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자의 생각법 - 무엇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는가
도널드 트럼프 지음, 안진환 옮김 / 시리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의 대통령들은 임기를 마감하고 난 후에야 회고록 출간을 하지 않나. 아니, 전혀! 이제는 대통령 임기를 미처 시작하기도 전에 자서전을 출간하는 게 트렌드가 될 것이다

대통령들이 자서전을 출간하는 일에 있어서도, 트럼프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취임식도 치르지 않았는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당선 직후에 자서전을 출간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이 책은 단순히 개인의 성공담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무엇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는가'가 부제로 달린 만큼 이 책은 한 개인으로서의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도널드 트럼프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가 그간 걸어온 길이 아니라, 앞으로 미국 대통령으로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대한 전조 혹은 힌트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Trump Never Give Up'이다. 최악의 파산 위기를 마주한 상황에서도, 모두가 자신의 가치와 존재를 비아냥대는 상황에서도 자신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고, 트럼프는 정말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투자 스케일이 크면 위기도 클 수밖에 없는 법이고, 위기를 겪는 것은 내가 무언가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려 했기 때문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독자에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사업가로서 혹은 선거에서 승리한 정치인으로서의 트럼프에는 솔직히 별 관심이 없다. 중요한건 미국의 거대한 뱃머리를 움직이는 키를 그가 쥐었다는 것이다. 대선 기간 동안 그의 공약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중 다수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다 최근 나는 트럼프의 정책과 지향점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과연 트럼프는 정말 고립주의자인가? 이 책에 따르면 대답은 No. 힌트는 여러 곳에서 등장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트럼프는 수많은 외국의 자본들이 미국의 별장을 구입하고 있다는 최근의 흐름에 주목하며 이렇게 썼다.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세계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립주의자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수많은 미국인들이 외국에 별장을 구입했지만, 펜이 지적하듯이 이제는 그러한 물결이 우리의 해안에 상륙했다.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비교적 생소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이 앞으로의 상황을 예고하는 전조라고 생각한다.’ (본문 159)

 

물론 트럼프가 오바마처럼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강화하는 측은 분명 아니나 그렇다고 에누리 없이 꽉 막힌 봉쇄정책으로 나가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기업가다. 그냥 기업가가 아니고 능력있는 기업가다. 능력 있는 기업가는 상대와 협상할 줄 알뿐 아니라 양자간 윈윈이 되는 협상이야말로 최고의 협상임을 알고 있다. (이건 심지어 본인이 책에 쓰기도한 내용 이다. 본문262) 위대한 미국의 회복도 이뤄야겠고 그러면서도 상대와도 적당히 타협하기 위해 상당히 변화무쌍하게 움직이겠구나, 싶다. 전문가들은 예측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본인들은 실용주의라고 이야기할 터다.

 

이 책에서 트럼프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힌트를 주는 동시에 자신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에도 나선다.

 

대선에서는 거친 아웃사이더 이미지로 승부했지만 미국 대통령이나 되었는데 여전히 그런 모습이면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건가. 자서전에서 그는 규율 있고 비전 있는, 주도면밀하고 근면성실한 트럼프의 모습을 상당히 자주 내세운다. 하지만 글로벌한 부동산 재벌로서 그간의 사업을 이끌어온 인물이 일벌레에 주도면밀하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1987년에 트럼프가 쓴 거래의 기술 이후 두 번째 읽는 그의 책인데, 다 읽고 나서는 역시 트럼프는 트럼프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내가 만약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그를 매우 존경하고 아마 손가락에 꼽는 롤모델로 삼았을 것이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도널드 트럼프라는 사람이 가진 기업가적 역량과 도전정신에 순수하게 탄복하고 박수를 보내는 부분이 많다. 기업가로서 그는 존경할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쓴 두 권의 책에서 나는 그 어느 문장에서도 인간 트럼프는 만나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오직 사업에서 어떤 가르침을 받았고 어떤 점을 배웠는지만 있을 뿐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느낄 수가 없었다. 그는 사업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할수 있지만 관계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 (어쩌면 이 책이 '승리'에 집중하고 있어 그럴지도 모르겠다만, 일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간성을 거세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나는 그래서 그를 좋아하면서도 좋아할 수가 없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성이 간절한 이 시대에, 인간성을 찾아볼 수 없는 지도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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