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로 읽는 심리학 - 그리스부터 북유럽 신화까지
리스 그린.줄리엔 샤만버크 지음, 서경의 옮김 / 유아이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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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우리 집에 만화로 된 그리스신화 전집이 있었다.

여섯 살의 나는 그리스 여신들의 아름다운 의상과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에 매혹되어 그 책을 참 즐겨읽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신화 그 자체를 즐겼다기 보다는 만화로 그려진 여신들의 모습을 즐겼다고 해야 맞는 말이겠다. 그때 읽었던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들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으니까.

그랬기에 청소년기에 접했던 그리스 신화는 왠걸,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이게 신들의 이야기라고?

나중에야 그것은 신이라는 거죽 아래 다사다난한 인간사를 켜켜이 담아낸 이야기라는 해석을 듣고 나서 그리스 신화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신화로 읽는 심리학' 서문에서 저자들이 쓴 바, 신화는 인생의 거울이다.

신이라고 이름지었지만 사실 모두 인간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사랑하면서도 증오하고 한없이 너그러운 듯 하나 질투하고 미워하고 그러면서도 또 한계없는 동정과 포용을 베풀수도 있는, 그런 아이러니하고 알쏭달쏭한 인간. 나 역시 그런 인간이고, 이 지구상에 바글바글한 사람들 역시 모두가 그런 인간들이기에 사람들은 신화를 좋아할 수 밖에 없나보다.

 

'신화로 읽는 심리학'52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인간의 심리의 다채로운 얼굴을 엿보고자 한 책이다. 에피소드는 그리스 신화가 메인이지만 그외에 아프리카 민족의 전통신화, 성경, 중동지역 고대 신화 등등 다양한 문화권의 이야기들까지 한데 모았다. 그래서 심리학 안내라는 책의 집필 목적을 잊고 읽다보면 다양한 신화를 읽는 그 자체로 매우 재미있다.

 

신화를 통해 인간의 심리 곧 나의 심리를 이해하고 나의 내면을 바꾸는 방법으로 쓰겠다고 한 저자들의 의도도 매우 좋다. 이야기란 항상, 인간의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동원되어온 가장 전통적인 거울이니까.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저자들의 해석에 의문을 표하게 되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평면적으로 해석하여 아주 단편적인 방향으로만 인간의 심리와 관계에 적용해 놓았다. 평면적 해석에만 그치면 다행인데, 어떤 부분에서는 실제 사실을 왜곡하기까지 한다.

 

제일 감당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카인과 아벨 에피소드였다.

저자들은 여기서 카인이 아벨을 죽인 것을 형제 갈등으로 보고 이 형제 갈등을 촉발한 것이 편애하는 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나님이 카인이 제사로 올린 곡식은 안 받고 아벨이 제사로 올린 양은 받은 이유는 하나님이 곡식보다 양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이 카인보다 아벨을 더 사랑했다고 한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부모가 자녀를 편애했을 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경고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창세기 45절에서 8절에 읽어보면 하나님이 카인의 제사는 받지 않고 아벨의 제사만 받은 이유가 분명히 나온다. '네가 분하여 함은 어찜이며 안색이 변함은 어찜이뇨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 선을 행치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리느니라 죄의 소원은 네게 있으나 너는 죄를 다스릴찌니라'. 카인의 제사가 거부된 이유는 신이 아벨을 편애해서가 아니라 카인이 죄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카인과 아벨 에피소드는 형제간 갈등도 아니고 편애하는 신의 문제도 아니라 인간과 죄의 문제다. (그걸 왜곡해서 저렇게 책으로 내다니, 그것도 심리학 서적으로. 책 나오기 전에 감수 안 보나.)

 

이렇게 나의 내면에 갈등을 일으키는 부분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어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곤혹스러웠다.

오십 편이 넘는 다양한 신화들을 한 권으로 주르륵 훑어볼 수 있다는 책이라는 것에 의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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