와 존재를 비아냥대는 상황에서도 자신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고, 트럼프는 정말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투자 스케일이 크면 위기도 클 수밖에 없는 법이고, 위기를 겪는 것은 내가 무언가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려 했기 때문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독자에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사업가로서 혹은 선거에서 승리한 정치인으로서의 트럼프에는 솔직히 별 관심이 없다. 중요한건 미국의 거대한 뱃머리를 움직이는 키를 그가 쥐었다는 것이다. 대선 기간 동안 그의 공약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중 다수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다 최근 나는 트럼프의 정책과 지향점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과연 트럼프는 정말 고립주의자인가? 이 책에 따르면 대답은 No. 힌트는 여러 곳에서 등장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트럼프는 수많은 외국의 자본들이 미국의 별장을 구입하고 있다는 최근의 흐름에 주목하며 이렇게 썼다.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세계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립주의자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수많은 미국인들이 외국에 별장을 구입했지만, 펜이 지적하듯이 이제는 그러한 물결이 우리의 해안에 상륙했다.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비교적 생소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이 앞으로의 상황을 예고하는 전조라고 생각한다.’ (본문 159)

 

물론 트럼프가 오바마처럼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강화하는 측은 분명 아니나 그렇다고 에누리 없이 꽉 막힌 봉쇄정책으로 나가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기업가다. 그냥 기업가가 아니고 능력있는 기업가다. 능력 있는 기업가는 상대와 협상할 줄 알뿐 아니라 양자간 윈윈이 되는 협상이야말로 최고의 협상임을 알고 있다. (이건 심지어 본인이 책에 쓰기도한 내용 이다. 본문262) 위대한 미국의 회복도 이뤄야겠고 그러면서도 상대와도 적당히 타협하기 위해 상당히 변화무쌍하게 움직이겠구나, 싶다. 전문가들은 예측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본인들은 실용주의라고 이야기할 터다.

 

이 책에서 트럼프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힌트를 주는 동시에 자신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에도 나선다.

 

대선에서는 거친 아웃사이더 이미지로 승부했지만 미국 대통령이나 되었는데 여전히 그런 모습이면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건가. 자서전에서 그는 규율 있고 비전 있는, 주도면밀하고 근면성실한 트럼프의 모습을 상당히 자주 내세운다. 하지만 글로벌한 부동산 재벌로서 그간의 사업을 이끌어온 인물이 일벌레에 주도면밀하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1987년에 트럼프가 쓴 거래의 기술 이후 두 번째 읽는 그의 책인데, 다 읽고 나서는 역시 트럼프는 트럼프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내가 만약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그를 매우 존경하고 아마 손가락에 꼽는 롤모델로 삼았을 것이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도널드 트럼프라는 사람이 가진 기업가적 역량과 도전정신에 순수하게 탄복하고 박수를 보내는 부분이 많다. 기업가로서 그는 존경할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쓴 두 권의 책에서 나는 그 어느 문장에서도 인간 트럼프는 만나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오직 사업에서 어떤 가르침을 받았고 어떤 점을 배웠는지만 있을 뿐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느낄 수가 없었다. 그는 사업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할수 있지만 관계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 (어쩌면 이 책이 '승리'에 집중하고 있어 그럴지도 모르겠다만, 일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간성을 거세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나는 그래서 그를 좋아하면서도 좋아할 수가 없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성이 간절한 이 시대에, 인간성을 찾아볼 수 없는 지도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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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읽는 심리학 - 그리스부터 북유럽 신화까지
리스 그린.줄리엔 샤만버크 지음, 서경의 옮김 / 유아이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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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우리 집에 만화로 된 그리스신화 전집이 있었다.

여섯 살의 나는 그리스 여신들의 아름다운 의상과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에 매혹되어 그 책을 참 즐겨읽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신화 그 자체를 즐겼다기 보다는 만화로 그려진 여신들의 모습을 즐겼다고 해야 맞는 말이겠다. 그때 읽었던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들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으니까.

그랬기에 청소년기에 접했던 그리스 신화는 왠걸,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이게 신들의 이야기라고?

나중에야 그것은 신이라는 거죽 아래 다사다난한 인간사를 켜켜이 담아낸 이야기라는 해석을 듣고 나서 그리스 신화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신화로 읽는 심리학' 서문에서 저자들이 쓴 바, 신화는 인생의 거울이다.

신이라고 이름지었지만 사실 모두 인간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사랑하면서도 증오하고 한없이 너그러운 듯 하나 질투하고 미워하고 그러면서도 또 한계없는 동정과 포용을 베풀수도 있는, 그런 아이러니하고 알쏭달쏭한 인간. 나 역시 그런 인간이고, 이 지구상에 바글바글한 사람들 역시 모두가 그런 인간들이기에 사람들은 신화를 좋아할 수 밖에 없나보다.

 

'신화로 읽는 심리학'52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인간의 심리의 다채로운 얼굴을 엿보고자 한 책이다. 에피소드는 그리스 신화가 메인이지만 그외에 아프리카 민족의 전통신화, 성경, 중동지역 고대 신화 등등 다양한 문화권의 이야기들까지 한데 모았다. 그래서 심리학 안내라는 책의 집필 목적을 잊고 읽다보면 다양한 신화를 읽는 그 자체로 매우 재미있다.

 

신화를 통해 인간의 심리 곧 나의 심리를 이해하고 나의 내면을 바꾸는 방법으로 쓰겠다고 한 저자들의 의도도 매우 좋다. 이야기란 항상, 인간의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동원되어온 가장 전통적인 거울이니까.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저자들의 해석에 의문을 표하게 되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평면적으로 해석하여 아주 단편적인 방향으로만 인간의 심리와 관계에 적용해 놓았다. 평면적 해석에만 그치면 다행인데, 어떤 부분에서는 실제 사실을 왜곡하기까지 한다.

 

제일 감당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카인과 아벨 에피소드였다.

저자들은 여기서 카인이 아벨을 죽인 것을 형제 갈등으로 보고 이 형제 갈등을 촉발한 것이 편애하는 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나님이 카인이 제사로 올린 곡식은 안 받고 아벨이 제사로 올린 양은 받은 이유는 하나님이 곡식보다 양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이 카인보다 아벨을 더 사랑했다고 한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부모가 자녀를 편애했을 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경고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창세기 45절에서 8절에 읽어보면 하나님이 카인의 제사는 받지 않고 아벨의 제사만 받은 이유가 분명히 나온다. '네가 분하여 함은 어찜이며 안색이 변함은 어찜이뇨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 선을 행치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리느니라 죄의 소원은 네게 있으나 너는 죄를 다스릴찌니라'. 카인의 제사가 거부된 이유는 신이 아벨을 편애해서가 아니라 카인이 죄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카인과 아벨 에피소드는 형제간 갈등도 아니고 편애하는 신의 문제도 아니라 인간과 죄의 문제다. (그걸 왜곡해서 저렇게 책으로 내다니, 그것도 심리학 서적으로. 책 나오기 전에 감수 안 보나.)

 

이렇게 나의 내면에 갈등을 일으키는 부분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어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곤혹스러웠다.

오십 편이 넘는 다양한 신화들을 한 권으로 주르륵 훑어볼 수 있다는 책이라는 것에 의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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